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란] '깡통'공포 없는 부동산 투자 …리츠

펀드공모·주식거래로 소액투자도 가능, 제도미비 등 문제점도

“리츠에 투자해도 되나요. 잘못 투자했다가 깡통차는 일은 없나요.”(50대 명예퇴직자)

“리츠가 시작되면 관련 전문가들에 대한 수요가 많이 생긴다는데 어떻게 하면 자격시험을 볼 수 있나요.” (40대 주부).

“리츠제도가 시행되면 목돈 한번 벌어볼 생각입니다. 제가 아는 빌딩 주인이 몇 명있는데, 이들을 연결해 투자자를 모집하면 500억원(리츠회사를 만들기 위한 최소 자본금)가량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40대 부동산중개업자)

리츠(REITsㆍ부동산투자회사)시대, 즉 ‘부동산간접투자시대’가 본격 도래했다. 리츠는 증권의 뮤추얼펀드와 같이 전문 펀드매니저들이 일반인과 기관 투자가들의 돈을 모아 펀드를 구성, 부동산에 투자해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되돌려준다.

리츠는 증시 상장을 통해 주식으로 거래되기 때문에 최소 수천만원이 있어야 가능했던 부동산투자가 주식처럼 10만, 20만원과 같은 소액으로도 가능하다.

리츠 투자 방법

일반인들이 리츠 투자를 하는 방법에는 펀드 공모에 직접 참여하거나, 펀드가 증시에 상장된후 거래중인 주식을 매입하는 두가지 방법이 있다. 공모에 참여할 경우 저렴하게 주식을 사기 때문에 증시 상장후에 주가가 오르면 상당한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펀드를 잘못 사면 투자원금을 손해 볼 수도 있다.

리츠 선진국인 미국에서도 도입 초기에 일부 리츠 상품들이 부실 부동산을 잘못 샀다가 자금난에 빠져 도산한 일이 적지 않게 발생했다. 이 때문에 믿을 만한 사람들이 리츠 사업계획서를 짰는지, 펀드 운영자들이 부동산에 대한 노하우를 갖고 있는지 등을 꼼꼼하게 따져 봐야 한다. 리츠를 표방한 유사 리츠 상품도 극성을 부리고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리츠공모에 참여하지 못한 사람들은 증시에서 거래되는 리츠 주식을 매입하는 방식을 통해 부동산 투자를 할 수 있다. 리츠 주가는 일반적으로 경기 동향이나 투자가들의 선호도에 따라 오르락내리락 하는 경향도 있다.

깡통 찰 일은 거의 없다

리츠는 투자대상이 부동산이기 때문에 원금 손실 가능성이 적으면서도 안정적인 배당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게 가장큰 장점. 또 리츠는 이익금의 90%이상을 배당금으로 주주들에게 돌려주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은행예금이나 채권처럼 고정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다. 한마디로 수익률이 떨어지더라도 부동산은 남아있기 때문에 주식처럼 깡통을 차는 일은 거의 없다.

리츠제도가 일찍 도입된 미국의 경우, 지난 10년간 리츠 상품들은 연간 6~10%선의 배당을 실시해왔다. 주식투자를 하는데는 불안감을 느끼고 은행금리에는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이다.

물론 자금을 운용하는 펀드매니저들의 실력에 따라 리츠 상품의 투자수익률에도 큰 차이가 있다. 리츠가 임대수익률이 10%선에 근접하는 우량 업무용빌딩에 투자할 경우, 시중 실세금리보다 약간 높은 7~8% 정도의 배당은 가능하다.

리츠제도 도입 초기에는 업무용빌딩에 투자하는 대평 펀드가 시장을 주도하겠지만 미국처럼 호텔 임대주택 물류센터 쇼핑몰 할인매장 등 특정 부동산 상품에 중점적으로 투자하는 특화된 리츠상품도 출현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경제연구소 박재룡연구위원은 “리츠는 일확천금을 노리고 뛰어들상품이 절대로 아니다”며 “투자위험을 분산하는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리츠에 투자하는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제도 미비 등 출발부터 삐걱

그러나 리츠 출범에 대한 일반인들의 뜨거운 관심과는 달리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건교부가 2일부터 리츠설립을 위한 등록신청을 받고 있으나 예비인가 신청서를 낸 곳은 아직까지 한 곳도 없다. 제도미비와 투자대상 부족으로 자격을 갖춘 회사들이 리츠설립에 주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국토지공사 자회사인 한국토지신탁이 리츠법 시행이후 처음으로 건설교통부에 기업구조조정(CR)리츠(기업이 구조조정용으로 내놓은 부동산을 투자대상으로 하는 리츠) 자산관리회사 신청서를 냈을 뿐이다.

