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클리닉](15) 비아그라에 관한 진실

약 2년전쯤으로 기억되는 어느날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대학병원에서 근무하고 있을 때였다. 오랜만에 걸려온 친구 K의 전화는 몹시 반가왔다.

"어, 그래,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 영업은 잘되고?" 하는 나의 말에 "응, 그럭저럭......" 대화는주변 사람들의 안부를 묻는 등 한참동안 진행되다가 K의 본론이 시작되었다.

"응, 그건 그렇고 부탁할게 하나 있는데... 그거 있잖아, 비아그란가 하는 약 말야... 그거 좀 구해줄 수 있어?" 잠시 당황스러워진 나는 "어, 직접 오면 진료를 하고 처방해 줄 수는 있긴한데... 왜, 잘 안서?"

"아니, 내가 먹을 게 아니고 거래처 접대할 때 필요할 것 같아서, 요즘 비아그라 선물이 유행이래" "어, 그런 일도 있어?....." 잠시 멍해졌던 나는 그렇게 사용되면 큰 일 날 수 있다는 설득 반, 협박 반으로 이야기 해주고 통화를 끝냈다.

그 때는 국내에서 비아그라를 사용하기 시작 한지 수 개월쯤 될 무렵이었고 전화통화 직후 '이 약이 잘못하면 사회 문제가 될 수도 있겠구나' 라는 우려가 잠시 들었지만 곧 잊어 버리고 지냈다.

그로부터 다시 2년여가 지났다. 가끔씩 보도되는 내용을 보면 가짜 비아그라가 유통되고 있으니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느니, 고급 술집에 가면 술에 비아그라를 타서 마치 최음제처럼 사용되고 있다는 등의 소리가 들린다.

남성의 정력과 관련된 우리 사회의 치부를 들어내 보이는 것 같아 씁쓸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되었을까? 필자는 먼저 우리 사회의(특히 남성 문화의) 오랜동안의 잘못된 관념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무릇한 사회의 통념은 대단히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되고 그렇게 뿌리박힌 사고는 은연중에 행동으로 표출되게 마련이다.

소위 정력에 좋다는 말이 나돌면 그것이 음식이든, 약이든 가리지 않고 찾아다니며, 심지어 다른 사람에게도 먹어 볼 것을 권유하는 행태가 우리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에 생활의 일부로 자리잡았다면 위험천만의 상태라 할 수 있다.

물론 아직 대다수의 사람은 그런 무모한 일에 가담되어 있지 않으며 극히 소수일 뿐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바르게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순간의 호기심으로 잘못된 일부의 부류에 휩쓸리지 않도록 예방하기 위해서는 이 약물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다.

비아그라는 '실데나필'이라는 성분명을 가진 약으로 혈관을 확장시키는 작용을 한다. 처음에는 심혈관계 질환의 치료를 위해 개발되었으나 연구도중 음경의 발기작용을 일으키는 흥미로운 사실이 관찰된 이후 발기부전의 치료목적으로 상용화 되었다.

아이러니 하게도 이 점은 이 약물의 부작용과 관계가 있는데, 심장에 피를 공급해 주는 혈관의 확장을 일으킬수 있기 때문에 '니트로 글리세린'과 같은 심혈관 확장제를 복용하고 있는 사람은 절대로 비아그라를 같이 복용 하여서는 안된다.

이른바 급작사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발기의 과정은 음경 동맥을 통해 유입된 다량의 피가 페니스 내에서 꽉 차 있는 혈액의 충만상태이다.

비아그라는 싸이클릭 GMP라는 생체 물질을 축적시켜 음경의 평활근 이완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함으로써 음경내 혈액의 충만상태를 유발시킨다. 이 기전을 생각하면 어렵지 않게 비아그라의 발기에 있어서의 역할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발기부전이 있는 사람은 어쨌든 혈액의 충만 상태가 이루어 지지 않았음을 의미하므로 비아그라가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정상인이 이 약을 복용한다 하여 발기력이 더 강화되는 것은 아니다. 즉 비아그라가 보통 사람을 변강쇠로 만들어 주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또 하나 이 약을 복용하면 성적 흥분이 증가되는 최음제, 혹은 정력제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들도 간혹 있다. 앞서 말한 술에 비아그라를 타서 마시는 경우가 여기에 속할지 모르겠으나 이는 전혀 근거 없는 말이다.

혹여 적당한 취기와 약을 복용 했다는 심리적 효과에서 성적 흥분이 더해졌다면 몰라도 약 자체가 흥분을 야기시키지는 않는다.

비아그라의 복용후 나타날수 있는 부작용으로는 두통, 안면홍조, 코막힘, 시력장애 등을 들수 있는데 그리 흔하지는 않으나 복용자가 사전에 인식하고 있어야 당황하지 않는다.

만약 비아그라 복용후 발기력에는 도움이 되었으나 위와 같은 부작용이 나타난 경우, 그 정도가 심하지만 않다면 의사와 상의후 계속 복용할 수 있다.

비아그라로 가장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경우는 젊은층에서 흔히 나타나는 심인성 발기부전이다. 이 경우 대략 70% 정도에서 효과가 있으나, 당뇨나 고혈압 등으로 인한 기질성 발기부전의 경우는 효과가 이보다 떨어진다는 것이 정설이다.

발기부전의 치료는 먹는약, 주사제, 수술 등 크게 3가지로 대별된다. 이중 비아그라는 실질적인 의미에서 최초의 먹는 발기유발제라는 측면에서 큰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 약의 작용을 잘못 이해하고 그릇된 방법으로 사용한다면 피해자는 본인 자신이 될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입력시간 2001/07/10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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