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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항공우주 산업의 메카 ‘하트포트'

미국 항공우주 산업의 메카 ‘하트포트'

개인 능력 극대화하는 UTC 기업문화가 경쟁력 비밀

하트포드는 인류의 꿈을 향해 한발 앞서서 달려가고 있는 미래도시로 불릴 만하다. 하트포드에서는 하늘과 우주를 향한 인간의 염원이 어떻게 구체화하고 있는지를 볼 수 있다. 환경친화적 그린 에너지 개발 역시 하트포드의 자랑거리다. 하트포드는 항공우주ㆍ방위산업으로 대표되는 미국의 경쟁력을 대표하는 도시다.

하트포드는 미국 동부 코네티컷주의 주도다. 코네티컷주 인구는 미국 50개 주 중에서 27번째인 327만5,000여명.

하지만 1인당 소득은 미국 전체에서 3위를 차지할 정도로 높다. 코네티컷주가 규모에 비해 강력한 경제력을 갖고 있는 것은 미래지향적인 제조업 덕분이다.

△ 프랫 앤 휘트니는 판매된 엔진에 대한 애프터 서비스도 실시하고 있다.

하트포드의 첫인상은 이방인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항공우주ㆍ방위산업 중심지란 선입견, 다시 말해 어딘지 음침하고 거대할 것이란 생각은 아름다운 자연풍경을 만나는 순간 사라지게 된다.

하트포드는 전원도시다. 어딜가나 아름드리 수목이 들어선 공원이 있고, 수목사이 산책로에서는 조깅을 즐기는 시민들을 만날 수 있다.


전원 속의 공업도시

잘 보존되고 가꾸어진 전원도시가 다국적 항공우주ㆍ방위산업체와 공존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미국 경쟁력의 비밀일지 모른다. 공업지대하면 으레 거대한 굴뚝과 매연, 번잡함을 떠올리는 이방인에게 하트포드는 확실히 공업도시가 지향해야 할 모델로 여겨진다. 하트포드는 비선진국 방문객에게 질투심마저 느끼게 한다.

하트포드를 대표하는 제조업체는 유나이티드테크놀로지스 코퍼레이션(UTC)이다. 하트포드에 본사를 둔 UTC의 계열사는 미국이 제조업에서 국제 경쟁력을 갖고 있는 부문을 다수 포함하고 있다.

프랫 앤 휘트니 항공기 엔진, 오티스 엘리베이터 앤 에스컬레이터, 캐리어 냉난방 시스템, 시코르스키 헬기, 해밀턴 선드스트랜드 항공우주산업 시스템, 그린 에너지를 생산하는 인터내셔널 퓨얼 셀즈가 UTC의 사업부문이다.

UTC는 한국과도 인연이 있는 도시다. 한국 하늘을 지키고 있는 주력 전투기 F-16 엔진은 모두 UTC 계열사인 프랫 앤 휘트니 제품이다.

아울러 프랫 앤 휘트니는 한국의 2001~2003년분 F-16 엔진 23기도 주문을 받아놓고 있다. 프랫 앤 휘트니는 21세기에도 여전히 한국 군수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프랫앤 휘트니는 현재 한국 공군이 추진중인 차세대전투기(FX)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다.

FX 사업에서 경합하고 있는 기종은 4개. 미국 보잉사 F-15E, 프랑스 라팔, 유럽연합 유로파이터, 러시아 수호이(SU)-35 전투기다. 한국은 이들 기종에 대한 시험평가를 끝내고 최종 협상을 진행중이다.

한국은 올 연말까지 4개 기종 중 하나를 선정할 계획이다. 공군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 4개 기종은 공군요구조건(ROC)과 시험평가 사항을 모두 충족했다.

민간 관계자들은 각 기종의 가격과 기술이전 조건 뿐 아니라 국제정치학적 고려 등이 최종선정의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프랫 앤 휘트니 직원들이 조립된 제트엔진에 대한 최종검사를 하고 있다. 항공기 엔진은 안전성이 생명이다.

FX 사업에 걸린 프랫 앤 휘트니의 이해관계는 일차적으로 보잉사와 일치한다. 보잉의 F-15E가 선정돼야만 자사 엔진을 공급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절반의 가능성에불과하다. 프랫 앤 휘트니와 함께 미국의 양대 전투기 엔진 메이커인 제너럴 일렉트릭(GE)도 F-15E 엔진 공급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프랫 앤 휘트니와 GE는 자사 엔진공급을 위해 다각도 로비를 펼치고 있다. 프랫 앤 휘트니는 지금까지 미 공군을 비롯해 전세계에 취역한 1,500여대의 F-15에 모두 자사 엔진이 장착돼 있다는 점을 자랑하고 있다.

