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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노예라고? 더 이상 못참아"

"우리가 노예라고? 더 이상 못참아"

시사프로서 노예계약 묘사, 제작자협회 소속 연예인들 MBC 출연 거부

7일 MBC ‘생방송 음악캠프’는 색다른 풍경이 연출됐다. 가수들의 가요 순위 프로그램인 ‘생방송…’ 에는 가수들이 나오지 않고 뮤직 비디오만 방송하고 있었다. 한국연예인제작자협회 회원사 소속 가수들이 MBC 출연 거부 선언을 하면서 초래된 파행 방송이었다.

MBC 보도 제작국은 1일 방송된 ‘시사매거진 2580’을 통해 매니저와 가수들의 불평등한 계약을 보도하고 이들의 관계를 노예계약으로 묘사했다. 이를 지켜보던 연예인제작자협회 회원사들이 편파 왜곡보도라며 3일 회원사 소속 연예인의 MBC 출연 거부를 선언했다.


잘못된 관행 "이참에 고쳐보자"

연예인들의 MBC 출연거부 선언은 ‘시사매거진 2580’이 직접적인 빌미가 됐지만 그 저변에는 방송사와 기획사, 그리고 연예인간의 잘못된 관행과 구조가 자리잡고 있다.

“우리 가요 역사상 처음으로 제작작자들이 단결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KBS 예능국 PD의 지적처럼 이번 MBC에 대한 연예인 출연 거부는 충격적인 일이다.

연예인제작자협회의가 소속 연예인 출연 거부라는 극약 처방을 내놓은 데에는 방송사의 구조적으로 잘못된 제도와 관행에 대한 불만과 개선요구가 담겨 있다. 제작자들이 제기하는 가장 큰 문제는 가수들에 대한 부당한 대우다. 가수들은 연예인중 가장 낮은 대우를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대다수 가수들은 밥값도 나오지 않는 출연료를 받고 각종 프로그램에 나오는 실정이다. 스타급 가수들이라 하더라도 10만~30만원 내외 수준이다. 유명 그룹도 한명당 10만원 정도를 받는다.

요즘 최대 인기가수로 부상한 god도 출연료가 100만원 정도이다. 스타급 가수들은 행사에 나가 노래를 부르면 2,000만원 정도의 출연료를 받는 것과 크게 대조가 된다.

또한 가요 프로그램에 나오기 위해서는 ‘보험금’ 인 오락 프로그램에 출연을 해야하는 관행이 존재한다. A 가수는 “누군들 가수가 오락프로그램에 나와서 노래와 상관없는 연기나 코미디, 토크 쇼를 하고 싶겠냐”고 말한다.

이로 인해 시청자들은 요즘 가수들이 가요 프로그램에서 노래를 부르는 모습보다 각종 오락 프로그램에 나와 웃기는 모습을 더 많이 보게 된다.

제작자협회에서 지적하는 또 다른 방송사의 잘못된 관행은 가수에 대한 각종 규제나 일정 조정 등이 일방적이라는 점이다. 머리 색에서부터 의상에 이르기까지 규제가 심하고 출연 일정도 자의적인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그럼 이처럼 잘못된 관행과 역학관계에도 불구하고 왜 가수들은 방송에 출연하는가라는 의문이 남는다. 일단 방송에 출연해야 얼굴을 알리고 새로운 음반에 대한 홍보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육아일기’의 god, ‘출발 드림팀’의 조성모 처럼 오락 프로그램의 지속적인 출연으로 엄청난 인기를 얻으며 스타로 부상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새 앨범을 내고 활동을 새로 시작하는 신인들의 경우는 방송출연이 자신들의 생존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불공정한 상황속에서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방송 출연에 목을 걸고 있다.

가요 순위 프로그램에 출연해야 가요계의 주 수입원인 음반 판매를 촉진할 수 있는 구조적인 한계가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방송사 측에서는 가요 프로그램 뿐만 아니라 오락 프로그램에도 스타 가수들이 출연해야 방송의 생명줄이나 다름없는 시청률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기를 쓰고 스타를 잡으려고 한다.

MBC 이성호PD는 “출연자가 스타냐 아니냐에 따라 시청률이 차이가 나는 것이 사실이다. 시청률을 의식할 수 밖에 없는 제작진의 입장에서는 스타의 기용을 우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방의 잘못 아닌 모두의 책임

이러한 점 때문에 제작자, 가수, 방송사가 서로 공존하며 잘못된 제도와 관행을 암묵적으로 유지시켜왔다.

하지만 최근 스타의 문화권력화, 대형 기획사의 등장, 케이블 TV의 활성화를 비롯한 다매체의 출연 등으로 방송사와 연예인, 기획사간의 관계가 변하기 시작했다.

KBS 김영선PD는 “방송사간 경쟁이 치열하고 다양한 매체가 등장하면서 스타급 가수들의 섭외가 매우 어렵다. 심지어 스타들의 섭외 능력이 연출자의 능력처럼 여겨지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설명한다.

이번 연예인들의 MBC출연 거부는 우리의 대중문화의 한축을 이루는 방송과 연예인과의 관계와 제도 개선의 호기라는 평가를 내리는 전문가들이 많다.

우선 적은 수요와 과다한 공급 사이에서 빚어지는 강자인 방송사와 약자인 연예인간의 불평등한 관계가 개선돼야 한다. 출연료에서부터 출연자 선정에 이르기까지 투명한 과정이 보장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도록 방송 제작진과 제작자협회, 연예인들이 노력해야한다.

문화평론가 마정미씨는 “출연회수나 출연 과정이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위원회 같은 것을 상시적으로 운영해 잘못된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또한 스타 시스템 위주로 운영되는 방송ㆍ연예 문화의 잘못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높다. 3개 방송사의 각종 프로그램에 한 가수가 수없이 출연해 스타의 수명도 짧아질 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이 쉽게 식상해한다.

시청률 때문이라는 제작진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신인 육성과 문화의 다양성 확보를 위해서는 반드시 스타 위주의 방송 분위기는 고쳐져야한다.


방송사·연예인 주종관계 개선 계기돼야

이번 사태를 통해 연예인의 공인의식의 확보와 연예인과 기획사간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일부 연예인들의 일방적인 출연 펑크나 불성실한 방송 자세는 지양돼야 한다. 그리고 연예인을 양산하고 관리하는 기획사 문제점의 개선도 필요하다. 일부 연예인이 지적하는 것처럼 기획사의 계약이나 관리가 허술한 것도 사실이다.

일본의 프로덕션처럼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시스템을 갖춰야만이 대중문화를 활성화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연예인을 다수 확보할 수 있고 질적인 문제까지 담보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지적이다.

배국남 문화과학부기자 knbae@hk.co.kr

입력시간 2001/07/12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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