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마당] 고 문호근 예술감독 추모공연 외

■ ‘인생은꿈’

“이게 현실이라면/정의는 스스로를 증명할테고/헛 것이라면 하늘을 우러러/아무런 해도 없을 터” 박웅 권성덕 송영근등 한국 연극을 대표하는 노장ㆍ중견 배우의 비장한 울림에 기세등등한 염천이 멈칫한다.

삶이란 왜 할리우드 영화처럼 단순 명쾌하지 못 할까. 왜 그것은 이중성(duality)과 애매모호함(ambiguity)으로 사람에게 고뇌를 안기는 것일까. 예술의 전당이 ‘인생은 꿈’으로 인생의 비밀을 두드린다.

장차 폭군이 될 것이라는 점괘 때문에 태어나자마자 외딴 곳에 버려진 폴란드 왕자 지그문트의 비극이다. 국왕의 명에 따라 성에 갇혀 있던 왕자는 자신을 둘러싼 비밀을 알게 된다.

지금까지 성에 유폐돼 짐승처럼 살아야만 했던 것이 별자리의 예언을 믿은 아버지 바실리오왕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지그문트는 아버지에 대한 복수의 념에 불탄다.

그러나 모스크바 공작의 침략을 받은 폴란드를 구하기 위해 전쟁에 뛰어든 지그문트는 자신의 비극적 운명을 받아 들인다. 그는 자신이 진정으로 승리하는 길은 별자리 운명이 말한 복수와 폭정이 아니라, 운명에 순응하는 것임을 자인하는 길이라는 깨달음에 이른다.

지난날 운명을 안다고 믿어 그것을 피해가려 했던 사람들에게 화해와 사랑의 비밀을 깨닫게 된 그는 모든 사람들과 다시 맺어지게 된다.

칼데론은 괴테가 “셰익스피어가 포도송이라면 칼데론은 포도즙”이라 극찬했던 17세기 스페인 문학의 거두. ‘인생의 꿈’이 겨냥하는 곳은 감각의 세계 그 너머이다. 삶의 이중성과 모호성에 주목, 재물과 권력의 무상함을 표현한 도덕사회극의 대가로 꼽힌다.

이번 김광림 연출 버전은 볼거리와 들을거리에서 최대한의 연극적 상상력을 구사, 우리시대 관객들의 입맛에 접근하려 한 점이 자랑거리.

원작에 없는 코러스가 도입된 사실을 안다면 칼데론이 좀 놀랄 것이다. 그러나 고동ㆍ소뿔 등 악기를 사용한 심리 표현이나 기타ㆍ리코더ㆍ바이올린ㆍ첼로ㆍ건반 등으로 연주되는 우아한 르네상스풍 선율에 이르러서는 저윽이 안심하리라.

칼데론은 다시 외친다. “우리 모두가 알듯, 완벽이란 없습니다/누구나 잘못을 저지릅니다/고귀하신 여러분 자비를 베푸십시오/우리가 이 잠에서 깨어/이 연극을 마치는 날/우리는 그것을 알게 되리라.” 연극이 끝나고 난 뒤, 참으로 객석은 운명과 맞대결한 자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비극적 서정에 취한다. TV나 영화가 우리에게 얼마나 상투적인 감정을 강요하는 지, 새삼 느끼게 할 무대다. 한여름밤의 또 다른 꿈이다.

지난 5월 심장병으로 급서한 고 문호근 예술의 전당 공연예술 감독을 기리는 추모공연이다. 배우들의 언어와 동작마다 피맺힌 절규가 맺힌 것은 그 때문이다. 6~17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월~목 오후 7시 30분, 금~일 오후3시 30분 7시 30분. 단, 17일(화) 오후 3시 30분(02)580-1300


[영화]



ㆍ 에볼루션

1984년 ‘고스트 버스터즈’를 히트시키며 코믹 SF영화의 새장을 열었던 이반 라이트만 감독의 최신작 ‘에볼루션’은 지구에 추락해 무한대로 진화하는 가공할 외계생물체의 소탕작전을 그린 SF액션 코믹버스터.

‘X-file’의 남자 주인공 데이비드 듀코브니와 영화 ‘한니발’에서 강인한 여성상을 보여주었던 줄리안 무어가 주연을 맡았다. 또 ‘주라기 공원’, ‘스타쉽 트루퍼스’,‘스타워즈’의 특수시각효과팀이 만든 다양한 외계생물은 현대과학이 생산한 최첨단 테크놀러지를 보여준다. 7월14일 개봉.


ㆍ 아틀란티스

‘라이온 킹’, ‘미녀와 야수’ 제작진이 새롭게 선보이는 야심작 ‘아틀란티스-잃어버린 제국’은 수천년 전 바다속으로 사라진 문명 아틀란티스를 소재로 제작된 작품이다. 대담한 터치와 탁월하도록 눈부신 그래픽 영상, 압도적 화면, 그리고 탄탄한 스토리가 돋보이는 대작이다.

전세계 박스 오피스 20억달러의 흥행신화를 창조한 애니메이션 제작자 돈한이 제작에 참여했다. 마이클J. 폭스를 비롯한 연기파 배우들이 환상적인 목소리 연기와 할리우드 최고의 영화음악가로 꼽히는 제임스 뉴톤 하워드의 감동적인 선율이 놀라운 상상력의 세계로 인도한다. 7월4일 개봉.