아울러 FX 사업에 제안된 F-15E가 지난 27년간 엔진 문제로 인해 비행을 중단한 사례가 한 번도 없었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해 GE는 F-4 팬텀 엔진 메이커로서의 전통을 등에 업고, 파격적인 가격을 제시하며 맞서고 있다. 엔진 가격이 FX 사업의 총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0% 정도로 추산된다.


총매출의10% 연구개발에 투자

하트포드의 진정한 매력은 UTC의 항공우주ㆍ방위산업 경쟁력에 있다. UTC는 지난해 매출 266억달러를 기록해 18억달러의 순익을 올렸다.

UTC가 고용하고 있는 직원은 15만6,367명. 이중 절반이 넘는 8만4,700명을 미국 밖에서 고용하고 있다. 해외지사는 220여개국 2,000개에 달한다.

UTC가 다국적 기업임을 나타내는 지표는 고용과 해외지사 분포에 그치지 않는다. UTC는 지난해 매출액 중 55%를 해외에서 올렸다.

미국정부를 상대로 한 매출은 28억달러로 총매출액의 11%에 그쳤다. 미국정부에 대한 매출 비율이 적다는 것은 UTC가 방위산업 부문이 아닌 민간부문에 주력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UTC는 지난해 포천지에 의해 미국내 57대 기업으로 선정됐고, 1999년에는 세계 500대 기업 중 125위에 랭크됐다.

UTC가 지난해 연구개발(R&D)에 투자한 비용은 총매출의 10%에 육박하는 22억달러에 달했다. 항공우주ㆍ방위산업체로서 UTC의 힘은 무엇보다 인력중시에서 나온다.

UTC는 학위과정을 원하는 직원에게는 학비와 책값 등을 전액 지원하는 인센티브 제도를 1994년부터 실시하고 있다. 일주일 3시간 정도는 강의를 들을 시간까지 배려한다. 학위과정 지원에는 근무연한이나 분야에 대한 조건이 없다.

UTC 계열사 프랫 앤 휘트니에 10년째 근무하고 있는 한국계 장원종씨도 이 제도의 수혜자다. 장씨는 당초 컴퓨터 하드웨어 엔지니어로 입사했지만 근무 중 MBA 과정을 수료하고 경영부문으로 자리를 옮겼다.

학위과정에 대한 지원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석사학위 취득자에겐 1만달러 상당의 회사 주식이 무상 지급되고, 박사학위를 받으면 또다시 1만달러 어치가 주어진다. 이 주식은 개인이 언제든 처분할 수 있도록 조건없이 지급된다.

학위 취득 후 회사를 옮기는 사람도 물론 있지만 회사측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

프랫 앤 휘트니의 국제사업개발본부레지 랜드럼 전무의 말. “학위과정을 위한 지원은 우리회사를 위한 투자일 뿐 아니라, 미국 항공우주산업 전체를 위한 투자이기도 하다.” 사원들로 하여금 변화에 적응하도록 준비시키는 것이 중요한 사기앙양 방법이라는 설명이다.

하트포드 외곽 미들타운에 있는 프랫앤 휘트니 엔진조립공장은 ‘공장’이 아닌 ‘농장’의 이미지를 풍긴다.

전원속에 단층건물로 이뤄진 미들타운 공장은 민수용, 군용엔진 등 8개 조립라인과 엔진 출력시험장을 갖추고 있다.

◁ UTC 계열사인 '시코르스키 헬기'는 세계 헬기업계의 대명사로 통한다. 시코르스키측은 대한항공과 블랙호크 헬기를 공동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73억달러 이상 매출을 기록한 프랫앤 휘트니 엔진의 대부분이 여기서 조립됐다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아담하고 전원적이다.

UTC의 주력사 중 하나인 프랫앤 휘트니는 대형 상용엔진, 대형 군용엔진, 우주 추진체, 애프터 서비스 사업부문 및 캐나다 공장으로 이뤄져 있다.

캐나다 공장에서는 중ㆍ소형항공기 엔진을 제작조립한다. 미들타운 공장 규모가 생각보다 작은 이유는 간단하다. 해외생산이 가격경쟁에 유리한 부품은 모두 하청을 주고, 최종조립과 실험만 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삼성 테크원도 부품 하청업체의 하나다.


1925년 설립, 항공기 엔진부문의 선도자

1925년 설립 이후 50만개 이상의 항공기 엔진을 제작한 프랫 앤 휘트니의 제품에는 세계최초란 수식어가 다수 따라 다닌다. 최초로 공랭식 피스톤 엔진을 제작해 엔진 무게를 획기적으로 줄인 것이 첫번째다.