CR리츠 자산관리회사는 CR리츠의 자산운용을 맡는 기업으로 자본금 70억원이상, 전문인력 5명이상이어야 신청이 가능하며 건교부가 인가한다. 현대건설 삼성물산 한화건설 등 리츠 참여를 준비해왔던 대기업들도 법인세감면혜택이 어려워지자 관망하거나 법인세 혜택이 주어지는 CR리츠로 방향을 빠꾸고 있다.

리츠에 대한 세제지원의 큰 골격은 마련됐지만 운영상의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 CR리츠는 법인세와 취득ㆍ등록세면제 등 각종 세제 혜택과 운영상 혜택이 주어지지만 모든 부동산을 투자대상으로 하는 일반 리츠에 대해서는 법인세 면제 혜택이 주어지지 않아 상대적으로 수익이 줄어드는 등 불리한 점이 있다.

서류상 회사인 CR리츠와 달리, 법인으로서의 실체가 있는 일반 리츠에 대해 법인세 면제가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대신 리츠의 매년 순 투자금액 가운데 50%를 투자손실 준비금으로 인정해주는 방안이 있으나, 부동산투자 회사법의 배당의무 규정과 상충된다는 게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수익률 미지수, 업계는 제도보완 요구

사상 유례없는 저금리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못한 시중 부동자금이 200조에 이르는 상황인만큼 리츠의 수익모델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다.

그러나 서울의 대표적 우량 오피스 빌딩인 서울파이낸스센터, I-타워 등 10여개 건물이 외국인에게 매각되는 등 임대수익률이 높은 우량 건물들은 이미 대부분 매각이 완료됐다.

남아있는 업무용 빌딩도 최근 가격이 올라 수익률을 제대로 맞추기 힘드는 등 투자대상 선정에도 애를 먹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지난해 서울지역 오피스 빌딩의 평균 임대수익률이 7.39%이었으며, 여기에 1~2%에 달하는 운영수수료를 제하면 투자자들이 받는 배당수익률은 6%선으로 떨어져 은행 예금상품에 비해 수익률 측면에서 별로 나을 게 없다”는 지적이다.

업계는 부동산투자회사법에 불확실한 요소가 많은데다 실제 투자대상 물건 선정이 쉽지 않아 당분간 신청서 제출회사가 거의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CR리츠에만 한정된 법인세 면제혜택을 일반 리츠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투자차입을 허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리츠와 CR리츠 모두 투자차입이 원칙적으로 금지돼 자본금의 70%를 투자하면 신규 투자 등에 한계가 있고 회사가 경직될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누가 뛰나

한국토지신탁에 이어 아더앤드슨, 메리츠증권 등은 건설교통부에 CR리츠 자산관리회사 설립 예비신청, 예비인가를 받아 전체 자본의 30%를 일반인 대상으로 공모를 할 계획이다. 일반 공모를 거쳐 본인가를 받은 후 8월부터 건물매입에 들어가게 된다. 리츠의 증권시장 상장은 거래소 상장규정 등의 개정을 거쳐 3~4달 후에나 가능하다.

메리츠 증권 등은 법인세 감면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업 구조조정용 부동산만 구입하는 CR리츠 상품을 준비중이다. 초기 리츠 규모는 2,000억~3,000억원 정도로 주로 강남 중구 여의도의 오피스빌딩에 투자할 계획이다.

아더앤더슨은 이달중으로 부동산투자회사법 시행령이 확정되면 예비인가 신청서를 접수시킬 예정이다. 산업은행 등도 CR리츠 설립을 위해 공동출자할 파트너 찾기에 분주하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10개 정도의 빌딩을 확보, 연간 8% 정도의 배당이 가능하도록 상품 구성을 하고 있다”며 “저금리로 마땅한 돈 굴릴 곳을 찾지 못한 투자자들에게 좋은 재테크 상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혁경제부기자

입력시간 2001/07/31 14:00


김혁경제부 hyuk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