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현의 영화세상] '친구' 의 폭력성?

영화 ‘친구’ 에는 폭력이 많이 나온다. 아니 처음부터 끝까지 폭력으로 얼룩진 영화라고 해도 할말은 없다. 학창시설부터 주먹세계로 들어간 ‘친구’ 들은 끝없이 폭력을 행사하고, 폭력으로 상처를 입고, 폭력으로 자신의 인생을 마감한다.

그 폭력을 보는 시각도 다양하다. 아니 세대에 따라 다른 모양이다. 나이든 기성세대들은 부정적이고, 젊은 세대들은 비교적 긍정적이다. 부정적 시각은 바로 영화가 묘사하는 폭력의 현실 모방성을 걱정한다.

과거 ‘모래시계’ 때처럼 청소년들이 장래희망으로 깡패를 이야기하고, 젊은이들이 폭력세계를 동경하는 것처럼 ‘친구’도 그렇다는 이야기이다. 학교에서 공부보다는 싸움 잘하는 아이가 더 멋있어 보이는 분위기를 조장한다는 것이다.

‘친구’가 올해 대종상에서 단 한 부문도 수상하지 못한 이유도 그 때문이란 후문이다. 한 심사위원은 이런 요지의 말까지 했다니까. “ 그게 무슨 좋은 영화냐, 순 깡패 영화 아니냐. 한국영화가 잘 되려면 멜로가 좋아야하지. 깡패 영화는 영화도 아니다”라고.

최근 한나라당 강신성일(신성일) 의원은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친구’를 역시 이렇게 평가했다. “차마 부끄러울 정도의 욕설과 잔인한 폭력장면으로 얼룩져있다“며 “이런 폭력과 욕설이 난무하는 영화가 열광적으로 환호받고 있는 우리사회의 심리학적 배경에 전율을 느낀다”고 했다.

그러면서 ‘친구’를 '천하의 엉터리 영화'로 평가했다.

그러나 긍정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은 “영화는 영화일 뿐” “우리사회에 더 큰 폭력들이 존재하고, 영화는 그것을 사실적으로 전달하려 했다”고 말한다.

과거 ‘모래시계’ 의 김종학 PD나 ‘친구’ 의 곽경택 감독도 마찬가자이다. 곽 감독은 강의원의 비판에 “듣는 사람을 민망하게 만들고, 보는 사람들을 긴장시키고 살벌한 느낌을 주기 위해 욕설과 폭력을 묘사했다”며 “그래야만 실제로 민망하고 살벌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친구들) 모습이 제대로 그려지니까.” 그는 “그러나 중요한 것은 관객들이 폭력도 보았지만, 흘러가버린 순수의 시절도 보았고 좌절도 보았다.

관객들이 과연 이 영화에서 무엇을 읽어내고 어느부분에 감응했는지, 그래서 우리영화가 어디로 가야하는지는 함께 고민해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젊은 영화평론가인 전찬일 영상물등급위원회 위원이 곽감독의 말에 다시 반박하는 글을 발표했다.

그는 ‘친구’가 마치 폭력교본을 보여주고 싶어 안달난 사람처럼, 너무나도 친절하고 상세하게 폭력, 특히 살인을 묘사하고 설명했다면서 이 영화는 공포물이나 다른 영화처럼 허구적 폭력이 아니라 강력한 정서적 소구력을 지닌 현실적 폭력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문제라는 식이었다.

그러면서 폭력을 담은 다른 한국영화의 미덕을 생각해 보자고 했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친구’는 폭력 뿐 미덕은 없는 영화다.

또 18세관람가 등급이지만 흥행에 지대한 공헌을 한 청소년 관객들이 불법적으로 관람해 받은 영화력까지 이 영화의 책임으로 돌렸다.

‘친구’의 폭력성에 대한 논쟁이 왜 지금에야 나왔는지 모르지만, 뭔가 때늦고 어색하다. 영화계 ‘대선배’로 강의원이 지금에 와서 이 영화를 보고 이런비판을 한 것인지, 그렇다면 전찬일 위원은 심의 때는 왜 그런 입장을 강력히 견지해 심의에 반영하지 못했는지 알 수 없다.

‘친구’는 분명 폭력적인 영화다. 주인공들부터 그렇다. 영화 내내 그들은 폭력을 행사한다. 그것이 감독의 말처럼 흘러가버린 순수의 시절에 대한 표현수단이든 사실성이든 비판의 대상이 될 수도 있음은 분명하다.

문제는 그것이 순수한 영화에 대한 애정에서 나온것 이냐는 것이다. 그점에서는 다분히 시류에 영합하려는 정치인과 일부 영화인을 겨냥한 곽 감독의 말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폭력성 운운 하며) ‘친구’ 에게 딴죽을 걸고, (우리 친구아이가 하며) 무동을 타는 것으로 자기 존재를 치켜드는 모습을 보면 어린시절 보았던 홍콩 공포영화가 생각난다.”

입력시간 2001/06/20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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