음속돌파 엔진과 상용 제트여객기 엔진을 처음 제작한 것도 프랫 앤 휘트니다. 방향각을 조절할 수 있는 백터 분사 노즐을 개발해 전투기의 기동성을 높인 것 역시 프랫 앤 휘트니의 공헌이다.

프랫 앤 휘트니의 대표적인 엔진제품은 F100 시리즈. F100 엔진은 현재 세계 27개국에서 6,500대가 넘는 F-16, F-15 전투기에 장착하고 있다.

특히 1991년 출고를 시작한 F100-PW-229 엔진은 미 공군이 실시한 가장 엄격한 내구용 시험(AMT)에서 성능이 입증됐다.

이밖에 프랫 앤 휘트니의 대형상용 엔진은 150여개국 600개 이상의 항공사에서 사용하고 있다. 미들타운 공장의 8개 조립라인 중 군용 F119 엔진 조립라인은 공개되지 않았다. F119 엔진은 미 공군의 차세대 전투기인 F-22와 JSF에 장착된다.

상용 엔진 조립라인은 각 단계마다 엄격한 품질관리와 시험을 거친다. 조립시간 절감을 위한 다양한 방법이 적용되고 있다. 라인마다 관리자를 두고, 조립 시작 이틀 전 부품을 완비하도록 하고 있다.

조립공장의 바닥은 목재로 깔아 부품이 떨어져도 파손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조립단계 중 어느 하나에도 지연이 생기면 전체 라인이 지연되게 마련이다.

이를 막기 위해 지연 부서에는 경제적 벌책이 주어진다. 미들타운 공장은 이 같은 노력으로 1997년 36시간 걸리던 조립 시간을 지난해 절반인 18시간으로 단축했다.


무공해 에너지 발생기 분야에서 독보적 위치

하늘을 향하는 UTC의 제품은 항공기엔진이나 로켓 추진체에 국한되지 않는다. UTC계열의 오티스 엘리베이터 앤 에스컬레이터는 엘리베이터 분야 세계최대 회사다.

1889년 파리 에펠탑엘리베이터를 설치한 오티스는 앞으로 10년 후면 지구궤도의 정지위성까지 물건을 끌어 올린다는 야심을 갖고 있다.

▷ 조립이 완료된 제트엔진이 프랫 앤 휘트니의 미들타운 조립공장에서 분사 시험을 거치고 있다.

미래지향적인 UTC의 사업구상은 인터내셔널 퓨얼 셀즈(IFC) 사에서 두드러진다. 퓨얼 셀즈는 대기중의 산소와 수소를 이용해 전기를 일으키는 무공해 에너지 발생기.

퓨얼 셀즈는 1966년 아폴로 우주선에서 최근 우주왕복선에 까지 동력발생기로 사용되는 꿈의 에너지다. IFC는 퓨얼 셀즈의 상용화를 위해 750여명의 엔지니어, 연구원 등을 고용하고 있다.

IFC가 1991년 생산을 시작한 PC25 발전기는 200kw의 전력과 열을 발생시켜 150가구에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다.

PC25 발전기는 지금까지 15개국에 220여대 판매됐으며, 은행 비상전원과 알래스카 등 혹한지의 동력원으로 사용되고 있다. IFC측은 경량화와 가격인하를 통한 시장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2003년까지 민간 주거용으로 1,500달러 선에 공급하고, 2010년에는 자동차용으로 50달러까지 값을 낮춘다는 것이다. IFC가 전망하는 퓨얼 셀즈 시장은 2005년 10억달러, 2010년에는 200억달러에 이른다.

UTC의 또 다른 계열사인 시코르시키헬기는 개인의 창의성을 개화시키는 미국의 문화를 상징한다. 각종 헬기 조립라인과 완성품 시험장이 있는 스트래트포드 공장에는 창업자인 이고르 이바노비치시코르스키 박물관이 함께 있다.

러시아 출신으로 1차대전 후 이민 온 시코르스키가 미국에서 헬기를 발전시킨 역사가 고스란히 전시돼 있다.

시코르시키의 흉상이 있는 대좌에는 그의 신조가 청동으로 양각돼 있다. “개인의 작업은 인류를 전진시키는 변함없는 불꽃(활력)이다.” 뉴욕이 미국의 문화적 패권(소프트 파워)을 상징한다면, 하트포드는 기술적 패권(하드 파워)를 대변한다.

하드 파워의 산실임에도 불구하고 하트포드에서는 거창한 정치적 구호를 들어볼 수 없다. 개인의 작업과 그 개인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기업문화가 조용히 조화돼 있을 뿐이다.

배연해 주간한국부 기자 seapower@hk.co.kr

입력시간 2001/07/19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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