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단 대륙의 용-중국] 중국 인맥관계의 핵심은 ‘꾸안시(關係)’

완전 신뢰도, 무시도 어려운중국인 특유 정서

중국인과의 인간관계나 비즈니스를 이야기할 때 빠짐없이 등장하는 용어는 ‘꾸안시(關係)’다. 중국인과의 공식ㆍ비공식 인맥관계 형성은 꾸안시 형성과 동의어로 통한다. 때문에 일부는 자신이 영향력있는 중국인과 맺고 있는 꾸안시를 강조하며 거간 역할을 자임하려고도 한다.

중국에서 꾸안시는 혈연, 학연,지역적ㆍ직업적 연고 등을 포괄하는 사회적, 개인적 관계를 통칭하는 말이다. 생래적 연고나 호혜적인 친분을 교환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관계인 만큼, 꾸안시는 비공식적 성격이 강하다.

꾸안시가 중국사회의 중요한 동인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중국사회에서 꾸안시가 중시된것은 법치(法治)보다는 인치(人治)가 우선됐기 때문이란 해석이 유력하다.

외국인에게 꾸안시가 화두로 떠오른것은 1978년 중국이 개혁ㆍ개방을 시작한 이후다. 중국은 개혁ㆍ개방 초기 해외 투자자가 신뢰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틀을 갖추지 못했다.

아울러 각종 투자 유인책과 인ㆍ허가권을 쥐고 있는 관료들의 경직성이 개방의 중요한 걸림돌로 작용했다. 이 같은 제도적, 인적 결함을 보완한 것이 꾸안시였다.

“꾸안시가 있으면 안될 것도 되게 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 것은 이 때문이다. 꾸안시 형성이 일종의 ‘급행료’로 인식돼 비리나 부패와 비슷한 의미로 확장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개혁ㆍ개방이 20여년에 이르고,이 과정에서 중국의 제도적 틀이 성숙되면서 꾸안시의 중요성에 대한 평가가 새로운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꾸안시가 여전히 중요하다는 견해와, 더 이상 꾸안시가 무소불위의 매개수단이 아니라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다.


꾸안시 믿고 법 제도 무시하단 ‘낭패’

전자의 견해는 꾸안시가 중국인의 오랜 문화적 바탕에 뿌리박고 있다는 것과, 경험적 조사에 동시에 기초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 중국전문 계간지 차이나 쿼털리(ChinaQuartly)는 개혁ㆍ개방으로 꾸안시의 중요성이 더 강해지고 있다는 논문을 실었다. 국유재산을 민영화하는 과정에서 결정권을 쥔 관리들에 대한 기업인의 접근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후자의 주장 역시 경험론에 근거하고 있다. 중국 비즈니스 경험이 많은 한 기업인은 “정상적인 법절차를 밟는 것과, 꾸안시를 이용한 비즈니스 사이에 비용차이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꾸안시를 유지하기 위해 지출하는 비용을 감안하면 장기적으로는 더 손해라는 설명도 있다. 꾸안시만 믿고 덤볐다간 망하기 십상이라는 경고다.

이들 양측의 주장은 대립적이라기보다는 상호보완적인 성격이 강하다. 법제도에 충실하면서 꾸안시까지 닦아 놓으면 금상첨화라는 이야기다. 꾸안시의 현주소는 ‘안되는 것을 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정상적 과정에 윤활유를 더하는 것’이다.

특히 꾸안시가 두 사람간의 관계에 제한되지 않고, 제3자에까지 확장되는 네트워크의 성격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이용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중국측 파트너와 합작사업을 해오던 한 한국기업인은 최근 상대측의 소개로 새로운 합작 파트너를 찾았다. 중국내 정보와 네트워크가 부족한 한국으로서는 상호이익, 즉 윈-윈에 바탕을 둔 꾸안시가 매우 중요하다는 실례다.

중국 정ㆍ관계의 인맥관계는 더욱 끈끈한 특성을 갖고 있다. 정ㆍ관계에 형성된 꾸안시는 한국이 중국측을 설득하고, 반대로 중국이 한국측을 설득하는 메커니즘으로 작용한다. 중국의 꾸안시는 무조건 믿어서도 안되지만, 무시해서도 안되는 매개변수로 남아있다.

배연해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1/07/24 19:21


배연해 주간한국부 seapowe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