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곽드러내는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전

내년 지방선거의 꽃인서울시장 직을 놓고 한나라당의 내부 공천경쟁이 불꽃을 튀기고 있다.

서울은 전통적으로 비판성향이 강한 곳. 고건 현 서울시장도 국민회의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지만 당시엔 야당이었다. 더욱이 현재의 정국은 여당이 상당한 수세에 몰려있어야 당 후보로서는 과거에 비해 ‘승산있는 게임’을 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일까. 지금껏 관망세를 보였던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군들이 최근들어 기지개를 펴며 각개약진을 하고 있다.

정가에선 일단 홍사덕 전 국회부의장과 현대건설 회장 출신인 이명박전의원의 ‘양자구도’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당내에선 본인의사와 상관없이 최병렬 ㆍ이부영 부총재, 김덕룡ㆍ서청원의원 등도 하마평에 오른다.


과연 야당이 승산이 있을까

한나라당 사람들은 이에 대해 한마디로 낙관적이다. 지금의 기조가 유지된다면 수도권에서의 압승을 자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민주당에선 단호히 “NO”를 외친다. 지금 여권에 대한 지지도가 주춤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한나라당의 지지도도 정체상태를 거듭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뒤집어 생각하면 “여당에 실망한 이탈표가 야당으로 옮겨가지 않는다”는 의미. 결국 남은 10개월간 민심을 다잡으면 충분히 반전이 가능하다는 것이고 실제 그렇게 될 것이라고 본다.

한나라당내에서 최고의 선거전략가로 꼽히는 최병렬 부총재의 전망은 일방적인 것이긴 해도 여당의 주장과는 사뭇 다르다.

그는 “수도권 어느 지역구에 가서 민심을 접해보든 민심의 향배를 쉽게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야당이 후보만 잘 고르면 수도권에서 무조건 이긴다”고 단언했다. 다소 성급한 추측이긴 하지만 나름의 논거가 있다.

그는 “여당이 민심의 반전을 이야기 하지만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지방선거전까지 가장 큰 변수는 경제와 레임덕이다. 우선 경제는 예단할 수 없지만 내년 6월까지 그다지 획기적으로 좋아질 전망은 많지 않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이 그렇게 예상한다.

반면 대통령의 레임덕 현상은 가속화할 것이다. 어차피 집권 마지막 연차에 대통령의 힘은 약해질 수 밖에 없다. 여권 전체의 역량이 약해진다고도 할 수 있다. 이는 현정권이 뭘 잘했고 잘못했고 하는 문제가 아니라 역대 어느 정권에서나 반복돼 온 공통된 현상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남북문제가 극적으로 풀릴 가능성이 있지만 김정일 서울 답방 등의 카드가 어느 정도의 정치적 충격을 줄지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했다. 큰 호재가 될 수도 있지만 오히려 각종 무리수로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다.

그는 “여권이 반전을 기할 수 있는 카드는 제한적”이라고 강조했다.

사회 현상인 정치전망은 기계적 수치적 전망이 가능한 경제를 예측하기 보다 훨씬 어렵다. 그만큼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야당에서 이렇게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는 것도 이례적이다. 여당의 전망이 어떻든 야당의 분위기가 이런 만큼 1000만 인구를 가진 ‘서울대통령’을 노리는 야당의 후보군들의 경쟁은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홍사덕은 승부수를 던졌나?

그는 6월 4일 급작스레국회 부의장직을 사퇴했다. 그는 “지난해 부의장 후보 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때 중진 선배들이 많은데 당직은 한정돼 있는 만큼 부의장을 1년만 하겠다고 약속한 적이 있어 이를 실천하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표면적인 명분과는 달리 당내에선 시장출마를 겨냥한 공덕쌓기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그간 홍 전부의장의 기본적인 입장은 “이회창 총재에게 모든 것을 맡기겠다”는 것이었다. 그는 기회 있을 때마다 “나의 모든 행동은 2002년 대선 승리를 위한 것이다. 시장출마도 이 총재가 대선전략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하면 따를 것이다”라고 말해왔다.

