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보다 더 많은 월급받는 '대학생 인턴'

경북대생, 세계적 반도체업체서 '돈도 벌고 학점도 따고'

‘미국의 세계적 통신용 반도체 회사에서 국대 대기업 중견사원의 급여를 받고 학점도 따며 선진 기업문화까지 배운다.’

경북대 전자전기공학부 4학년생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본사를 둔 커넥선트 시스템스에서 실시하는 인턴십프로그램에 국내 대학으로는 유일하게 참가한다.

△ 지난해 인턴십프로그램에 참가한 박준효(왼쪽에서 두번째)가 같은 부서 사람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커넥선트가 세계 반도체시장의 불황여파로 인턴선발 인원을 전세계적으로 지난해 100명에서 올해 75명으로 줄였지만 경북대생들은 현상을 유지한 것은 인턴십프로그램에 먼저 참가했던 학생들이 능력을 인정받은데다 한국시장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커넥선트시스템스 본사서 6개월간 근무

커넥선트 시스템스는 6일 경북대 공대 5호관 세미나실서 무선통신사업부문 모이즈 베구왈라 사장과 손명원 한국지사장, 삼성전자 이기태 정보통신총괄사장등이 참석한 가운데 참가학생들에게 인턴십프로그램 증서 수여식을 가졌다.

이번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학생은 윤진영(22)씨등 여학생 4명과 이재호(27)씨등 남학생 4명.

지원자격은 학점이 평점 3.0(4.3만점) 이상에다 토익 700점만 넘으면 되지만 커넥선트에서 근무하는데 필수적인 전공과목을 반드시 이수해야 한다. 점수 따기 쉬운 과목만 들어서 학점이 높아봤자 인정을 못받는다.

외형적인 학점보다는 실제로 해당 기업에가서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외국인 교수로부터 영어회화테스트를 받고 다음에는 전공교수로부터 구술시험을 치르고 커넥선트 시스템스코리아 사장으로부터 최종 면접을 받아 오케이 사인이 나야 인턴십프로그램에 참가할 수 있다.

학생들은 9월부터 내년 2월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주 본사에서 6개월간 근무하며 반도체 설계, 프로그래밍등 실무를 배우고 귀국하면 18학점을 인정받는다.

지난해 인턴십프로그램을 다녀오고 가을학기 대학원 진학을 앞둔 박준효(27)씨는 “한마디로 끝내주는 인턴과정이었다”고 말했다.

우선 급여가 국내 기업의 인턴과 비교가 안된다. 주급으로 40시간 근무에 800달러 가량이다. 세금을 제하고도 610달러 가량이며 초과근무를 하면 1,000달러가 넘는 경우도 허다하다. 한달에 우리돈으로 400만원에 가깝다.

△ 커넥선트시스템사와 경북대 관계자들이 인턴십프로그램 인증서 수여식을 가진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월세가 3,000달러 가량 하는 주택도 2명당 하나씩 회사측 부담으로 얻어 주기 때문에 생활비도 별부담이 없다.

토요일이면 함께 간 인턴학생끼리 장기 렌트한 승용차로 박찬호선수의 야구경기도 구경가고 록키산맥 등으로 놀러 가는 등 신나게 보냈다. 월 600달러 가량하는 렌트비보다 더 비싼 보험료도 회사에서 대 줘서 별 부담이 없었다.

이렇게 해서 귀국할때는 친지들 선물까지 다 구입하고도 1인당 보통 1,000만원 정도는 너끈히 챙겨왔다.

박씨는 “주5일 근무에 높은 보수도 좋지만 무엇보다 학교에서 배운 전공과 관련한 실무를 배우고 선진국의 기업문화를 이해할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한다.

국내 인턴십프로그램은 상당수가 잡일로 시간만 때우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커넥선트에서 인턴생활은 사뭇달랐다.

