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서부 "개발이냐 보존이냐"

부시행정부 개발우선정책으로 환경파괴 심각한 위협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석유업자와 기업가의 공세에 환경보호론자와 농장주들이 맞서고 있다. 당신은 어느 쪽을 지지하는가. 개발의 풍요로움인가 장엄한 자연환경인가.

옐로스톤 국립공원을 찾은 관광객들은 숲 속에 울려퍼지는 늑대 울음소리를 듣고 황급히 흩어지고 있는 코요테 무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태양이 하늘 중앙에 멈춘 순간, 계곡은 영겁의 세계로 접어들고 있다. 관광객들은 눈앞에 펼쳐진 장관에 넋을 잃은 듯 탄성조차 내지르지 못한 채 지평선만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다.

옐로스톤에서 2,000마일이 떨어진 곳에선 이 공원의 생태계를 위협할 수 있는 일련의 결정이 내려지고 있다.

워싱턴에 자리를 잡고 있는 내무부(미국 내무부는 국립공원 관리가 주 업무임)는 생물학자들의 반대에도 불구, 최근 그리즐리 곰을 아이다호와 몬타나 등 2개 주에 걸쳐 있는 비터루트 야생공원으로 옮기려는 계획에 제동을 걸었다.

생물학자들은 곰의 종(種)적 다양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리즐리 곰을 반드시 옮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부시 행정부는 옐로스톤 공원의 바로 남쪽에 위치한 브리저 테톤 국립수목공원을 석유와 가스개발을 위해 개방해야 한다고 압력을 넣고 있다.

옐로스톤은 세계 최초의 국립공원이다. 1872년 그랜트 대통령이 옐로스톤 국립공원법에 서명했다. 그러나 이 공원은 요즘 2세기에 걸친 미국의 서부 개발 역사의 마지막 대격전장이 되고 있다. 부시 행정부가 탐사와 핵폐기물 저장시설, 4륜 구동형 짚 등 오프로드 차량을 위한 비포장 도로 등을 위해 공원을 개방해야 한다고 밀어부치고 있기 때문이다.


공원개방 등 서부지역 개발 홍역

부시 행정부는 알래스카 야생보호지역에서 석유와 가스를 개발하는 한편 클린턴 정부 당시 도입된 멸종위기 동물 보호법을 약화시키려는 것 같다. 백악관의 직접적인 노림수는 명확하지는 않지만 메시지만은 분명하다. 바로 서부도 사업적으로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게일 노턴 내무장관은 지난주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생명과 관계된 일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있다”며 “워싱턴에서 이루어지는 탁상 결정은 대부분 지역 주민들이 가지고 있는 자신의 삶의 터전에 대한 지식과 사랑을 정책에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주에 오레곤 주의 클라머스 폭포를 놓고 연방 정부와 지역 간에 갈등이 표면화됐다. 성난 농부들이 멸종위기 동물 보호법에 따라 정부가 물줄기를 막아버렸던 관계수로를 개방해 버린 것이다.

이 지역의 농부 1,400여명은 정부가 물고기를 보호하기 위해 수로를 차단하는 바람에 지난 3월부터 농토가 말라붙는 것을 지켜보아야 했다. 지역 상권은 몰락했고, 농장은 피폐화했다.

올해 80살의 농부인 어빈 세인은 “사람들이 화났다”며 “정부의 처사를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클라머스 폭포 일대의 정서는 격앙되어 있다. 보안관인 팀 에빈거 조차 주민들이 쇠톱으로 갑문을 부수는 사실을 알고도 제지하지 않았다.

워싱턴의 노턴 장관은 이 사건을 클라머스 대결이라고 불렀다. 그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내무부가 멸종위기 동물 보호법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화당과 일부 민주당의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 보호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천혜의 경관을 가진 서부 지역은 요즘 개발 홍역을 앓고 있다. 조심스럽기로 정평이 있는 와이오밍 주의 농장주들은 가스개발 붐에 들떠있고, 네바다 주에선 유카 산에 핵 폐기물 처리장을 설치하는 문제에 대한 찬반양론이 벌어지고 있다.

오레곤 주에서는 클린턴 전 대통령이 사적으로 지정했던 캐스케이드 시스키요 숲에 대한 주민들의 반발이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커지면서 숲의 위상을 재검토하고 있다.