[콘서트]



ㆍ 청소년 음악회

청소년을 위한 클래식 음악의 길잡이 ‘예술의전당 청소년 음악회-위대한 동반자들’ 네 번째 공연이7월21일 오후5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매달 서양 음악사의 위대한 두 명의 작곡가를 선정, 그들의 음악 세계와 인생을 비교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청소년 음악회’ 7월 공연에는 바로크음악의 대가 바흐와 헨델의 인생과 음악세계를 비교하는 재미있는 시간이 마련된다.

이번 공연은 37명의 ‘한국 페스티벌 앙상블’ 단원들이 바흐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3번, 마태수난곡 중 합창, 헨델의 수상음악, 하프협주곡 1장 등 양대 거장의 대표곡들을 모아 연주한다. (02)580-1300


[재즈 콘서트]



ㆍ 랄프 타우너

기타리스트 겸 피아니스트로, 작곡가로 30여년간 꾸준하게 활동해온 랄프 타우너는 재즈 평론가들로부터 찬사를 받고 있는 아티스트이다. 1940년 미국 워싱턴주에서 태어난 그는 각종 재즈 전문매체가 선정한 최고의 어쿠스틱 재즈기타리스트로 선정됐고 76년에는 앨범 ‘Solstice’로 독일비평가협회상을 수상했다.

또한 카네기홀, 링컨센터, 베를린 필하모니홀, 비엔나 모차르트홀 등 세계 유명 콘서트홀에서 공연을 했다. 7월17일 오후7시. 영산아트홀. 902)548-4480~2


ㆍ야뉴스

재즈클럽 야누스가 콘서트 ‘야누스에서의 여름밤(Summer Nlght atJanus)’을 개최한다. 김수열 신동진 이정식 등 한국의 재즈 1세대에서 임인건 정말로 서영은 등 최근 각광받고 있는 재즈 스타들까지 망라된 무대다.

5일:신동진 퀸텟+이우창, 최세진 쿼텟, 신관웅 퀸텟. 6일:웨이브, 이정식 쿼텟, 김수열 퀸텟,프레드 휴지스 트리오. 7일:재즈 오케스트라 코바나, 김대환의 프리 뮤직, 임인건 프로젝트. 스탠더드에서 컨템퍼래리까지, 다양한 레퍼터리가 우리1급 재즈맨들의 손과 입을 통해 풀려 나온다. 5~7일 오후 8시(02)546-9774


[전시]



ㆍ 노석미의 악수하기전

자서전적인 그림 일기 작품으로 잘 알려진 노석미씨의 개인전이 7월24일까지 서울 역삼동에 있는 갤러리 동동에서 열린다. 노씨는 서남 미술전시관, 일주아트하우스 등에서 전시회를 개최했으며, 인터넷상에서 그림 소설을 연재하는 등 다양한 작업을 시도해온 신세대 작가이다.

노씨는 이번 전시에서 기존의 그림 일기 형식의 드로잉과 더불어 캔바스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기존 작업에 비해 단순화한 색면으로 이루어진 회화작업은 여전히 그녀의 섬세한 감수성을 드러낸다. 매주 토요일에는 어린이들을 위한 전시 관람 프로그램도 있다.(02)553-8030


[연극]



ㆍ첫사랑

입시와 친구, 이성문제 등 10대 학생들의 고민을 진지하면서도 명쾌하게 그려내 1998년 공연 당시 청소년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던 극단 아리랑의 ‘첫사랑’이 2001년에 한층 성장한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다.

방은미 작ㆍ연출로 98년 초연한 이후 앵콜 공연되고 있는 첫사랑은 입시의 압박감에 비해 놀이문화가 부족한 청소년에게 그들의 이야기를 신명나게 풀어주는 작품이다. 입시전문 기숙학교라는 특수공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학생들의 꿈과 가치관을 첫사랑의 기억을 통해 펼쳐간다. 7월5일~8월26일. 소극장 아리랑. (02)741-5332


ㆍ 품바

1981년 전남 무안군의 작은 마을에서 시작한 ‘품바’가 20년만에 서울 동숭동 대학로 문예회관 대극장 무대에 선다. 우리 전통 연희 형식을 기반으로 한 ‘진정한 한국의 민중극’이란 평을 받은 품바가 이제 흥행성 뿐만 아니라 예술성까지 기존 연극계에서 인정받은 것이다.

김시라 연출, 정규수(1대 품바) 출연으로 시작한 품바는 20년 동안 총 4,500여회의 공연을 하면서 한국 기네스북에 올랐다. 7월6일~15일. 동숭동 문예회관 대극장. (02)3674-0110


ㆍ 연우가족극장

연우무대가 어린이 창작 모둠공연이란 이름으로 토끼전을 새롭게 해석한 마당극 ‘얘들아, 용궁가자’와 개똥벌레의 헌신적인 사랑을 그린 ‘사랑의 빛’을 격주로 선보인다.

‘얘들아, 용궁가자’는 흥겨운 놀이로 풀어본 토끼전 뒤집기로 지난 공연에서 현장체험학습으로만 3,500여명의 어린이 학부모 관객을 동원한 화제작이다.

‘사랑의 빛’은 어린 개똥벌레가 엄마의 수술에 필요한 빛을 얻기 위해 번개에게 두 눈을 주고 세상을환히 비추는 반딧불로 변하는 과정을 극화했다. 9월2일. 연우소극장. (02)744-7090

장병욱 주간한국부기자

입력시간 2001/07/10 17:39


장병욱 주간한국부 aj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