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

[트랜스 젠더] 반대의 性으로 사는 '아웃사이더'

[트랜스 젠더] 반대의 性으로 사는 '아웃사이더'

사회적 편견 떨치고 세상밖으로 화려한 외출

한 몸 안에 서로 상반된 두 개의성(性)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남성의 신체를 갖고 태어났지만 오히려 여성적 기질이 훨씬 강하거나, 그 반대의 경우에 있는 사람들이다.

우리 사회의적지 않은 사람들이 본래의 성을 부정하고 새로운 성으로 새 삶을 찾아 나서고 있다.

‘트랜스젠더(Trans-Gender)또는 트랜스섹슈얼(Trans-Sexual)’이라고 하는 성전환자들이 바로 그들이다.

사회적 편견 때문에 어둠 속에서 아웃사이더로 살고 있는 트랜스젠더의 세계를 살펴 본다.


“정신과 마음이 원하는 성으로 살겠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고급 바에 다니는 이찬(22)씨는 한 가정의 어엿한 가장이다. 그는 이곳에서 웨이터로 일하며 버는 수입으로 2년전 만난 아내 정미라(29ㆍ가명)씨와 단란한생활을 꾸려가고 있다.

하지만 그는 항상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을 떨칠 수가 있다. 가장으로서 해주지 못하는 것이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그와 아내의 부모는 아직 두사람의 결합을 인정하지 않는다.

물론 혼인 신고도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찬씨는 아직 법적으로 여성의 신분이다. 그는 불과 4~5년전만 해도 평범한 여자였다. 마음만은 아니었지만 여학교에서 여자 옷을 입고 학창 시절을 보냈다.

딸만 넷인 딸 부잣집의 막내여서 ‘선머슴처럼 키워 남자같이 씩씩하다’는 소리를 듣긴 했어도 그의 몸은 분명 여자였다.

그러나 이씨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자신을 여자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항상 여자를 좋아했다. 같은 여자 친구가 아닌, 이성으로 여자를 사랑하고 원했다.

‘여자를 성적으로 원하는 여자’라는 사실에 스스로가 소스라치게 놀라기도 했지만, 자연스런 감정을 막을 순 없었다. 그런 고민에 휩싸일 즈음, 7살 연상인 지금의 아내를 만났다.

그리고 결심했다. 타고난 몸뚱이가 아닌 정신과 마음이 원하는 성(性)으로 살아가겠노라고. 이씨는 완전한 남성이 되고자 병원에서 호르몬 치료를 받고있다. 지금 이씨는 심리적, 육체적으로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성(性)전환자인 트랜스젠더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예전 같으면 출연을 금기시했던 방송사들이 경쟁적으로 트랜스젠더들을 등장시키고, 스포츠신문 등 도하 신문들도 이들에 대한 지면을 할애한다.

미모의 트랜스젠더 스타 한명이 그간 우리 사회에서 ‘소수의 성(性)’으로 숨죽이고 살아 가던 성전환자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유교적ㆍ가부장적 가치관이 강한 우리사회에서 동성애자나 트랜스젠더에 대한 의식은 매우 부정적이다. 무지했다고 하는 편이 더 적절하다.

동성애자 하면 정신적, 육체적으로 문제가 있는‘변태 성욕자’ 정도로 치부해 버린 것이 사실이다. 동성애자중에서도 여러 유형이 존재하며, 이들도 우리와 똑같이 인간으로 존중되고 보호 받아야 할 인격체라는 사실을 간과했다. 애써 외면 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

단순히 이들을 기분 나쁜, 징그러운 존재라는 편견을 가졌을 뿐 ‘그늘진 소수 집단’에 대한 배려는 없었다. 최근 주목 받는 하리수라는 미모의 트랜스젠더가 매스컴의 각광을 받지만 그역시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불행한 이방인 중 한 사람이었다.

트랜스젠더인 최모(28)씨. 외아들로 태어난 그는 10년전 일본에서 남성을 제거하고 여성이 되는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 누가 봐도 완벽한 여자로의 변신에는 성공했지만, 사회는 그를 받아주지 않았다.

부모님에 대한 죄책감으로 집도 나왔다. 취직을 하려고 이곳 저곳을 돌아 다녔으나 주민등록증의 성별과 다른 외모 때문에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결국 그가 갈 수 있는 곳은 룸살롱 같은 유흥업소 밖에 없었다. 그곳에서 여자 접대부로 일하며 근근히 생활해 나갔다. 보통 여자처럼 살고 싶었지만 이 사회에서 그것은 한낱 꿈이었다. 그는 아직 그 바닥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트랜스젠더의 삶은 크게 두 가지중 하나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죽음으로 이 세상을 등지느냐, 아니면 음지에서 자신의 성을 갉아먹으면 사느냐 입니다”라는 그의 말은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선천적 기질, 의학적인 결정이 전제돼야

흔히 ‘트랜스젠더’ 하면 일반인들은 흔히 남자 동성애자인 호모나 게이, 여자 동성애자인 레즈비언 등으로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트랜스젠더는 이들과는 판이하다. 호모나 레즈비언은 본래 자신의 성은 그대로 인정하면서 개인적인 성향이나 취향에 따라 동성에 성적 관심과 매력을 갖는 것이다. 방송을 꺼리던 공중파에서도 트랜스젠더의 출연이
자연스러워졌다. <류효진/사진부 기자>

반면 트랜스젠더는 타고난 자신의 육체적 성으로는 도저히 살 수 없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스스로를 ‘선천적 기형’ 또는 ‘성적 돌연변이’라고 말한다. 이들은 타고난 육체적성 정체성을 부정하고 반대의 성으로 살아 갈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이들은 호모나 레즈비언과 달리 자신의 육체적 성을 기꺼이 버리고 새로운 성으로 살아가면서 받아야 할 고통과 불편도 충분히 감수하겠다는 자세를 취한다.

