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에서] 우리의 시대착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한국 속담은 좋은 의미로 쓰이지는 않는다. 일을 당한 뒤 뒤늦게 부산을 떤다는 비아냥의 의미를 담고 있다.

중국말에도 똑 같은 말로 된 ‘망양보뢰(亡羊補牢)’란 성어가 있다.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가 되지만 뜻은 전혀 다르다. 중국인은 이 말을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도늦은 것은 아니다’란 긍정적 의미로 사용한다.

중국의 2008년 올림픽 유치와 연내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지켜보는 한국에 ‘망양보뢰’ 만큼 적절한 말도 드물다.

중국은 한국에게 이미 선택이 아닌 필수로 다가와 있다. 인천 신공항에서 베이징(北京) 서우뚜(首都) 공항까지는 비행기로 1시간 남짓. 바로 코 앞에서 중국이 거대 존재로 우뚝 자리잡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을 보는 한국의 시각은 아직 잠에서 덜 깨어 있다는 것이 중국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경제발전을 20년 앞당겨 시작한 덕에 생겨난 상대적 자만에 사로잡혀 중국을 제대로 보지도, 보려 하지도 않았다는 이야기다.

한국의 시대착오는 중국전문가 양성이나 중국 내 인맥형성, 기업전략 등에서 심각한 문제를 초래했다.

한국이 눈을 감은 사이, 중국은 잠에서 깨 비상을 시작했다. 중국은 이미 미국을 상대로 동북아에서 영향력 경쟁을 벌일 만큼 커졌다.

한국의 과제는 자명하다. 거대 중국의 그림자속에서 어떻게 생존과 발전의 공간을 확보할 것인가 이다. 이를 위해서는 독자적 중국관 수립과 한중 양국을 매개할 인적ㆍ제도적 틀을 공고히 하는것이 필수다. 소 잃었다고 외양간을 팽개칠 수는 없다. 지금부터 외양간을 고쳐야 한다.

배연해 주간한국부기자

입력시간 2001/07/24 17:06


배연해 주간한국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