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백호주의' 통념은 버려야

/ 유학 경험자 심예지가 말하는 호주·호주사람

심예지(31ㆍ고려대 영어영문과 강사)는 한국에 들이닥친 IMF의 직접적 피해자였다. 전공인 영문학을 제대로 공부하기 위해 영국으로 가려 했으나, 환율의 급격한 하락으로 물가가 비싼 영국 생활을 접어야 했던 것.

그러나 부친 심우섭 교수(62ㆍ성심여대 한문교육과)가 교환 교수로 호주로 간다는 사실은 또 다른 가능성으로 다가왔다.

무엇보다 정통 영문학 연구의 장으로서, 호주는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미국식이 아니라 영국식 영어가 쓰인다는 점, 영국 출신의 교수진이 대거 포진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시드니대와 그리피스대, 두 곳에서 영문학을 공부했던 1994~98년은 그에게는 진짜 호주를 발견한 때였다.

도덕적 청결주의뿐 아니라, 타민족에 대한 관용성은 서구 사회와 크게 다른 점이었다. 미국의 융화 정책이 백인 상류층을 우선시하는 용광로(melting pot) 정책이라면 호주는 다원주의라고 그는 정의한다.

그 역시 처음에는 ‘호주=백호주의’라는 통념을 여행 가방 한켠에 쑤셔 넣고 호주땅을 밟았으나, 백인과 똑같이 국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군소 민족에 대한 사회적 보장 시스팀을 보고는 생각이 바뀌었다는 것.

일부 이민자가 ‘백호주의‘ 운운하며 불평하는 것은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지 못했다는 자기 변명일 확률이 높다고 그는 믿는다.

그러나 유색인종, 특히 동양인에 대해 최근 호주 백인 사이에는 경계의 시선이 만연하다고 그는 전한다. 백인의 숫자가 줄어들고 있는 데다, 중국ㆍ일본계 주민 사이에 토지 구매가 확산하는 등 백인의 입지가 줄어 들고 있는 데 대한 위기의식이라는 것.

일본인은 퀸즈 랜드, 중국ㆍ인도네시아계는 뉴 웨일즈쪽을 중심으로 대지주화하는데 대한 심리적 반발이라는 해석이다.

여기에다 원주민(aborigine)과 백인간의 해묵은 갈등 또한 호주의 암묵적 분열 요소라는 것이다. 그러나 정착금ㆍ교육비 등을 지급, 미국식의 원주민 말살책과는 거리가 멀다. 현재 호주내 백인 다수 거주 지역은 캔버라ㆍ아델라이드 등 두 곳이다.

이번 공연은 만만찬은 티켓값 때문에 현지에서는 즐길 엄두를 못 냈던 1급 공연물들을 한꺼번에 접할 절호의 기회라는 말도 그는 잊지 않았다. 국전 한국화 부문 입상 작가 박양자(56)씨가 모친이다.

심씨는 “여권이 특히 강한 호주에서는 한국 남성이라면 대뜸 폭력적ㆍ반가정적 음주 문화의 주인공으로 떠올리기 일쑤”라며 고국을 엉뚱한 모습으로 맞닥뜨려야 했던 기억을 이야기했다./김명원기자

장병욱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1/07/26 13:59


장병욱 주간한국부 aj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