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權·言 갈등] 1,000여명 투입, 샅샅이 뒤졌다

140여일 동안 정밀조사, 결과 공표도 이례적

23개 중앙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는 많은 기록을 남겼다. 우선 대규모 인력 투입과 조사기간이다.

국세청은 2월8일부터 시작된 한국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국방송공사(KBS), 서울방송(SBS), 문화방송(MBC), 연합뉴스 등 23개 중앙언론사와 계열사에 대한 정기법인세 조사에서 울지방국세청 조사국 인력 400여명을 투입했다.

일선 세무서 직원들도 투입돼 실제 투입된 인원은 1,000명 안팎에 이른다. 통상적으로 정기법인세조사에는 조사반 1~2개, 인력은 7~14명이 투입된다.

국세청은 오랫동안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대상과 내용이 방대한데다 계열사, 기업주 등에 대해서도 정밀조사를 벌여야 했기 때문에 대규모 인력 투입과 많은 기간(140여일)이 필요했다고 설명한다.

언론사별 조사인력 투입규모는 서울방송이 51명으로 가장 많았고, 조선일보50명, 동아일보 35명, 문화방송 29명, 한국방송공사 28명, 매일경제신문 21명, 중앙일보 18명, 한국일보 14명, 경향신문 14명 등이었다.

한겨레신문에는 9명, 문화일보 8명, 연합뉴스 7명, YTN에 7명이 투입됐다.

단일업종에 대해 일괄적으로 정기법인세 조사를 벌인 것도 이례적이다. 중앙언론사 가운데 이번에 조사를 받지 않은 언론사는 99년 세무조사를 받았던 세계일보 한 곳 뿐이었다.

국세청 관계자는 “자산이 100억원이상 대법인의 경우 원칙적으로 5년에 한번씩은 정기법인세 조사를 받도록 돼 있다”면서 “대부분의 언론사가 장기 미조사 법인에 해당되기 때문에 조사를 받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발 6개사 이외 공개 거부

언론사 세무조사 결과 공표도 이례적이다.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손영래 서울지방국세청장은 언론사 법인 6곳과 사주 3명 등 모두 12명을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무려 2,000여쪽에 달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자료는 고발대상 언론사와 사주 등에 대한 조사결과와 탈루수법 등을 상세히 밝혔다. 국세청은 이에 앞서 6월20일 23개 중앙언론사에 부과되는 전체 추징금 규모는 밝혔으나 6개사 외의 방송사 등 나머지 언론사의 혐의 등에 대해서는 공개를 거부했다.

손 청장은 “이번 세무조사는 조사착수 단계부터 언론계와 정치권과 시민ㆍ사회단체 등의 지대한 관심사로 대두됐고 조사결과도 공개돼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돼 공개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언론조사와 관련된 각종 유언비어 확산 등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를 없애며 조사의 당위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조사결과 공개가 불가피했다”고 덧붙였다.

김영삼 정권은 94년 서울에 본사를 둔 10개 언론사에 대해 세무조사를 실시했다. 당시 신설 언론사였던 문화일보와 내외경제신문, 서울방송 등 3개사는 제외됐었다.

김영삼 정권은 세무조사 결과를 공표하지 않았다. 이때문에 언론을 길들이기 위한 지렛대로 이용하기 위해 세무조사라는 수단을 동원했다는 비난이 있었다. 당시의 야당은 지금의 야당처럼 언론사 세무조사를 언론탄압이라고 비난했다.

세무조사는 앞으로 검찰의 수사과정이나 재판과정에서 또 다른 기록들을 양산할 가능성이 높다. 검찰의 조사과정에서는 사주 구속 여부 등이, 법원의 판결과정에서는 추징액 규모 등의 변화가 관건이 될 것이다.

입력시간 2001/07/04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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