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현의 영화세상] 강우석이 감독으로 돌아온 이유

한국영화계최고 파워맨은? 십중팔구는 ‘강우석’ 을 꼽을 것이다.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벌써 몇년 됐다. 배급자로서 강우석(41)은 막강한 서울극장 라인을 등에 업고 있다.

시네마서비스의 실질적 대표인 그는 최다 한국영화 제작자와 투자자이다. 외화 개봉도 미 직배사 못지않다.

‘쉬리’ ‘공동경비구역 JSA’ ‘친구’ 등 물론 매년 한국영화 흥행 1위 자리는 남에게 빼앗겼지만 전체 시장점유율을 보면 언제나 시네마서비스가 정상에 있다.

영화의 주요 3요소인 제작, 투자, 배급을 모두 쥐고 있고, 또 그 힘이 워낙 강해 CJ엔터테인먼트나 강제규 필름, 명필름의 도전을 물리칠 수 있었다.

외국자본을 끌어들이고 벤처회사와 손을 잡고 막대한 제작비도 마련했다. 때문에 그의 투자로 영화를 만드는 영화사들이 점점 늘고 있다.

△ '공공의 적'으로 3년만에 감독으로 돌아온 강우석.

충무로에서는 이들을 ‘강우석 사단’ ‘시네마서비스 계열사’라고 부른다. 좋은영화사는 그의 투자로 ‘주유소습격사건’ ‘신라의 달밤’ 을 터뜨렸고, 류승완 감독의 ‘피도 눈물도 없이’ 도 만들고 있다.

‘텔미 썸딩’의 씨엔필름, ‘하루’ ‘선물’의 쿠엔필름도 시네마서비스 사단이다. 씨네2000(대표 이춘연)도, ‘비천무’에 이어 배창호 감독의 ‘흑수선’을 찍고 있는 태원엔터테인먼트(대표 정태원)도 있다.

강우석이 아니면 영화세상(대표 안동규)의 ‘언더커버’(감독 김용태)도, 시선(대표 안영준)의 ‘재미있는 영화’(감독 장규성)도 만들지 못할 것이다.

이들은 좋은 아이디어나 시나리오가 있으면 먼저 강우석에게 보인다. 그게 가장 확실하고 빠른 제작 방법이며, 가장 막강한 배급망을 타는 길이기 때문이다. 스타들도 시네마서비스 투자라면 훨씬 호감을 갖고 출연을 고려한다. 그래서 이제는 더 이상 바랄게 없을 것 같은 강우석.

그가 3년 만에 메가폰을 다시 잡았다. 7월2일 강원 동해시 옥계항에서 첫 촬영을 시작한 ‘공공의 적’ . 강우석으로서는 신나면서도 두려운 순간이었다.

그는 아직도 ‘한국최고의 흥행사’이다. ‘쉬리’의 강제규가 있고, 박찬욱이 ‘공동경비구역 JSA’로 스타가 되고, 곽경택 감독의 ‘친구’가 한국영화사상 최고인 전국 800만명이란 천문학적 숫자를 기록했고, ‘투캅스’와‘마누라 죽이기’ 가 벌써 오래 전 일이지만 그 명칭에는 변함이 없다.

그것은 그가 한국영화에 영화산업의 가장 큰 힘인 ‘재미’ 와 ‘대중성’을 인식시켰고, 그것으로 지금의 그가 존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3년전 그는 “내가 만들면 흥행에 성공한다”는 자신감 하나로 ‘생과부 위자료청구소송’ 을 만들었으나, 풍자도 웃음도 어정쩡한 작품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이후 그가 ‘친자확인소송’ ‘신라의 달밤’ 등 몇 번이나 메가폰을 잡겠다고 선언해도 그것이 시네마서비스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작전쯤으로 여겼다. 어쩌면 영원히 감독으로 돌아올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시점에 그는 그 생각을 뒤집듯 감독 복귀를 선언했다.

‘공공의적’은 모험일 수 있다. 어쩌면 감독으로서 생사를 가를 수도 있다.

더구나 그의 장기인 코미디도 아니고 스릴러이다.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시나리오가 재미있어 후배 주기 아까워서” “어릴 때부터 추리소설을 좋아해 스릴러가 낯설지 않아서” “흥행에 신경 쓰지 않고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어서”라고 말하는 강우석.

그러나 그 속에서 ‘똑똑한 감독’으로서 그의 판단과 목표를 읽을 수 있다. 자기 작품으로 다시 한번 흥행 1위에 오르고 싶은 욕심, 그것이 이제는 강우석식 코미디 하나로만 어렵다는 사실, 오히려 스릴러란 새로운 장르 속에서 자신의 특기인 웃음과 풍자를 섞어 시너지효과를 보겠다는 생각.

다른곳에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점점 희미해지는 흥행 감독의 자리를 되찾음으로써, 그는 정말 영화를 잘 만들 수 있기 때문에 ‘한국영화계 1인자’ 가 될 수 있었다는 소리를 듣고 싶은 것이다. 감독은 감독이다.

입력시간 2001/07/10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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