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승장구 담배장사 "불황은 없다"

강력한 금연운동 불구 매출 증가

미국은 가는 곳마다 금연 사인이 붙어 애연가들을 몹시 불편하게 만든다. 또 담배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한 사람이 거액의 보상금을 거머쥐고, 담배 회사들은 국민 건강을 해치는 주범으로 몰리고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 담배가 곧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각종 법정 비용과 무거운 세금에도 불구하고 담배 회사들의 순 이익은 증가하고 있으며, 제재를 선봉에서 이끌 연방정부조차 요즘은 주춤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끊기 힘든 담배처럼, 담배 회사에 제동을 거는 것 역시 점점 어려운일이 되고 있다.

지난 주 법무부는 클린턴 행정부 시절 연방정부가 담배회사들로부터 국민의 보건비용으로 200억달러를 징수하겠다며 제소한 것에 대해 법적 화의를 할 의사를 밝혔다. 이는 연방정부가 자신의 법적 입장이 약하다는 것을 인정하는것을 뜻한다.

그러나 흡연을 강력히 반대하는 그룹은 법적 취약점 뿐만 아나라 정치적 의도까지 개입한 것으로 믿고 있다. 담배회사들이 공화당에 700만 달러를 기부한 열렬한 공화당 지지자이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서 엄청난 성장 지속

담배회사들의 입장에서, 정부의 관대함이 절실히 필요했던 건 아니다. 지난해 담배회사들은 미국 주식시장에서 빛나는 성장을 과시했다.

필립 모리스사의 경우, 91%의 성장률을 기록했고, 여기에는 무엇보다도 100억6,000만 달러에 달하는 국내 담배시장의 활성화가 크게 기여했다. 업계 2인자인 R.J. 레이놀즈 사와 세번째 브리티쉬 어메리칸 토바코 역시 판매량이 새로운 기록을 갱신했다.

대기업뿐이 아니다. 중소기업 역시 담배시장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불과 몇년전에 10개에 불과하던 중소 담배회사들이 지난해 90개로 불어났다.

이에 대해 경제분석가 보니 헤르초그는 “담배회사들을 위해 별들이 나란히 정렬했다(점성술에서 대운이 들었다는 뜻:편집자 주)”며“모든 상황이 담배회사들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담배회사들의 이런 승승장구는 전혀 예견되지 않은 것이다. 90년대 중반들어 담배회사들에 반대하는 기류가 형성되기 시작, 98년에는 4개의 담배회사가 46개의 주에서 흡연과 관련된 질병의 치유에 2,060억달러를 지불하라는 법원의 판결이 내려졌다.

큰 담배회사들은 광고를 제한할 것에 합의했고, 미성년자를 상대로 광고하지 않으며, 그들의 활동을 감시할 반 흡연 단체의 활동에 재정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설사가상 격으로 1999년에는 클린턴 행정부가 담배회사들을 제소했다. 최근 들어 필립모리스사는 캘리포니아의 단일 흡연자에게 30억 달러를 배상하라는 법원의 판결을 받기도 했다. 60%에 달하는 담배 가격인상조치로 국내 담배시장은 고사할지도 모른다는 전망을 낳기도 했다.

그러나 이 모든 조치들이 가져온 효과는 예상만큼 크지 않다. 97년 1달러74센트 하던 담배 한 갑의 가격이 2달러95센트로 급등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량은 2%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담배에 중독된 애연가들은 오른 가격에 아랑곳 하지 않고 계속 담배를 즐기기 때문이다. 그 결과 R.J. 레이놀즈는 올해 1ㆍ4분기(1~3월)에 순이익이 27%나 증가한 1억 달러를 기록했다.

필립 모리스는 7.7%의 성장을 기록해 12억 달러의 순이익을 남겼고, 동부유럽이나 아시아 시장에서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내 흡연가가 줄더라도 3억5,000만명에 달하는 중국의 흡연가들이 담배 시장 최후의 보루로 아직도 건재하다.

워싱턴도 전에 없이 호의적이다. 클린턴 정부 당시 상원의원이었던 존 에쉬크로프트는 담배회사들을 제재하는데 미온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부시 행정부 들어 그가 법무부장관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그 소신을 이어가고 있다. 그 여세를 몰아필립 모리스사는 식품의약청(FDA)에 담배에 대한 각종 제재를 완화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한 싸움을 주도해온 각 주정부는 담배 대신 돈에 중독되어가고 있다. 경제 분석가 데이비드 에이들먼은 “주정부가 담배회사를 비난하는데 관심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버지니아 주의 경우는 암을 덜 유발하는 담배 개발에 연구비용까지 지원하고 있다.

주정부의 법정 공방은 끝난 상태지만 아직도 1,500여건의 재판이 계류상태이다. 담배회사가 가장 수세에 몰리고 있는 캘리포니아주에서 필립 모리스사는 캘리포니아 법정의 판결에 불복, 항소했다.

캘리포니아 주에서 원고는 담배회사상대 소송에서 승소했지만, 아직 한푼도 받지 못했다. 담배회사로부터 돈을 받아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지난 3월 캘리포니아주의 한 원고는 소 제기 이후 40년이 지난 후에야 배상금을 받아냈다.


맥 못추는 손해배상 소송

집단소송의 경우도 담배 회사들 앞에서 맥을 못추고 있다. 마이애미의 한 판사는 최근 일단의 교육 종사들이 제기한 소송을 취하했다.

지난 4월 마이애미 배심원들은 전직 비행기 승무원이 간접흡연 결과로 얻은 병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한 소송에서 3,200명의 다른 승무원의 경우와 부합하지 않는다며, 3억4,900만달러에 달하는 배상금을 받아내려면 그들 모두가 각자 법정에 가서 승소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놓았다.

지난해 7월 플로리다주에서는 담배회사들이 1,450억 달러에 달하는 배상을 하라는 판결이 났다. 그러나 투자가들은 이에 동요하지 않는다.

분석가들은 이 판결이 고등법원 에서 번복될 것으로 한결같이 전망하고 있으며, 그렇게 되면 흡연가들은 다시 수십년 뒤로 돌아가 다시 법정 절차를 시작을 해야한다.

각종 연금과 기금도 990억 달러에 달하는 기금의 투자처로 지난 4년 동안 금지되어 왔던 담배 회사들을 심각히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담배 회사들의 승승장구에 비관적인 입장을 표시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현재담배 회사의 성장이 환상에 불과하다고 일침을 놓는다.

우선 미국의 10대 흡연가들이 줄고 있다는 것이다. 젊은이 흡연 방지 운동본부의 매튜 마이어즈는종합적이고 지속적인 캠페인의 결과 매년 10대 흡연자가 15%씩 감소하고 있으며, 이 같은 추세는 앞으로도 지속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늘어나는 주정부 세금 역시 담배 수요를 억제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또 집단소송의 경우, 소송이 마무리되기까지 몇 년이 걸릴지 예상할 수는 없지만, 단 한건만 승소해도 담배 산업에 타격을 주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금연 운동본부의 리차드 데이나드는 대부분의 금연 캠페인이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오지 못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는 “만약에 흡연으로 인한 사망률이 10% 감소한다면, 이는 매년 4만5,000명의 생명을 구하는 것이지만 아직도 90%의 흡연 사망자들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김경철 주간한국부 차장

입력시간 2001/07/05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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