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클리닉] 요도염 치료

초록이 우거지는 여름은 태양의 계절이다. 차다못해 시린 물줄기가 졸졸졸 흐르는 계곡, 비린 내음과 함께 출렁이는 파도가 손짓하는 여름은 한편 유혹의 계절이다.

뜨거운 태양이 유혹하고, 물줄기를 가로지르며 질주하는 수상 보트가 유혹하고, 젊음의 건강미를 물씬 풍기는 사람들이 유혹한다. 이 사람으로부터의 원초적 유혹의 근원은 여름이 가져다 준 노출이다. 그래서 여름은 노출의 계절이기도 하다.

사실 이런 저런 수식어를 갖다 붙이면 비단 이뿐이겠는가만은 필자와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만이 부르는 여름의 이름이 하나 더 있으니 다름 아닌'성병의 계절'이란 말이다.

이 즐거운 바캉스 시즌에 기분 상하는 얘기가 될 수 있음을 모르는 바 아니나 통계적으로 성병은 남녀 공히 여름에 가장많이 발생한다.

흔히 성병하면 에이즈나 매독을 먼저 떠올리지만 발생빈도상 임질과 비임균성 요도염으로 대표되는 '요도염'이 압도적으로 많다. 만약 관계후 노란고름같은 분비물이 나오고 소변볼 때 통증이 있으며, 이런 증상이 1주 이내에 나타났다면 이것은 영락없는 임균성 요도염, 즉 임질이다.

임질을 일으키는'나이제리아 고노레아'라는 균은 분비물을 슬라이드에 받아서 보면 동그란 모양의 세균이 쌍으로 보이기 때문에 쉽게 진단된다.

다만 검사 결과를 얻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소변검사와 임상 증상을 종합하여 치료를 빨리 시작함이 옳다. 대개 임질에 걸린 환자들이 꼭 묻는 말이 있다.

"한방에 끝나는 주사 없나요?" 사실 같은 남자의 입장에서 그런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 이 찝찝한 현실에서 하루라도 빨리 벗어 나고 싶은것이다. 임질은 대부분의 항생제에 잘 반응하므로 빨리 치료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약 30%의 환자에서 비임균성 요도염이 동반되기 때문에 교과서에서는 이에 대한 치료를 반드시 병행하도록 되어있고, 이를 위해 1주 정도 추가로 약을 복용함이 옳다.

또한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완전히 치료되었음을 소변검사로 확인 해야만 한다. '비임균성 요도염'이라는 말은 말 그대로 임질균이 아닌 다른 균에 의해 생긴 요도염을 뜻한다. 이 다른 균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균은 '클라미디아' 아니면 '유레아 플라스마'이다.

전체 요도염중 임질보다 흔하며 무지하게 많은 남성들에게 한번쯤 쓰라린 경험을 안겨주는 주범이다. 전형적인 증상은 요도가 간질간질한 느낌이 있거나 소변볼 때 찌릿한 전율과 함께 우유색을 띄는 분비물이 묻어 나오는데 이런 증상 중 하나만 있어도 일단 소변검사를 해 보아야 한다.

대개 잠복기는 접촉후 1주에서 3주 사이에 증상이 나타나지만 이 기간을 벗어나는 경우도 있다. 비임균성 요도염은 1주에서 2주 정도의 치료를 요하는데 문제는 이 병에 걸려있는 줄 모르고 부인과 잠자리를 한 경우이다.

여성에서는 클라미디아라는 균이 질내에 침범하여도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서 흔히 치료를 하지 않기 쉽다. 이런 연유로 부인이 가지고 있는 균 때문에 이후에 달리 외도를 하지 않아도 남편의 요도염이 재발 할 수 있다.

따라서 성 파트너에 대한 치료는 반드시 같이 시행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 이야기를 진료실에서 하게되면 부인이 있는 남자들은 순간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도대체 뭐라고 설명하고 약을 먹게 할 지 막막할 따름임을 어찌 모르겠는가? 어떤 때는 그런 환자들에게 부인에게 말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공범(?)이 되기도 하는데 환자나 의사나 궁색하기는 마찬가지다.

물론 이런 성병을 예방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콘돔이다. 남성은 콘돔의 사용으로 모든 성병의 80%를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지만 여성이 사용하는 '페미돔'의 성병 예방률은 이보다 떨어진다.

요도염의 치료는 반드시 완치될 때까지 해야만 한다. 한두번 치료로 증상 호전이 있다하여 치료를 자의적으로 중단하면 증상의 재발이 흔하고 이때는 초기 치료보다 애를 먹기 때문이다.

요도염의 병력이 있는 사람들은 혈액검사를 통해 매독과 에이즈에 대한 감염 여부를 확인해야하며 이는 개인의 건강뿐 아니라 공중보건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측면이다.

낭만적인 추억으로 남아야 할 '한 여름밤의 꿈'이 불쾌한 기억으로 퇴색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몇자 적어 보았다.

장광식 강남비뇨기관 원장

입력시간 2001/07/24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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