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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오늘] 神의 나라는 가라

[어제와 오늘] 神의 나라는 가라

일본의 ‘자유주의사관 연구회’는1995년 7월 종전 50주년을 앞두고 결성됐다.

“이데올로기에 사로 잡히는 것이 아니라 자유로운 입장에서 담대한 역사를 직시한다”는 것이 이 연구회의 설립 목적이다. 연구회는 1997년 1월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란 실행기구를 구성, 올해 7월에는 ‘새로운 역사 교과서’에 대한 검정인정을 받았다.

한ㆍ일 간에 이 중학교 역사교과서 때문에 격랑이 일고 있다.

그러나 서울과 도교의 정부의 울타리 밖에서 ‘자유주의사관’과 ‘새로운 역사 교과서’에 맞서는 세력이 있다. 이름을 붙인다면 ‘신(神)의 나라는 가라’는 그룹이다.

한국쪽에는 지난해 8월에 ‘일본 지식인과 한국’을 낸 국민대 한상일 교수가(‘일본제국주의의 한 연구’로 82년에 한국 정치학회상 수상) 있다.

일본에는 지난 3월 ‘새 교과서’가 검정에 들어가자 일본 과학자 상임간사회, ‘어린이와 교과서 전국 네트워크 21’ 등 5개 단체가 맞섰다.

이들을 대표해 일본전쟁책임자료센터소장 우에스기 사토시, 동경 학예대학교수 기미지마 가즈히코, 학습원대 겸임강사 고시다 다카시, 류큐대학 나카시마 노부요시 교수 등은 ‘신의 나라는 가라’라는 책을 냈다.

이들이 쓴 논문 중 기미지마 가즈히코 교수(‘교과서의사상-일본과 한국의 근 현대사’의 저자)의 새로운역사 수정주의 비판은 자유주의사관 연구회의 역사인식을 날카롭게 파고들고 있다. 기미지마 교수는 자칭 ‘자유주의자’들을 자유적인(Liberal)인 것을 멋대로 수정한 수정주의자로 보고있다.

‘자유주의자’들은 1945년 패전 후 일본의 역사 기술은 모든 전쟁 책임을 인정하는 ‘자학(自虐)주의’로 보고 있다.

그러나 기미지마는 이번 ‘새교과서’와 그 원본인 ‘국민의 역사’를 면밀히 따지면 이는 ‘자유주의’ ‘자학’이란 이름을 내세우고 다른 국가에 끼친 피해를 덮어버린 ‘타학(他虐)주의‘로 분석하고 있다.

가와지마 교수에 따르면 ‘자유주의자’들이 일본이 한국ㆍ중국ㆍ동남아 등지에 침략전쟁을 벌인 것을 인정한 것은 미국이란 승자가 연 도쿄국제전범 재판을 순종한 자학 때문이다.

일본의 침략전쟁 역시 1904년 러ㆍ일 전쟁이후 일본을 억누르려는 미국의 봉쇄정책에 맞서는 자위자존정책의 발로였다.

‘자유주의자’들은 “역사는 과학이 아니다”라면서 일본의 역사가는 일본의 한국과 중국 침략, 미국 진주만 기습 등에 대해 나름대로의 인식을 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역사는 신화’라면서 천황이 신(神)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가와지마 교수는 “이들 ‘자유주의자’들은“사실의 확정을 부인하기 위해서는 ‘역사는 과학이 아니다’고 말하고, 사실이 아닌 것을 역사 즉 사실로 하기위해 ‘모든 역사는 신화이다’라는 적당편의사관 주의자들이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래서 ‘새 교과서’에서는 한반도는 일본을 향한 흉기로 묘사됐다. 러ㆍ일 전쟁 후 영국이 인도, 미국이 필리핀 문제로 일본의 조선 지배를 용인한 것을 미국, 영국, 러시아가 “적절한 것이다”라고 지지했다고 합리화 시키고 있다.

1905년 한국에 통감부가 설치되고 1910년 강제병합까지 있었던 강압적 수단을 통한 침략적 행위는 모두 생략했다. ‘조선총독부’나‘식민지’라는 단어는 아예 한 곳에서도 쓰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국민대 한상일 교수는 ‘자유주의자’들의 움직임을 너무나 일찍 간파했다.

일본 지식인들의 한국에 대한 인식이 교과서 수정, 개정 작업을 통해 모습을 드러낼것이란 것을 30여년간의 일본연구를 통해 예측할 수 있었다.

미국 클레아몬트 대학에서 일본 정치사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일본식 자유주의사관 주의자도 마르크시즘사관도 극복할 수 있었다.

1992년 1월 미야자와 기이치 총리는 서울에서 종군위안부의 창설, 모집 운영에 일본군이 관여 했음을 인정했다. 그는 “그분들의 고통과 아픔에 대해 충심으로 사과하고 반성한다”고했다.

그 후 일본의 소위 지한파(知韓派)들은 정치 혐한(嫌韓)론자가 되어갔다. 한박사는 ‘분게이 슌주’, ‘쇼군’, ‘겐다이ㆍ코리아’ ‘자유주의사관 연구회’의 등장을 예측할 수 있었다.

혐한론자들은 “한국 정치지도자들은 국가건설을 위한 의지나 전략도 비전도 고갈 되어 있다. 오늘의 한국은 무기력한 상태에 빠져 있다… 안전보장은 미국에, 경제는 일본에 의존하려 하고 있으며…한국인은 입으로 반일을 외치면서도 중요한 일은 일본에 의존하려는 타자의 존적 사상에 빠져있다”고 보고있다.

물론‘자유주의자’들도 이렇게 보고 있을 것이란 게 한박사의 결론이다.

이들 ‘자유주의자’, 혐한론자’가 가야할 길은 그런 나라(한국)와 해협을 사이에 두고 살아가는 ‘신의 나라(일본)’를 떠나는 것이다. 그래야 자학도 느끼지 않고 자유로와 질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하기 싫으면 자기검증이 있는 반성의 길을 택해야 한다.

박용배 언론인

입력시간 2001/07/18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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