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전공 "바꿔 바꿔"

코미디·드라마 연기자 장벽 파괴

아나운서, 스포츠 스타, 건축가, 가수 등은 코미디로 개그맨은 드라마로. 요즘 방송의 눈에 띄는 현상 중의 하나가 장르간 출연자의 장벽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비 코미디언들의 코미디 출연은 기존의 눈길을 끌기 위한 1회성 카메오 출연이 아니라 고정 배역이다. 코미디는 더 이상 코미디언의 전유물이 아니다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아나운서들의 시트콤(시추에이션 코미디) 출연이다. SBS가 8월 28일 방송할 ‘여고 동창생’에 주인공과 주연급으로 두 아나운서가 출연한다. 주인공 역을 맡은 임성민은 KBS 아나운서 출신 프리랜서 방송인.

현재 ‘도전 지구탐험대’(KBS) 와 ‘장미의 이름’ (SBS)의 진행자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여고시절 1등을 도맡아 한 모범생으로 사회생활에서도 검사로 성공한 여성으로 나온다. 첫사랑인 고교 담임 교사(정보석)를 친구(이유진)에게 뺏긴 후 독신을 고집하지만 은근히 남자를 밝힌다.

임성민은 “ KBS ‘어사출두’ ‘행운열차’에 고정 출연해 코미디 연기를 해봤다. 연기 중 가장 어려운 장르가 코미디지만 최선을 다해 코믹 연기로도 인정 받고 싶다”고 말했다. 임성민은 7월초 막을 내린 연극 ‘한여름밤의 꿈’에 출연해 연기력을 향상시켰다.

여고 동창생들의 수영을 지도할 강사 역에는 SBS 아나운서 출신 프리랜서 유정현이 맡았다. 유정현은 이전에 정통 드라마에서 연기력을 검증 받은 바 있다.

‘여고동창생’ 에는 또 ‘아시아의 물개’ 인 전 국가대표 수영선수 조오련 씨도 수영 강사로 출연할 예정이어서 눈길을 끈다.

조씨는 SBS ‘동물농장’ 진행자로 나와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를 섞어 시청자를 웃기는 입심을 선보인바 있다.

남성 듀오 그룹 듀크의 김지훈은 오락 프로그램에 얼굴을 자주 내밀다 경인 방송시트콤 ‘립스틱’ 에 출연해 코믹 연기로 기존 코미디언 보다 시청자를 웃긴다는 호평을 받았다. 그는 개인기가 뛰어나 오락 프로그램에서 가장 각광받는 가수이기도 하다.

건축가 양진석 씨, 프로야구 선수출신 강병규씨, 프로씨름 선수 출신 박광덕씨도‘일요일 일요일 밤에’(MBC) ‘야한 밤에’(KBS) ‘슈퍼 TV 일요일은 즐거워’(KBS) 등 오락 프로그램에서 카메오 수준을 넘는 코믹 연기를 하고 있다.

KBS ‘개그 콘서트’의 양기선 PD는 ‘빳데루 아저씨’로 유명한 레슬링 방송해설위원이자 경기대 교수인 김영준씨의 코미디 프로그램 출연을 추진하고 있다. 양PD는 ‘개그 콘서트’에서 한주간의 사건과 사고를 풍자적으로 전달해주는 코너 ‘몰래가 중계’ 를 맡긴다는 계획이다.


아나운서 등 출연, 코미디 프로에 활력소

타분야 연예인들이 코미디 진출 바람은 코미디언이나 개그맨에 비해 연기는 결코 뒤지지 않으면서도 신선감이 있기 때문이다.

“코미디언 중 상당수가 매너리즘에 빠져 진부한 애드 립과 연기를 일삼는 것보다 신선한 얼굴이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보는 것이 반갑다”는 시청자 의견이 적지 않다.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일부는 연기력이 부족해 극 흐름이 부자연스러워 코미디의 완성도를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반면 개그맨들의 드라마 진출도 눈에 띄게 많아졌다. 일부 개그맨들은 현대극 뿐만아니라 고도의 연기력을 요하는 사극에도 출연해 드라마 전개에 윤활유 역할을 하고 있다.

MBC 미니 시리즈 ‘네 자매 이야기’의 후속으로 8월 중순 방송될 ‘반달곰 내사랑’(극본 정유경 연출 김남원)의 주인공에 개그맨 김국진이 캐스팅됐다.

개그맨이 단막극을 제외하고 미니 시리즈에 주인공으로 출연하는 것은 처음이다. 김국진은 그동안 ‘테마게임’과 ‘베스트 극장’에 출연해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김국진은 이 드라마에서 중학교 축구부의 임시 코치로 학교 재단이사장의 딸인 한정은(송윤아)을 사랑하는 반달 웅역을 연기한다.

연출을 맡은 김남원PD는 “어눌한 말투와 인간적인 느낌이 배역과 잘 어울린다. 다른 배우들처럼 잘 생기거나 체격이 좋지는 않지만 오히려 그 점이 대중에게 어필하고 있는 것 같다”며 “김국진의 연기에 대한 진지한 열정이 대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MBC월화 사극 ‘홍국영’에도 개그맨 서승만과 박희진이 출연해 열연하고 있다. 서승만은 홍국영(김상경)을 뒤에서 돕는 감초 같은 역할을 하고 있으며 박희진은 정웅인의 후처의 몸종으로 코믹연기의 진수를 선보이고 있다.

서승만은 “1인 개그가 주가되는 코미디보다는 출연진의 호흡과 연기흐름이 중요한 것을 느꼈다. 앞으로 다른 드라마에서 제의가 오면 출연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탄탄한 연기력으로 드라마 이끌기도

코미디언중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미니 시리즈나 일일 드라마에 자주 출연하는 사람은 이재포 조혜련 김효진 서춘화 등이 있다.

이재포는 아예 드라마 탤런트로 전업한 것처럼 ‘은실이’를 비롯한 시대극, 트렌디 드라마, 사극 등 다양한 장르에 출연해 눈길을 끌고 있다.

탤런트가 꿈이었다는 김효진은 ‘이브의 모든 것’에 나와 숨은 연기의 열정을 불태웠다. ‘여자만세’ 등 많은 작품에 출연하고 있는 조혜련과 서춘화 등도 시청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코미디언들의 드라마 출연에도 문제점은 있다. 주로 코미디언들은 일부 사람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코믹 연기를 하고 있다. 단순히 웃음만을 전달하는 장치로 활용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비 코미디언의 코미디 출연과 코미디언의 드라마의 진출은 긍정적인 평가가 주류를 이룬다. 방송 내용이 풍부해지고 작품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배국남 기자

입력시간 2001/07/25 14:13


배국남 kn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