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어디까지가 언론·출판의 자유인가

■살인공모

언론 출판의 자유는 어디까지 보장될 수 있는가.

밀로스 포먼의 <레리 플린트>에서 '허슬러'지의 발행인 레리플린트는 이렇게 주장한다. "나는 인간 쓰레기다. 법이 나같은 쓰레기를 보호한다면 여러분 모두가 보호를 받을 수 있다".

레리 플린트에 관한 재판은 미국의수정 헌법 제 1조가 명시한 표현의 자유에 대한 논쟁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민주주의 국가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민주주의나 자본주의라는 시스템 때문이라기보다, 미국민 모두를 위한 표현의 자유 덕분이라는 것이 이 영화가 주장하는 바이다.

마가렛 미첼의 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패러디한 '바람은 이미 사라졌다'에 대한 재판도 언론과 출판 자유의 책임과 한계를 생각케한다.

스칼렛 오하라의 의붓 여동생인 흑인 시나라의 시각에서 소설을 재구성한 '-사라졌다'는 원작의 배경, 등장 인물, 대사 등을 그대로 따와, 마가렛 미첼 재단이 저자 앨리스 랜달과 출판사 휴톤 미플린에 대해 표절 소송을 제기했다.

연방순회법원은 지난 6월 "원심 판결은 표절을금지한 미국 수정 헌법 조항을 과도하게 적용한 것"이라며 원심을 깨는 판결을 내려, '-사라졌다'는 다시 서점 판매가 가능하게 되었다.

자유라는 미명하에 모든 출판, 언론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하는가, 하는 첨예하고 어려운 문제를 생각해볼 수 있는 영화로 앤디 워크의 2000년 작 <살인 공모 Delieberate Intent>(15세, 폭스)의 감상을 권한다. 독자의 범죄에 대해 출판업자에게 책임을 지운 미국최초의 판례를 배경으로 한 실화극이다.

1993년 3월. 메릴랜드 실버스트링의 한 가정에 칩입한 사나이가 인공호흡 장치를 달고사는 흑인 소년 트레버와 어머니, 간호사를 살해한다.

트레버의 이모 일레인은 동생의 전 남편 로렌스 혼(클라크 존슨)의 짓이라고 주장한다. LA에 살고있는 혼은 알리바이를 내세우나 경찰은 그가 디트로이트의 제임스 페리라는 사나이와 10달간 215통의 전화를 건 사실을 바탕으로 추적한 끝에, 페리에게 살인을 청부했음을 밝혀낸다.

건달 실업자인 혼은 병원 실수로 평생 인공 호흡기를 달고 살게된 아들 트레버가 받은 거액의 보상금을 노렸던 것.

트레버의 병원 보상금 소송을 승리로 이끈 바 있는 변호사 하워드 시겔(론리프킨)은 일레인의 의뢰로 살인청부업자 페리의 집에서 발견된 살인 지침서 'The Hitman'을 출판한 팔라딘사를 상대로 한 소송을 맡는다.

페리는 살인자의 마음 가짐에서부터 살인 용구 준비와 사용법, 착수 단계 등을 상세히 기술한 'The Hitman'을 구입하여 그대로 행동에 옮겼던것.

이 재판을 위해 시겔은 윌리엄 앤 메리 대학에서 강의하는 수정 헌법 지지자인 교수 로드 스몰라(티모시 휴튼)에게 도움을 청한다.

현재 리치몬드 대학교 법학 교수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로드 스몰라의 'Deliberate Intent; A Lawyer Tells theTrue Story of Murder by the Book'을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책이 직접 살인을 교사하지 않는다. 요리법을 가르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교육 지침서일 뿐이다"라는 출판사측 주장과 "독자에게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했어야 했다. 헌법은 살인의 자유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는 일레인측 주장 중 후자에 마음이 기울도록 만들어졌다.

옥선희 비디오칼럼니스트

입력시간 2001/07/19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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