물론 이 총재가 대선전략 차원에서 다른 용도로 그가 필요하다면 ‘흐르는 강물처럼’ 총재 뜻에 따라 흘러가겠다는 의미였다. 그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당내 경선에도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그러나 홍 전부위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명박 전의원이 열심히 뛰는 것 같더라. 복수후보가 되면 당내 경선도 불가피하겠지”라고 운을 띄웠다. 사실상 당내 경선에 적극적으로 임하겠다는 뜻을 담은 것.

당내에선 홍 부의장의 대중적인기와 달변에 걸맞는 지적 이미지 등을 감안하면 ‘본선 경쟁력’도 어느 정도 확보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예선인 당내 경선의 경우 이회창총재의 지지가 없다면 ‘자생력’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

또 지방선거가 대선 6개월전에 치뤄져 당의 재정지원을 그리 기대할 수 없는 점을 감안한다면 홍 전부의장의 ‘미미한’재력은 상대적으로 변수가 될 수 있다.


이명박, 재기를 향해 뛴다

불도저 같은 추진력과 실력으로 현대건설 회장을 지내며 성공신화를 연출했던 이명박 전의원도 서울시장의 ‘큰 뜻’을 펴기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15대 국회에서 선거법 위반으로 중도하차 한 그는 1년여의 미국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뒤 최근 이회창 총재의 대선 싱크탱크로 불리는 ‘국가혁신위 미래경쟁력 분과위원장’으로 컴백했다.

그가 아직 공식적으로 출마의사를 밝힌 적은 없다. 그러나 이회창 총재측에 출마의사를 전하며 강력히 밀어붙이고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실제 그는 사석에서 “여당이 서울시장 선거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 야당의 경우 정치인 출신 보다는 경영자 출신이 나서야 표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출마한다’고는 말하지 않았지만 사실상‘내가 적임자’라는 시사였다. 주변에선 “여당측이 선거에 이기기 위해 야당의 잠재적 후보를 스카우트하려고 전방위적으로 뛰고 있다”는 소리도 흘러나온다. 상품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다.

당내에서의 평가도 다양하다.‘지명도와 경영이미지 등을 감안하면 경쟁력이 있다’는 시각이 많지만 ‘선거법 위반 경력이 굴레가 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언제든지 뛰어들 수 있는준비된 후보들

당내에선 어차피 서울시장후보 결정이 경선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선이 확정되면 상황에 따라 언제든 출마를 할 수 있는 준비된 후보들이 야당에는 상당수 있다.

서울시장 출마경력이 있는 최병렬 부총재도 유력한 하마평에 오르나 본인은 “이미 졸업을 했다”고 손사래를 친다. 그는 내심 대선이후의 당권에 더 관심이 많다는 것이 일반적인 당내의 관측.

그러나 그가 홍전부의장 등 타후보군들이 가장 껄끄롭게 생각하는 잠재적 경쟁자라는데는 이론이 없다.

이부영 부총재도 주위의 기대를 받는 후보군 중 한명. “개혁성으로 승부하면 승산이 있다”는 평이지만 보수적인 당분위기에서 비토세력이 많아 당내 경쟁력이 다소 의문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김덕룡 의원도 당내 고정표를 기반으로 ‘본인이 뜻을 세우면 경선도 해볼만 한 싸움’이라는 것이 당내의 이야기. 그러나 ‘완벽한’ 비주류로 총재의 지원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자칫 상처를 입을 수 있는 위험한 선택을 할지에 대해선 다소 의문이다.

서청원 의원도 출마를 저울질 하고 있으나 아직은 뜻을 세우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내에선 그가 지난 총선때 고전 끝에 신승을 한 점을 들어 본선 경쟁력에 의구심을 표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5선에 정무장관과 사무총장 등을 지낸 화려한 경력과 안정감을 무기로 내세우면 선전을 기대할 수 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태희 정치부기자

입력시간 2001/07/19 10:53


이태희 정치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