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풍향계] 하한정국의 태풍 '선거무효'

7월 국회가 이번 주 중 사실상 막을 내린다. 국회는 18일 본회의를 열어 6월 국회에서 넘어 온 민생ㆍ개혁 법안 숙제를 처리한다. 이번에 처리되는 법안은 모성보호 관련 3개 법안과 의료법, 약사법, 조세특례제한법, 건축사법, 병역법, 자유무역지역지정법, 근로자복지기본법등.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시정 촉구결의안과 2010년 세계박람회 유치결의안 등 2건의 결의안도 채택된다.

그러나 여야는 18일 이후의 의사일정에는 합의를 하지 않은 상태여서 이날로 7월 임시국회가 사실상 매듭지어진다.

이번 회기에 처리하지 못한 돈세탁방지법 등 일부 쟁점 법안과 추경예산안은 8월 임시 국회 또는 9월 정기국회로 이월이 불가피하다.

민주당 이상수 총무는 “한나라당이 요구하고 있는 언론세무조사 국정조사 문제는 검찰수사가 마무리된 뒤인 8월 중순께 총무회담을 갖고 추경안과 함께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8월 중순쯤 임시국회 소집의사를 밝힌 것이다.


여야 구도에 중대변화 예고

임시국회가 마무리되는 이번 주 후반부터 정치권은 시기적으로 여름방학에 들어간다. 이른바 하한정국이다.

하지만 언론사 세무비리에 대한 검찰수사가 계속되고 있어 세무조사를 둘러싼 여야 공방이 잦아들기는 어려워 보인다.

하한정국에 여야 정치권을 긴장시키고 있는 것이 또 있다. 대법원의 잇단 선거무효 판결 등으로 재선거 준비가 화급한 현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지금까지 선거무효판결이 내려진 곳은 서울 동대문 을과 구로 을 두 곳.

그러나 2심 판결로 사실상 의원직 상실이 확실시 되는 서울 금천, 강원 강릉, 경남 마산 합포까지 합하면 법 규정에 따라 10월25일에 치러질 재선거 지역은 5곳이나 된다.

이밖에 1심에서 당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판결이 나온 선거구나 재정신청이 받아들여진 선거구까지 합하면 내년 봄까지 10여 곳에서 재선거가 치러질 가능성이 있다.

이 같은 일련의 재선거는 현재 3당 연합으로 박빙의 과반수를 유지하고 있는 여야 구도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 현재 여야의석 분포는 민주당 114석, 한나라당 132석, 자민련 20석, 민국당 2석, 한국신당 1석, 무소속 2석이다.

민주당 자민련 민국당의 3당 연합은 136석으로 재석과반수(선거무효로 재적의석은 271석)를 간신히 지키고 있다. 한나라당이 10ㆍ25재보선 5곳서 모두 승리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한나라당이 모든 곳에서 승리하지 않는다 해도 현재 친 한나라당 성향을 보이고 있는 한국신당 김용환 의원과 무소속 강창희 의원의 변수를 감안할 때 여당이 10ㆍ25 재선거에서 부진할 경우 그 이후의 정국운영에서 큰 어려움에 봉착할 개연성이 있다.

또 10ㆍ25 재선거결과는 내년 6월의 지방선거와 12월의 대통령선거 기류에 적지 않은 파급효과를 미칠 수 있다.

10ㆍ25 재선거를 ‘미니 총선’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야가 벌써부터 재선거 준비를 서두르지 않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민주당의 경우 김대중 대통령이 7월12일 청와대 최고위원회의에서 “반드시 이길 후보를 공천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나라당도 “잘 하면 내년 봄까지는 야당 단독으로 과반수를 확보할수 있다”며 강한 기대감을 표시하고 있다.


10ㆍ25 재선거 앞두고 벌써 ‘긴장감’

여야 모두 반드시 이기는 선거를 치르기 위한 거물급 투입설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이 같은 분위기를 감안할 때 무리가 아니다.

민주당에서는 김중권 대표의 재선거 출마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김 대표가 대표직을 수행해 오면서도 지지도가 오르지 않고 있는 현실을 감안, 서울 동대문 을 또는 구로 을에 출마해 정치적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는 얘기들이다.

하지만 김대표 측은 “경쟁력 있는 후보들이 즐비한 수도권 재ㆍ보선에 나갈 계획이 없다”고 일축했다. 재선거 투입설이 나돌았던 노무현 상임고문도 보도자를 통해 “10월 재ㆍ보선에 출마할 의사가 전혀 없다”고 미리 쐐기를 박았다.

구로 을에는 선거무효 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한 장영신 전 의원의 재출마 가능성이 높으나 장 전 의원은 “당과 의논해서 결정하겠다”고 일단 한 자락을 깔고 있다. 일부에서는 김병오 국회사무총장이 연고지라는 점에서 거론되기도 한다.

한나라당에서는 김영구 전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동대문 을에 홍준표 전 의원, 장광근 부대변인 등이 거론되고 있다. 구로을에는 이승철 지구당위원장이 재출마 의욕을 불태우고 있는 가운데 중량급 인사 투입설도 나오고 있다.

2심에서 의원직 상실이 사실상 확정된 민주당 장성민 의원(서울 금천), 한나라당 김호일 의원(경남 마산합포), 최돈웅 의원(강원강릉) 등은 대법원 확정 판결 전에 의원직을 사퇴할 경우 재출마할 수 있는 경우다.

따라서 이들은 의원직을 사퇴한 뒤 재출마를 적극 검토하고 있으나 여론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변수다.

이계성 정치부차장

입력시간 2001/07/18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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