다시 말해 트랜스젠더는 후천적인 성향이나 취향 같은 일시적 호기심 차원이 아니라, 선천적인 기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반대의 성으로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트랜스젠더냐, 아니냐를 판단하는 대는 반드시 의학적인 결정이 전제가 된다.

성전환 수술을 받으려면 반드시 정신과의사로부터 성주체성장애(Gender Identity Disorder)라는 판정을 먼저 받아야 가능하다.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으려는 트랜스젠더는 보통 2년간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주사와 항남성호르몬제 등을 지속적으로 받아야 한다.

이런 호르몬 주사를 1년 정도 맞으면 남성의 발기나 성욕이 사라진다. 6개월 이상 여성 호르몬을 투여 받으면 정자 생성 능력을 완전히 상실해 추후 호르몬 주입을 중단 하더라도 임신 능력이 상실되는 등 완전한 남성으로 복원되지 못한다.

따라서 상당수 전문의들은 호르몬 치료를 받느냐, 안받느냐에 따라 트랜스젠더냐, 레즈비언 같은 단순한 동성애자냐를 구분하는 기준으로 삼기도 한다.


국내 2,000명 정도추산, 성전환 수술은 10% 안돼

트랜스젠더는 크게 두가지 부류가있다. 우선 남성으로 태어났지만 여성적 기질을 갖는 MTF(Male to Female)형과 여성으로 태어났지만 남성으로 살고자 하는 FTM(Female to Male)형으로 구분된다.

외국 통계에 따르면 MTF는 3만명당 한명, FTM는 10만명당 한명 꼴로 발생한다. 아직 통계 자료가 없어 정확히 알 순 없지만 국내에는 약 1,500~2,000명 정도의 트랜스젠더들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중 5~8% 정도가 성전환 수술을 받는다.

프리마크리닉의 장송선(비뇨기과 전문의)원장은 “호르몬 치료를 받으러 오는 환자들을 보면 대학생, 의사, 디자이너, 학원강사, 재수생, 컴퓨터 전문가 등 유흥업소 종사자 보다 일반직 종사자들이월등히 많은 편”이라며 “우리 사회는 단지 이들이 정상적인 성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이유만으로 터부시하고 배척하는데 그것은 소수의 성에 대한 다수의 횡포다.

그들의 인권도 평범한 다른 사람처럼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법적인 性 인정엔 큰 제약

트랜스젠더들의 관심사는 법적으로 자신의 성별을 인정 받는 것이다. 자신의 실제 성(性)과 법적 성(性)이 달라 취업 등 사회 생활에서 큰 제약과 차별을 받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후천적인 성전환을 인정한 경우는 단 두번 뿐이다. 1990년 대전지법 천안지원 하철용 판사는 여성으로 성전환한 김모(당시 23세)씨가 낸 호적 정정신청에서 “원고의 외부 성기와 구조 및 정신과학적 상태로 볼 때 여성과 다를바 없는 만큼 사회적ㆍ법률적으로 여성으로 생활하는데 불편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원고승소 판결했다.

같은 해 청주지법도 성 전환 수술을 받은 윤모(당시 23세)씨가 낸 신청을 받아 들였다. 그러나 이 사례를 제외하곤 대부분의 호적 정정 신청은 패소했다.

국내에서 남녀 성별 판별에 대한 현행법상 확고한 기준은 없다. 따라서 성별 판별은 판사의 재량에 속해 있다. 최근 법원은 성별 전환 신청이 잇따르자 성 염색체(남자=XY, 여자=XX)를 주요 법적 기준으로 삼고 있다.

송영웅 주간한국부기자 herosong@hk.co.kr

입력시간 2001/07/18 20:30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카카오
권동철의 미술산책
삐따기의 영화보기
배너
2022년 01월 제2912호
  • 이전 보기 배경
    • 2022년 01월 제2912호
    • 2022년 01월 제2911호
    • 2022년 01월 제2910호
    • 2021년 12월 제2909호
    • 2021년 12월 제2908호
    • 2021년 12월 제2907호
    • 2021년 12월 제2906호
    • 2021년 11월 제2905호
    • 2021년 11월 제2904호
    • 2021년 11월 제2903호
  • 이전 보기 배경
저번주 발행호 다음주 발행호
  • 지면보기
  • 구독안내
  • 광고문의
  • * 지면문의
    전화 : 02-6388-8088
    팩스 : 02-2261-3303
    주소 :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56길 19 드림타워 10층

    * 온라인 광고
    전화 : 02-6388-8019
    팩스 : 02-2261-3303
    메일 : adinfo@hankooki.com
    주소 :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56길 19 드림타워 10층

많이 본 기사

주간한국 유튜브 채널

서진의 여행 에세이

물메기, 굴… 겨울 해산물의 향연, 통영 별미여행 물메기, 굴… 겨울 해산물의 향연, 통영 별미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