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춘추전국시대, 중국의 역사 읽기

■ 열국지

(유재주 지음/김영사 펴냄)

고전(古典)은 머물지 않는다. 시대와 함께 살아 움직인다. 고전이 오랜 기간을 지나서도 고전으로 계속 남을수 있는 것은 후세 역사가나 소설가, 또는 방송과 영화 시나리오 작가들에 의해 계속적인 덧씌워지기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적인 윤색이 독자들의 흥미를 계속 자극하는 것이다. 물론 역사가에 의해 채록되는 부분은 문헌이나 고증에 의한 것인 만큼 정사에 더욱 가깝다.

하지만 소설가나 작가들에 의해 윤색되는 부분은 다소 과정되거나 흥미 위주로 흐르기 쉽다. 종종 사실에 근거하지 않는다며 폄하되기도 하는 이유다. 하지만 그것이 반드시 옳은것이라고 할 순 없다.

고전이 고전으로 계속 사랑 받을 수 있는 데는 이런 후세가들에 의해 재창작 되고 새롭게 채록 되는 면을 무시할 수 없다.

최근 국내에서 TV 드라마로 시도되고 있는 궁예와 견훤 같은 패장(敗將)들에 대한 재평가도 어느 면에서 왜곡된 역사를 바로 잡는 단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삼국지와 함께 중국 고전 중 세손가락안에 꼽히는 베스트셀러인 ‘열국지’(김영사 펴냄)가 새롭게 꾸며져 선보인다. ‘열국지’는 중국 역사상 가장 극적이며 다이나믹 했던 춘추전국시대 550년간을 배경으로 한 중국 3대 고전의 하나이다.

하지만 열국지는 국내에서 ‘삼국지’나 ‘수호지’에 비해 그리 큰 인기를 얻지 못했다.

그간 소개된 열국지가 주로 한문 원전을 그대로 번역한 것이어서 우리 독자들에겐 생소하고 난해할 수 밖에 없었다.

더구나 열국지는 큰 인물이 중심이 돼 전개되는 삼국지와 달리 내용 자체가 수많은 군소 왕조들의 에피소드들로 구성돼 큰 흐름을 파악하기가 힘들었다. 춘추전국시대의 복잡한 구도를 중국인이 아닌 타국인이 이해한다는 것 자체가 벅차기도 했다.

이런 점에서 유재주의 ‘평설 열국지’는 우선 읽기가 편하다. 평설(評說)이란 보통 ‘비평하여 설명한다’는 뜻이지만 이 책에선 ‘해설을 곁들인 소설’이라 작의적 의미를 갖는다.

소설이라는 것이 본래 군더더기 없이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지만 이 책에서는 독자들이 모르는 고대 중국의 정치ㆍ문화적 배경을 저자가 설명해 주면서 이야기를 전개한다. 하지만 지루하지 않다. 오히려 저자의 해설은 소설을 이해하며 책장을 넘기게 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특히 이 책은 시대 마다 설정한 주요 인물을 중심으로 주변 에피소드를 펼쳐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에피소드가 기존의 백화점식 나열이 아니라 큰 인물들과 연결지어 빠르고 흥미롭게 전개되기 때문에 스토리 단절이 많았던 기존 열국지의 단점도 극복하고 있다.

그렇다고 황당한 역사 소설은 결코 아니다. 8년간의 집필과 준비 과정을통한 저자의 사료 접근도 방대하고 다각적이어서 ‘사기’, ‘시경’, ‘춘추’, ‘춘추좌씨전’ 등 그간 접하기 어려웠던 사서(史書) 등이 등장해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21세기 초강국으로 떠오른 중국,일본의 우경화, 블록화 되는 세계 경제, 미국의 경제 개방 압력 등 무한 경쟁의 다극화 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이 한번쯤 탐독해 볼 만한 고전이다.

송영웅 주간한국부기자

입력시간 2001/06/20 16:52


송영웅 주간한국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