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ㆍ25 재선은 대선 전초전?

여야 사활건 필승전략 짜기, 대선 분위기 조기 과열 우려

정치권에 다시 선거바람이 불고 있다.

한나라당 김영구, 민주당 장영신씨 등의 의원직 상실 등 지난해 4ㆍ13 총선 결과에 변화를 주는 판결이 잇따르고 있고 결원 보충을 위한 재선거일도 10월25일로 잡혔다.

◁ 민주단 당4역회의에서 김중권 대표가 이미경 3정조의원장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손용석/사진부기자>

당장 10월25일 치러질 예정인 재ㆍ보선 지역은 서울 동대문 을, 구로 을 등 2곳을 포함해 고법 판결로의원직 상실 가능성이 높아진 서울 금천, 강원 강릉, 경남 마산시 합포 등 5곳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실로 ‘미니 총선’을 방불케 할10ㆍ25 재보선에서 여야는 사활을 건 총력전을 펼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여당 거물급 투입석, 본인들은 부인

벌써부터 선거채비를 서두르고 있는 여야 정치권의 움직임 가운데에서 흥미로운 것은 민주당 김중권 대표의 서울지역 재선거 투입설이 흘러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김 대표의 재선거투입설에는 두 가지 측면이 모두 함축돼 있다.

우선 수도권 지역에서의 필승을 위해 김대중 대통령 등 여권 핵심부가 거물급 투입을 고려하고 있다는 측면이 하나 있다.

다른 하나는 오히려 대표 취임후 6개월이 지났지만 대권 후보로서 크게 인지도 및 지지도가 올라가고 있지 않은 김 대표 측에서 마지막 ‘돌파 카드’로 서울 재선거 출마를 고려할 수 있다는 측면이다.

김 대표가 서울지역 재보선에 나선다면 현재로서는 장영신씨가 의원직을 상실한 서울 구로 을 지역의 재선거나 아니면 정대철 최고위원의 알선수재혐의가 대법원에서 확정될 경우의 서울중구 보궐선거가 유력하다.

386 운동권 출신인 허인회씨가 선거무효 판결을 따 낸 서울 동대문 을 재선거도 있으나 이 지역은 허씨가 강력 반발할 경우, 공천 파동이 일어날 수도 있어 가능성이 낮은 편이다.

일단 김중권 대표측은“경쟁력 있는 후보들이 즐비한 수도권 재보선에 나갈 계획이 없다”고 일축하고 있다.

이는 나갈 때 나가더라도 미리 야당측을 자극할 필요도 없고, 만에 하나 출마해서 낙선할 경우의 충격과 부담을 감안한 어법을 풀이된다. 민주당 이상수 총무는 그러나 “지도부 출마는 아직까지 거론된 적이 없다”며 최종적인 결론을 유보, 미묘한 여운을 남겼다.

김 대표와 함께 서울지역에 투입할 수 있는 또 다른 거물로 거론되고 있는 노무현 상임고문측은 보도자료까지 돌려가며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강력 부인했다.

여기에는 언론사 세무조사 정국에서 특정 신문과 첨예한 대립 각을 형성하면서 나름대로 대선 고지를 정비해 가고 있는 노 상임고문에 대한 ‘김빼기’아니냐는 의구심도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김 대표의 경우는 좀다르다. 김 대표는 여야 대치 정국에서 이렇다 할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가 자체 여론조사 결과도 그렇게 고무적이지 않다.

김 대표 진영에서 수도권내 20~30대 학생 주부 직장인 등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6개월 넘게 민주당을 이끌어 온 김 대표의 지지도와 인지도가 예상외로 저조하게 나타났다.

특단의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는 게 김 대표 진영의 분석이고 그 방안의 하나로 검토되는 것이 출마 카드일 수 있다는 관측은 전혀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 한나라당당 이회장 총재가 확대당직자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최종욱/사진부기자>

또 한 가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대목은 2심에서 선거 관련인에 대한 실형 선고로 의원직 상실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민주당 장성민(서울 금천), 한나라당 김호일(경남 마산시합포) 최돈웅(강원 강릉) 의원의 의원직 사퇴여부다.

이 들은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을 받은 뒤에는 재선거에 출마할 자격을 잃어버리나 대법 판결전에 의원직을 사퇴할 경우 치러지는 보궐선거에서는 출마할 수 있다.

이는 실정법의 맹점에 속하는 것이지만 법의 불비에 대한 논란 여부와는 상관없이 선관위가 이미 출마가 가능하다고 유권해석을 내렸기 때문에 해당 정치인은 대법 판결 전사퇴를 놓고 여론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장 의원은 일단 “의원직에 충실하겠다”고 밝히면서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그러나 장 의원이 최근 들어 지역구 활동에 부쩍 혼신의 힘을 다하는 것을 보면 이미 의원직 사퇴 후 보선 출마쪽으로 마음을 굳힌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 의원의 경우도 “고법 판결은 허위 사실에 기인한 것”이라며 이미 당지도부에 재출마 의사를 전했고 김 의원도 출마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들이 의원직을사퇴하는 것은 자유이나 중앙당이 이들을 공천할 수 있겠느냐는 점이다. 선거법 위반의 최종 확정 판결을 피해 편법으로 의원직을 사퇴한 이들에게 다시공천을 주기에는 공당으로서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여야 기세싸움 양상으로 번질 듯

어쨌든 정기국회 회기의 한복판에서 치러질 10ㆍ25 재선은 그 자체가 2002년 대선정국으로 가는 피할 수 없는 길목이다.

10ㆍ25 재선은 이후 이어질 또 다른 지역의 재보선과 2002년6월 지방자치선거에 연쇄 파급효과를 미치면서 결국 대선의 전초전 성격을 띨 것으로 보인다. 자연히 여야의 사활을 건 기세싸움이 전개될 수 밖에 없다. 정치권 안팎에서 대선 분위기 조기 과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언론사 세무조사를 둘러싼 공방,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답방 여부 등 남북문제, 경제회복 전망 등 각종 쟁점이 재보선의 주요 이슈로 부각될 것이란 점도 간과할 수 없다.

특히 지역정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수도권 지역에서의 선거 결과는 ‘대선 기류’의 하나의 시금석이 된다는 점에서 여야의 긴장도는 타 지역보다 훨씬 팽팽하다. 민주당에서 서울 등 수도권 필승을 위한 ‘거물급 투입설’이 흘러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10ㆍ25 재보선과 이후 잇따를 재보선이 16대 국회 자체의 여야 세력구도를 재편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태풍의 눈’이다.

현재 여3당 정책연합, 한나라당, 무소속 및군소정당의 의석 수는 각각 136, 132, 3 이다. 재보선 결과에 따라서는 이 구도 자체가 뒤바뀔 수도 있다. 민주당을 비롯한 여3당 정책연합은 국회 단독 과반수 유지를 위해 사력을 다할 것이고 한나라당은 거꾸로 자신들의 단독 과반수 확보를 넘볼 수도 있다.

이미 김 대통령은12일 청와대 최고위원회의에서 “반드시 당선될 후보를 공천하라”고 지시했고 이후 민주당은 박상규 사무총장이 직접 실무를 챙기는 등 총력체제에 들어갔다.

여소야대 구도로의 재역전까지 노리고 있는 한나라당 김기배 사무총장은 “재보선 압승을 통해 대선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것”이라며 속내를 감추지않고 있다.

고태성 정치부기자

입력시간 2001/07/19 10:45


고태성 정치부 tsgo@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