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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현의 길따라 멋따라] 마라도

[권오현의 길따라 멋따라] 마라도

마라도의 이미지는 언제나 무거웠다.‘이 땅의 끝’이라는 비장한 의미가 드리워져 있었다. 과거 이 작은 섬을 찾는 이들은 ‘끝’을 확인하기 위한 학구파이거나 사람이 꼬이는 곳이 정말싫은 유별난 성격의 소유자가 고작이었다.

1, 2년 전부터 마라도에 여행객이 늘면서 섬의 본 모습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마라도의 참 모습에는 ‘끝’이 의미하는 비장함을 찾을 수 없다. 한없는 아름다움이 있을 뿐이다.

마라도는 둘레 4.2㎞, 면적 9만여 평의 섬. 현재 31 가구 7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원래 사람의 접근이 금지된 금도(禁島)였다. 가장 큰 이유는 파도. 이 곳의 바다는 제주에서도 물길이 가장 험한 곳이다.

1883년부터 사람이 살았다. 대정골의 김성오라는 사람이 노름으로 알거지가 되자 친척들이 고을 원님에게 마라도 개경(開耕)을 건의했고 모슬포의 라씨, 김씨, 이씨 등이 함께 나섰다.

마라도 여행은 거친 파도타기로 시작된다.뱃길은 모두 두 가지. 모슬포항에서 도항선인 삼영호(064-794-3500ㆍ매일 오전 10시, 오후 2시 출발)를 타거나 송악산 선착장에서 유람선인 유양호(794-6661ㆍ오전 9시 30분부터 매일 7차례 왕복)를 이용한다.

배는 선착장을 빠져 나오자마자 앞뒤로, 좌우로 마구 요동친다.30 분 거리이지만 정신을 가누기가 쉽지 않다.

마라도의 첫 감동은 해식동굴이 전한다.선착장인 자리덕 양쪽은 해식동굴의 군락이다. 고래의 입 같은 거대한 동굴들이 줄지어 서서 쪽빛 파도를 마시고 있다. 모두 흥분해 사진을 찍는다.

그러나 필름을 아낄 것. 해식동굴은 마라도 절경의 시작에 불과하다.

마라도 일주는 1시간이면 충분하다.오토바이와 경운기를 합친 택시(?)와 자전거가 있지만 걷는 것이 제격이다.

섬을 빙 도는 해안도로를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것은 가파초등학교 마라분교. 교사 앞으로 넓은 잔디밭이 있고 축구 골대를 세워놓았다. 총 학생 수가 2 명인 관계로 이 축구장은 거의 무용지물이다. 가끔 학생들이 단체로 여행을 오면 편을 갈라 공을 찬다.

학교에서 약 10분을 걸으면 최남단이다. 한자로 '대한민국 최남단'이라고 쓰여진 비석이 있고 그 앞에 장군바위가 있다. 마라도 사람들은 장군바위를 수호신으로 믿는다. 그래서 사람이 바위에 오르면 바다가 성을 낸다고 믿어왔다.

최남단 옆 언덕에 마라도 등대가 서 있다. 남중국해로 나가는 모든 배에 꼭 필요한 존재이다. 세계 해도에제주도가 빠졌더라도 마라도 등대는 반드시 표기돼 있다. 등대 앞은 깎아지른 낭떠러지.

일명 자살바위로 불린다. 죽을 마음이 없더라도 밑을 쳐다보다가 어지럼증을 느껴 실족사하기도 한다. 등대 언덕을 내려오는 길은 넓은 초원이다. 마라도 여행의 종착지이다. 옛 무덤이 있다. 더 이상 새 무덤은생기지 않는다. 노인이 세상을 뜨면 제주나 육지의 자손이 모셔가기 때문이다.

마라도의 으뜸 명물은 짜장면. 표기법상으로는자장면이 옳지만 '마라도 짜장면'으로 특허를 받았다. 소라 조개 오징어 등 15가지 이상의 해산물과 감자 양파 당근 콩 등 30여 가지의 야채가 들어간다. 장을 만드는 육수는 생선뼈와 해초를 우려서 낸다. 한마디로 맛있다. 한 그릇에 5,000원. 비싸다고 하자 "고급 중식당의 삼선 자장면과 비교하라"고 한다.

권오현 생활과학부차장 koh@hk.co.kr

입력시간 2001/06/13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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