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풍향계] 너무 먼 여야 안보觀

남북 문제에 대한 여야의 시각차가 급기야 정면충돌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말로는 안되겠다”며 임동원 통일부장관과 김동신 국방장관 해임건의안을 국회에 제출키로 했고 검찰은 우리 해군과 북한 상선의 교신내용(군사 3급 비밀) 유출과 관련, 한나라당 박세환 의원의 오승재 보좌관을 소환조사키로 해 여야 긴장이 급격히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해임건의안의 표결처리를 시도할 경우 국회 의사당에서 몸싸움등의 소동이 불가피하다. 오 보좌관의 소환문제를 둘러싸고 검찰과 한나라당 사이에 충돌이 벌어질 수도 있다.

한나라당은 북한 상선 교신록에서 제기됐던 영해통과 밀약설과 관련해 국정조사를 요구해 놓고 있으며 해임건의안과 국정조사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장외투쟁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감정싸움으로 번진 NLL 논란

확대 일로로 치닫고 있는 여야 대결에는 근본적인 견해차와 함께 감정적인 요인도 작용하고 있다.

여야 안보 충돌의 도화선이 된 것은 북한 상선의 영해 및 북방한계선(NLL) 침범과 뒤 이은 밀약설 논란이다.

북한상선의 영해 침범에 대한 초기 대응과 관련해 수세에 몰렸던 여권은 최근 들어서는 적극적인 반격으로 나섰다.

김대중 대통령은 “비무장 상선에 무력을 사용했으면 세계여론이나 남북관계가 매우 어려워졌을 것”이라며 “우리 해군이 잘 대응한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이해찬 정책위의장도 6월17일 기자간담회를 자청, “북한 상선에 발포하면 한국의 전쟁위기설이 퍼져나가 주식시장이 붕괴되고 수출이 힘들어지는 등 경제가 무너진다”며 “그런 면에서 우리측 대응은 잘 한 것”이라고 거들었다.

이는 안보문제를 중요한 트레이드 마크로 삼고 있는 한나라당의 자존심을 크게 건드렸다.

‘안보와 경제 등 국가 전체적인 상황을 함께 고려하지 못하는 무식한 집단’ 정도로 치부한것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발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요일인 17일 밤 이회창 총재 주재로 긴급 회의를 열고 통일ㆍ국방장관 해임건의안 제출등을 결정하고 나섰다.

이 총재는 회의에서 “영해 침범은 안보와 직결된 도발 행위인데도 이를 지적하는 야당에 대해 ‘그러면 총을 쏘고 전쟁이라도 하자는 것이냐’는 도착된 사고에 아연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 총재는 “대통령의 아집에 사로 잡힌 정책으로는 국민이 바라는 남북관계가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영해침범 논란은 한나라당 박세환 의원측의 군사기밀 유출논란과 연결된 사안이다. 여권은 “국방부가 박 의원의 이해를 돕기 위해 군사기밀자료를 열람토록 하는 과정에서 보좌관이 무단으로 내용을 베껴 언론에 공개한 것은 명백한 범법”이라고 못박고 이에 대한 조사 및 사법처리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측은 “북한 선박의 선장과 교신한 내용이 보도됐다고 무슨 안보와 직결되느냐”고 반박하고 있다.


한나라당“답방 러브콜 지나치다” 비판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답방문제를 둘러싸고도 여야는 격렬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한나라당 대변인실은 최근 ‘김정일 답방 8걸(乞)일지’를 발표했다.

김대중 대통령의 최근 발언을 분석, 김정일의 답방을 ‘구걸’하는 내용 8가지를 정리한 것이다.

이 자료는 “호국선열이 산화한 현충일에도, 북한의 영해 침범으로 나라가 온통 불안한 와중에도 러브콜은 계속됐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권철현 대변인은 “왜 이토록 국가적 자존심과 체통을 내팽개친 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답방을 애걸복걸하는가”라고 비틀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여권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청와대 박준영 대변인은 18일 “김정일 위원장의 답방은 6ㆍ15남북 공동선언의 합의사항으로 이를 이행하라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필요한 권리”라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국내 여론조사나 전 세계 여론도, 세계 정치지도자들도 김정일의 답방을 기대하고 촉구한다”면서 “한나라당과 이회창 총재가 김정일 위원장의 답방을 문제삼는 것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이냐”고 반문했다.

김 대통령의 최근 김정일 답방 관련 발언도 김정일 위원장에게 강하게 약속이행을 촉구하고 압박하는 내용이다.

박준영 대변인은 북한 상선 영해침범 대응과 관련한이 총재의 비판에 대해서는 “국가경제와 국민의 삶이파탄 날 수 있는 선택을 하라고 하는 이 총재의 자질이 의심스럽다”고 극언을 하고 나섰다. 이 총재가 김 대통령의 안보관을 격렬히 비난한 것에 대한 ‘이에는 이’ 식의 감정적인 대응이다. 그러나 북한 상선의 영해 침범과 김정일 답방문제 등을 둘러싸고 격화하고 있는 여야 대결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여야가 서로의 정략을 떠나 냉정하게 남북문제에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남북관계가 잘 풀리면 여권에 유리하고 한나라당에 불리하다. 중요한 것은 국민과 국가적인 차원에서 무엇이 옳으냐이지만 여야가 상생하는 길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는 지적들이다.

이계성 정치부차장

입력시간 2001/06/20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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