학생들의 희망과 전공을 고려해서 부서를 배치하고 인턴 1명당 1명의 전담 직원이 배정돼 실무교육을 실시한다. 또 구체적인 프로젝트를 부여해서 스스로 해 낼수 있도록 한다.


주급최고 1,000달러에 선진기업문화 체득기회

박씨도 6개월동안 화상회의 인터넷 중계에 필요한 프로그램 등 3건의 프로젝트를 끝냈고 지금도 그 프로그램의 버그 수정요청이 오면 처리해 주곤 한다.

박씨는 “아직 국내 기업문화는 잘 모르겠지만 주1회 하는 회의때 누가 부장이고 과장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로 자유로운 토론이 이뤄졌고 그 과정에서 반짝하는 아이디어가 나오곤 했다”며 “동시에 주어진 업무에 대해서는 확실히 책임을 지우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이렇게 인턴을 마친 8명중 5명은 삼성전자로, 2명은 대학원 진학을 앞두고 있고 1명은 커넥선트사와 협력관계에 있는 반도체회사인 ASE사에 취업했다.

ASE사에 취업한 박민선(23ㆍ여)씨는 인턴생활중 커넥선트를 방문한 ASE관계자의 눈에 띄어 취업이이뤄졌다.

지난해는 연수비자라서 현지 취업이 불가능했지만 올해는 취업비자로 가기 때문에 그만큼 기회가 많아 졌다.

이번에 선발된 권지숙(24ㆍ여)씨는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했지만 언어소통과 낯선 환경이 두려운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커넥선트 시스템스 손명원 한국지사장의 말처럼 일정 시점까지 제품을 출시하지 못하면 기업의 존망이 위협받는 분위기에서 일을 배워 한국의 정보통신 산업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방 국립대인 경북대가 커넥선트사와 인턴십프로그램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커넥선트의 국내 파트너사인 삼성전자의 주선으로 이뤄졌다.

삼성전자 임원 가운데 경북대 출신이 한양대 다음으로 많고 무선통신 사업부문 대부분이 구미에 있어 지리적으로 가까운 경북대를 삼성측이 추천했다.

한편 베구왈라 사장은 6일 인증서 수여식에 앞서 ‘통신기술의 미래와 한국대학생들의 역할’을 주제로한 특강에서 “한국은 무선통신기술의 선두주자이며 한국의 미래는 정보통신 및 반도체산업에 달려 있다”고 지적하고 “한국 기업과 협력을 강화하고 인턴십프로그램 참가자도 확대하는 방안을 강구중이다”고 말했다.


통신용 반도체의 세계적 기업

커넥선트시스템스는 북미 10대 반도체기업의 하나로 통신 애플리케이션용 반도체 시스템 솔루션을 공급하는 세계적 기업.

세계 최초로 모뎀을 개발하고 GPS인공위성을 제작했던 락웰사의 통신용 반도체사업부가 1999년 1월 분사해 설립된 회사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뉴포트비치에 있는 본사에 2,900여명 등 총 8,800여명의 임직원을 거느리고 있다.

2000년 회계연도에 21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했고 한국법인은 84년 락웰코리아로 국내에 진출해 지금은 커넥선트시스템스 코리아로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통신장비 제조업체와 공동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솔루션을 제공한다.

개인이나 기업에 통신제품을 직접 공급하는 것이 아니고 이 같은 제품을 만드는데 필수적인 부품이나 기반기술을 제공하기 때문에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편이다.

커넥선트시스템스가 어떻게 보면 8명밖에 안되는 인턴사원을 채용하는데 지난해는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올해도 경북대에서 수백명을 모아놓고 무선통신사업부문 사장이 직접 와서 해외인턴십프로그램 증서수여식을 가지고 특1급 호텔에서 만찬까지 제공한 것은 한국시장이 그만큼 중요하다고 여기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커넥선트 시스템스의 무선통신분야 매출에서 국내 기업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부분이 4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광진사회부기자

입력시간 2001/07/19 16:03


정광진사회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