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DT/SEAL] 한국해군의 비밀병기 UDT/SEAL

21세기 바다의 시대, 해양주권 수호최선봉

‘청동인간…!’

해군 특수전 부대 대원들의 첫인상이다. 구릿빛으로 타들어간 피부와 군살 하나없는 근육은 영화 ‘터미네이터’의 기계인간을 연상시킨다. 간혹 웃거나 이야기 중 드러나는 치아와 눈의 흰자위를 빼면 그들의 육체에서 흰 빛깔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최강부대 UDT/SEAL/EOD. 해군 특수전 부대의 또 다른 이름이다.

수중폭파(UDT:Underwater Demolition Team), 육해공 전천후특수타격(SEAL:Sea Air Land), 폭발물 처리(EOD:Explosive Ordnance Disposal), 해상 대테러 등 4개 임무를수행하는 해군의 ‘비밀병기’다.

바다가 주요 작전지역이지만, SEAL이란 명칭에서 보듯 특수전 부대의 작전영역은 물에 국한되지 않는다. 육해공 모든 자연공간으로 비밀 침투해 송곳으로 찌르듯 임무를 수행하고 빠져 나오는 전천후 특수부대다.

해군 특수전 부대 막사에서는 어딜가나 산악인 엄홍길씨의 사진을 볼 수 있다. 세계 산악인 중 8번째, 아시아인으로서는 처음 8,000m 이상 고봉 14좌를 모두 등정한 ‘작은 탱크’ 엄홍길씨의 사진이다.

엄씨는 해군 특수전 부대대원들의 자랑스런 후배이자 선배다. 엄씨는 1986년 자원입대해 UDT 훈련과정을 수료하고 특수전 부대원으로 근무한 바 있다. 엄씨는 14좌를 완등한 후 “UDT 훈련경험이 큰 힘이 됐다”고 술회했다.


인간의 한계를 넘나드는 고도의 인내력

엄씨가 말한 UDT훈련 경험은 두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인간의 한계를 극한까지 밀어 올리는 육체적 훈련과, 이 과정에서 길러지는 고도의 인내력을 말한다.

UDT/SEAL 훈련과정을 통과한 대원들은 그래서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상대를 파고드는 듯한 살기와 생존본능이 쏘아져 나오는가 하면, 때로는 면벽 참선한 스님의 안광처럼 상대를 편안하게도 한다.

21세기는 바다의 시대. 한국의 미래는 바다에 달려있다. 주변국들도 똑같이 바다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고 있다. 바다는 넓고 험하다. 한국의 배타적 경제수역(EEZ) 면적은 국토면적의 3배에 달한다. 한국 수출입 화물의 95% 이상이 움직이는 해상교통로는 전세계 모든 바다로 연결돼 있다.

바다는 넓은 만큼 위험도 많다.위험은 풍랑과 같은 자연요소에 국한되지 않는다. 인적요소의 위험이 더 크다. 각국이 바다자원 획득과 이용을 위해 앞다퉈 경쟁하고 있는 상황을 말한다.

바다를 둘러싼 국가간 이해충돌이 저강도 분쟁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스스로 바다를 지키고 개척할 능력이 없는 국가는 21세기 낙오자가 될 수밖에 없다.

한국의 내일이 바다에 있다면, UDT/SEAL은 21세기 해양주권 수호의 최정예ㆍ최선봉 부대다. 해군 특수전 부대는 기존의 소규모 특전전대에서 여단으로 증편됐다. 하지만 출발은 작았다.

해군이 UDT를 창설한 것은 1955년 11월25일. 창설 요원은 미 해군 UDT 과정을 수료한 해군장교 7명과, 이들이 교육시킨 25명이었다. 1기 교육생도는 무려 300여명이 지원해 12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수중폭파 임무에 초점을 맞췄던 UDT는 1975년 육해공 전천후 특수타격임무를 맡는 SEAL 개념을 도입하면서 UDT/SEAL로 발전했다. 이 같은 영역확대는 베트남전에서 활약한 미 SEAL 부대의 효용성에 자극받은 바 크다. 해군 특수전 부대는 여기에 폭발물 처리 임무인 EOD를 부가해 일당백의 전투력을 갖게 됐다.


일당 백의 전투력으로 무장

한국 UDT/SEAL은 미 해군SEAL 부대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전투력에서는 결코 그에 뒤지지 않는다.

한ㆍ미 SEAL 합동훈련은 매년 10차례 내외. 미 SEAL은 한국팀의 훈련과 팀워크를 “세계최강”으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다만 미군에 비해 화기와 통신장비 등의 수준이 뒤떨어진 게 흠이라면 흠이다. UDT/SEAL을 운용한다는 자체는 국력을 상징한다. 한국은 이제 해외각국에서 교관요원 파견 요청을 해 올 정도로 막강한 명성을 갖고 있다.

UDT/SEAL은 무엇보다 저비용ㆍ고효율 부대라는 데 그 특징이 있다. 미사일이나 대형함정과는 비교가 안되는 저비용으로 정확하고 강력한 타격력을 갖기 때문이다.

UDT/SEAL은 전시와 평화시에 모두 효용성을 갖고 있다. 전시 임무는 만능에 가깝다. 해상, 해저, 공중으로 적 후방에 침투하는 것이 우선이다. 감청, 첩보수집, 후방교란, 첩자수송, 주요 시설물 파괴, 요인납치ㆍ암살, 구출, 미사일과 폭격 표적유도 등이 포함된다.