서부 지역 사람들은 곧잘 벌목꾼이나 광산업자로 묘사되지만 땅에 대한 그들의 감정은 상당히 복잡하다. 많은 자연보호론자들은 땅에 대해 자유주의적인 취향을 가지고 있는 반면 농장주들은 상당히 조심스럽다. 그렇다고 양 쪽의 성향이 확연하게 구별될 정도로 분명한 것은 아니다.

그들은 중앙정부의 간섭을 항상 못마땅하게 생각해왔다. 서부 13개 주의 땅 가운데 절반 가량을 연방정부가 가지고 있으면서도 서부 지역 사람이 마치 전기 물 광물 목초지 같은 자연의 혜택을 독식하는 것처럼 취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의 에너지 공급확대 정책과 공원 같은 공유지를 만만하게 생각하는 보수파 고위관료의 임명은 서부 지역 사람들을 한 쪽의 입장으로 몰아세우고 있다.

시에라 클럽의 이사인 칼 포프는 “그들(부시 행정부와 그 지지자들)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할 것”이라며 “그들의 가치관은 이 지역 사람들과 너무나 다르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증하듯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내년의 총선을 의식했는지 민주당에 가세해 유전과 석유개발 반대에 반대 표를 던졌다.

미국인들은 공공 이익과 기업 이익의 균형을 찾으려고 오랜 동안 무진 애를 써왔다. 광대한 서부 지역은 대표적인 시험장이었다. 19세기까지만 해도 자본의 승리였다. 대륙 횡단 철도 건설, 대대적인 벌목과 광산 개발 등이 엄청난 환경비용을 유발하며 진행됐다.

그러나 백년 전 테오도르 루스벨트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자연자원을 무제한 활용하던 자유방임적 방식에서 탈피했다. 그는 국립공원의 수를 늘리는 한편 산림청을 신설하고 야외활동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환경보호 목소리 갈수록 켜져

최근 들어 분쟁은 마치 핵분열을 일으키는 것처럼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환경운동의 양상과도 관계가 깊다. 과거에 환경운동가들은 반대시위를 하기 위해 샌프란시스코에서 산골의 조그만 마을까지 차를 몰고 찾아 갔다.

그러나 요즘에는 상당수의 환경운동가들은 아예 그 같은 조그만 마을에 살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의 북쪽에 위치한 퀸시 라이브러리는 1992년 환경운동가와 벌목노동자들이 연대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았다. 이런 운동방식의 효시라고 할 수 있다.

이 후 오레곤 주 애플게이트의 주민과 벌목 노동자, 환경관련정부기관이 함께 자연보호연대를 구성하는 등 지역사회를 단위로 한 환경연대가 생겼다.

또 아이다호 주에서는 농장주, 목재회사, 어부 등이 물 문제에 대한 연대를 꾸렸다. 콜로라도 주 보울더에 위치한 미국서부센터의 역사학 교수인 패트리시아 리머릭은 “환경운동의 연대조직이 10여년 사이에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세금이 가볍기로 유명한 아이다호 주의 보이즈 시는 지난 5월 산을 보호할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세금을 인상하기로 했다. 같은 달, 애리조나 주의 스코트데일 시도 엄청난 세금을 가져올 수 있는 노른자위 땅에 대한 개발을 억제하기로 했다.

환경보호유권자연맹 회장인 테오도르 루즈벨트 4세는 “서부 지역 사람들도 자신의 땅이 방치되는 것을 원치않는다”며 “그들이 원하는 것은 공유지 개발 시 적절한 협조요청과 지역주민에 대한 배려를 바라고 있다”고 강조했다.

루스벨트의 증조부인 루스벨트 대통령은 과격한 환경보호론자가 아니다. 그는 개발과보존의 균형점을 찾고, 후손에게 좋은 국토를 물려주려고 노력했을 뿐이다. 그는 성실과 카리스마로 환경보호라는 장기계획이 성공할 수 있도록 초석을 놓았다.

올해에도 300만명이 옐로스톤을 찾을 것이다. 3만6,000명에 불과했던 루스벨트시절보다 엄청나게 증가한 것이다. 1985년 대 산불의 상처도 회복됐다. 아마도 백년전의 루스벨트 대통령이 지금의 옐로스톤을 본다면 무척 흐뭇해할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생태계 위협을 우려할 것이다.

정리 김경철 주간한국부 차장

입력시간 2001/07/19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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