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현의 길따라 멋따라] 강화 마니산

참성단에 기대 서해를 굽어보면…

곰곰이 생각해 보면, 서울시민은 참 복도 많다. 자연으로의 여행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서울에는 커다란 국립공원인 북한산이 있다. 아직 올라보지 못한 서울시민은 잘 모르겠지만 북한산은 ‘천하의 명산’이다. 아름답고, 우람하고, 계곡이 깊다. 북한산 뿐 아니라 도봉산, 관악산 등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벗할 수 있는 절경이 널려있다.

산만 있는가. 가까운 곳에 섬도 있다. 강화도이다. 하루일정으로 자연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섬이 있다는 것은 분명 서울시민에게 축복과 같다.

강화도 여행의 백미는 역시 갯벌. 그러나 바다에 지치면 산에 오를 수도 있다. 섬의 산봉우리에 올라 사위를 돌아보는 장쾌함. 무경험자는 상상하기도 어렵다. 강화도 여행에서 가장 인기 있는 산은 역시 마니산이다.

마니산은 강화도 남서쪽 끝에 있는 해발 468㎙의 야트막한 산이다. 등산로가 완벽하게 정비돼 있어 가족들이 함께 오르기에 좋다. 봄 가을이면 인근의 초등학교가 아예 소풍으로 마니산 등정을 하기도 한다.

이 산의 옛 이름은 두악(頭嶽). ‘머리산’이란 뜻이다. 이곳에서 한민족의 시조 단군이 하늘에 제사를 드렸다고 한다. 백두산과 한라산의 중간 지점에 자리잡고 있는이 산은 두 산과의 직선거리가 같다. 우연이라면 참으로 신기하다.

정상에는 제를 지내던 참성단이 있다. 이 제단을 쌓은 때는 단군이 고조선을 세운후 50년이 지난 기원전 2,283년으로 전해지는데 조선조 인조 17년, 숙종 26년에 수축·보수가 있었다. 전국체전등 나라의 큰 행사가 열리면 이 곳에서 칠선녀가 햇볕을 모아 성화를 채화한다.

참성단에 오르는 길은 마니산 입구에서 2.4㎞. 오르는데 1시간, 내려오는데 40분 정도가 걸린다. 산의 중턱까지는 콘크리트로 포장된 도로이지만 그 이후는 끝없이 계속되는 계단길이다.

계단의 수는 무려 918개. 얕잡아보고 초반에 서두르면 지치기 십상이다. 계단의 수를 세면서 쉬엄쉬엄 올라야 힘들이지 않고 정상에 다다를 수 있다. 아예 정상에서 반대편 정수사 쪽으로 내려가는 등산로도 있다.

참성단에서 내려다보는 강화도의 모습은 장관이다. 서남쪽으로 펼쳐진 동막리 해변, 섬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넓게 펼쳐진 평야와 들에 가득한 푸른 곡식 등. 세상을 붉게 물들이며 떨어지는 낙조를 맞는다면 더욱 환상적이다.

마니산을 올랐다면 전등사를 찾는 것은 필수코스. 마니산 입구에서 차로 10분거리에 있다. 고구려 소수림왕 11년에 아도화상이 축조한 이 절은 창건 당시에는 진종사로 불렸다.

고려 충렬왕의 부인인 정화왕비가 절에 옥등을 헌납하면서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대웅전(보물 178호), 약사전(보물 179호) 등 많은 보물이 있다. 주차장에서 절에 오르는 길이 운치가 있다.

요즘 강화도의 계절특산물은 꽃게. 그런데 올해에는 꽃게잡이가 시원치 않아 값이 비싸다. ‘금게’이다. 피서철이 지나고 바닷물이 식으면 왕새우가 등장한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왕새우를 강화도전역에서 요리하고 판매한다. 철판에 왕소금을 얹고 그 위에 새우를 빨갛게 익히는 소금구이가 일품이다.

권오현 문화과학부차장

입력시간 2001/07/25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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