미 해군 SEAL은 1991년 걸프전에서그 능력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미 공군의 스마트 폭탄이 이라크 주요 방공시설을 외과수술하듯 정밀폭격할 수 있었던 것은 사전 침투한 SEAL이 표적을 유도했기 때문이다.

최첨단 무기도 SEAL이란 인적요소가 없으면 효과가 반감한다. 다국적군 지상부대가 무혈에 가까운 작전을 벌일 수 있었던 것도 SEAL에 힘입은 바 크다.

SEAL이 상륙기만작전을 펼침으로써 이라크의 주력부대를 분산시킨 것이다. 이라크 최정예 공화국 수비대 2개 사단의 발을 묶어 놓은 기만작전에 동원된 SEAL 대원은 단 1개 팀(7명)이었다.

평화시 한국 UDT/SEAL은 해저정찰, 수로개척, 구난, 구조, 수중 폭발물 제거 등 물과 관련된 거의 모든 업무에 투입된다. 1970년대 초반 포항제철 부두 건설을 위한 수로개척과 해저 파이프라인 건설 등 해양토목공사는 이들이 맡았다.

1993년 서해 페리호 침몰 당시 사망자 전원 인양이란 기적이 벌어진 것은 이들과 해난구조대(SSU)의협력 덕분이었다. 1998년 꽁치어망에 걸린 북한 상어급 잠수함을 확보ㆍ인양한 것 역시 UDT/SEAL이었다.

한국 UDT/SEAL은 베트남전에서도 우리 함정보호를 위해 원거리 출동을 했다. 평화시에는 국제평화를 위한 작전에 투입됐다. 동티모르의 한국 평화유지군(PKF)을 지원하는 군수지원함을 위해 보호 임무를 수행한 것이다.


철저한 팀작전, 진한 전우애로 뭉쳐

해군 특수전 부대 문석준 중령은“오리발을 신으면 바다가 편안하다”고 말했다. 말 그대로UDT/SEAL 대원에겐 바다와 갯벌이 제2의 고향이다.

바다와 갯벌은 적으로부터 대원들을 보호하는 자연의 선물이다. 이들의 침투작전이 주로 바다를 통해 이뤄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잠수정이나 보트를 타고 적 해안으로 다가간 뒤 잠수나 수영으로 상륙하는 것이 이들의 통과의례다.

수중침투는 공중이나 육상과 달리 성공률이 매우 높다. 15번 시도에서 14번 이상의 성공률을 갖는다.

조수간만의 차가 큰 서해안 작전에서 갯벌통과는 필수다. 갯벌은 대원들에게 엄청난 체력소모를 요구하지만, 더 없는 은폐ㆍ엄폐물이 되기도 한다.

UDT/SEAL 대원들이 가슴까지 빠지는 갯벌에서 지옥훈련을 받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갯벌이 고향처럼 포근하게 느껴질 때 이들은 비로소 UDT/SEAL 대원이 된다.

UDT/SEAL은 철저한 팀 작전을 펼친다. 1개 팀은 장교와 부사관, 병으로 혼합 구성된다. 팀원들이 사용하는 무기도 역할에 따라 다르다. 팀원은 통상 2~3년간 바뀌지 않는다.

형제보다 더한 전우애로 뭉친 이들은 눈빛만으로 서로의 마음을 읽어낸다. 훈련과 임무가 혹독한 만큼 인적 손실이 없을 수 없다.

문석준 중령은 “평소의 강인하고 철저한 훈련만이 사고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동생과 처남이 UDT/SEAL 대원이었던 문 중령은 1988년 팀스피리트 훈련 중 처남을 잃은 상처를 갖고 있다. 해군 특수전 부대장은 미국에서 심해잠수와 해난구조 훈련을 받은 ‘물 전문가’다. 잠수병 환자를 국내에서 치료시술한 1호 인물이기도 하다.

아울러 구축함을 비롯한 각급 수상함 지휘경력과 함께 육상근무 경험까지 두루 거친 전천후 지휘관이다. 특수전 부대장은 “UDT/SEAL 대원은 사명감과 명예를 먹고 사는군인”이라고 말했다. 돈(보수)의 유혹을 받는 대원이 없을 뿐 아니라, 그러면 이 생활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UDT/SEAL은 명령만 떨어지면 언제, 어디든 출동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전 여단장은 “해양권익 수호를 위해 기동력있는 특수부대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며 부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저강도 분쟁에서 가장 효율적인 부대가 UDT/SEAL이라는 것이다. 그는 임무영역의 확대에 맞춰 해외 특수부대의 선진 장비를 도입하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미 해군은 5대양을 작전무대로 한다. 미국의 국력을 상징하며 국익을 전진방어하는 거대 항공모함 전투단 앞에는 ‘보이지 않는 부대’ SEAL이 존재한다.

강대국 틈바구니에 숙명처럼 끼여있는 한국에게도 UDT/SEAL은 히든카드 역할을 할 수 있다. 약자가 보유한 강력한 특수전 부대는 상대에게 ‘일격’의 위협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배연해 주간한국부 기자

김명원 기자

입력시간 2001/07/12 19:29


배연해 주간한국부 seapowe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