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얼굴에 천착한 인류의 역사와 문화

■ 얼굴의 역사

(니콜 아브릴 지음/ 강주헌옮김)

얼굴은 흔히 ‘영혼의 창(窓)’이라고 말한다. 사람의 얼굴 속에는그 사람 고유의 성격과 개성은 물론, 기쁨 슬픔 좌절 용기 고뇌 집념 등 모든 감정적 요소들이 담겨 있다.

얼굴은 인체에서 오감(五感)이 모두 집중돼 있는 유일한 부위다.

‘한 사람의 마음을 읽으려면 그 사람의 얼굴을 보라’는 이유도 바로 여기 있다. 인류의 탄생 이래 셀 수도 없는 인간들이 명멸해 갔지만 그 중에서 같은 얼굴을 한 사람은 없다.

일란성 쌍둥이들도 그들 각자의 배우자들에겐 다른 얼굴로 느껴진다. 두 손바닥으로도 가릴 수 있을 만큼 작은 부위지만 인간의 얼굴은 오묘하다.

얼굴은 팔 다리와 같은 단순한 기관이 아니다.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한치만 낮았어도 세계 역사가 바뀌었을 것’이라 말하듯 인간의 얼굴은 역사를 바꾸고 새롭게 창조했다.

인간의 얼굴과 인류 역사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책이 나왔다. 프랑스의 대표적이 여성 작가 니클 아브릴이 쓴 ‘얼굴의 역사’(작가정신 펴냄)가 바로 그 것이다.

이 책은 인간의 얼굴이 인류 문화ㆍ예술에서 어떤 의미와 가치를 지녔으며, 그것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를 흥미롭게 기술한다. 철학 종교 정치 미술 등 전분야를 얼굴과 연관 지어 살피는 저자의 독특한 관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저자는 우선 하느님도 아름다움을 질투했다고 말한다. 모세의 십계명에 보면 하느님이 우상 숭배를 금지하며 ‘아무 형상이든 만들지 말며, 그것들에게 절하거나 섬기지 말라’고 했다.

자칫 우상화될 수 있는 회화나 조각 등 일체의 예술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것을 하느님의 질투라고 말한다.

신은 인간에게 시력을 주었지만 그로 인해 아름다움에 빠질 위험을 경계했다는 것이다. ‘아름다움’은 욕심을 불러 일으키고, 질투를 자극하는 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들은 이런 신의 믿음에 끊임없이 배반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고대 이집트 여성들은 아름다운 얼굴을 갖기 위해 짙은 화장을 하고 연고제를 발랐다.

일부는 과도한 백연(白鉛) 사용으로 얼굴이 납빛으로 변하기도 했지만 아름다운 얼굴을 갖고자 하는 여성들의 욕구는 멈추질 못했다.

얼굴의 신비를 밝히려는 인류의 노력도 그칠 줄 몰랐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얼굴에서 인생 유전과 인간 성격을 파악하기 위해 30여구 이상의 시체를 해부했다.

인간 얼굴에서 구원을 찾으려했던 뒤러는 자화상을 그리며 그 속에서 신의 모습을 찾고자 평생을 바쳤다. 피카소 역시 자신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통해 정체성을 상실한 인간 심연의 고독을 보여주었다.

저자는 최근 사진술과 TVㆍ영화등 영상 매체의 발달로 새로운 대중 스타들이 생겨나고, 특히 성형 수술 발달로 대중 스타들의 얼굴을 복제하려는 현대인들이 늘고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처럼 성형을 통한 얼굴의 단순 복제가 ‘자신만의 유일성과 정체성의 상실은 아닌지’하는 의문 부호를 던지고 있다.

송영웅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1/07/10 18:49


송영웅 주간한국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