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풍향계] 여의도는 여름방학 중

하한기 휴전인가. 험악한 말싸움을 벌였던 정치권이 정쟁 자제 움직임을 보여 이번 주간은 모처럼 정치적으로 평화로운 주간이 될 가능성이 높다. 막말 공방의 선봉에 섰던 민주당전용학 대변인과 한나라당 권철현 대변인은 각각 “앞으로 상대방을 필요 이상으로 자극하고 인격을 모독하는 발언은 자제하겠다”고선언했다.

이에 앞서 한나라당 이회창총재는 7월27일 “여당에 정쟁거리를 제공하지 말라”면서 당내에 정쟁자제를 당부했다. 여기에는 정쟁을 할 경우 여야 동반으로 지지도가 떨어진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각종여론조사결과를 보면 정부여당에 대한 민심이반에도 불구하고 이회창 총재와 한나라당의 지지도는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지난 주에 이재오 총무가주도한 대통령탄핵소추안 공세도 정치적으로 역효과를 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여야 지도부가 이미 대부분휴가에 들어갔거나 이번 주 중 3~4일씩의 휴가를 다녀올 예정인 것도 하한기 휴전 분위기 조성에 일조를 하고 있다.

‘꺼리’없는정치권, 여야 휴가지 공방

그러나 이 같은 정치권의 휴전이얼마나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일단 이번 주간은 새로운 이슈가 없어 묵은 쟁점들에 대한 작은 공방 외에는 여야간 특별한 설전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하지만 8월 중순께로 예상되는 언론사 탈세사건 검찰수사 마무리와 8월20일께로 예상되는 임시국회 개회 등이 맞물려 9월 정기국회로 이어지는 가파른정국이 전개될 개연성이 높아 보인다. 야당은 언론사 세무조사 국정조사를 기어이 관철시키겠다는 기세고 여당도 검찰수사가 일단락된 뒤에는 국정조사를임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언론사 국조가 어떤 방향으로 가닥이 잡힐지 주목된다.

여야 정쟁 자제 분위기와는별개로 이회창 총재가 휴가지를 충남 예산으로 선택한 것등과 관련해 이 총재의 충청 연고 강화노력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예산에 이 총재부친의 생가 복원공사가 진행 중인 것을 놓고 이미 민주당 및 자민련과 한 차례 거친 비난전을 치른 상황이기도 하다.

자민련은 “이북에서출생한 사람이 대선이 다가오니까 충청도인 행세를 하려고 한다”고 격렬한 비난을 퍼부었다. 충청 텃밭 지키기 심리가강하게 발동된 것이다. 민주당도 합세했다. 박상규 사무총장은 “이 총재가 친일 혐의를 받고 있는 아버지의 생가를 2억여 원이나 들여 복원한다는데 이는 반민족행위로 이 총재의 정계은퇴를 요구해야 한다”고까지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회창 총재는 “여당이나에게 정계은퇴하라는 것은 참을 수 있고 용서할 수 있으나 부친이 친일파 행각을 했다고 한 데 대해선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이 총재는 또 “지난 대선 때도 부친이 일본 옷을 입은 사진이 있니 없니 하며 친일행각을 얘기하다별거 없어 잠복한 것으로 다시 꺼내 논란을 빚은 데 대해 자식으로서 부친께 욕을 먹이는 것 같아 죄송스럽다”고말했다.

예산에는 이 총재의 17대조가 자리를 잡았고 이번에 복원 중인 이 총재 부친의 생가에서는 5대조부터 살아왔다는것이 이 총재 측의 설명이다. 이 집안의 종손은 우리나라 최초의 이학박사로 1950년대에 노벨화학상 후보에 올랐던 고 이태규 박사이고 이 총재의부친인 이홍규옹은 그의 동생이다. 어쨌든 이 총재의 종가복원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충청연고를 둘러싼 논란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대선예비주자들 합종연횡 가속화 움직임

민주당 대선주자들의 동향과관련해 최근 수면위로 부상한 개혁세력 연대론을 놓고 당내 논란이 분분하다. 개혁세력 연대론은 민주당내 재선 소장파로 당정쇄신 운동을 주도했던 천정배의원이 개혁후보론을 펴며 노무현 상임고문 지지를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촉발됐다.

노 상임고문은 천 의원의 지지의사 표명을 부담스러워 하면서도 개혁세력연대에 대해서는 적극 찬성하고 있다. 그는 “작은 핵을 형성한 후 더 큰 눈덩이로 키워가야 한다”면서 ‘눈덩이론’을통해 선 개혁세력 결집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비해 노 상임고문과 함께민주당내 개혁세력을 이끌고 있는 김근태 최고위원은 “지역주의 타파 등에 뜻을 같이 하는 모든 세력과 연대해야 한다”며‘열린 연대론’을 펴고 있다. 김 최고위원이 그 동안 자민련 김종필명예총재 등 보수 인사들과의 만남도 마다하지 않았던 것은 열린 연대론의 연장선이다.

김 최고위원의 이 같은 노선은 “개혁세력의정체성을 먼저 확고히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며 섣불리 이질 세력과 연대를 꾀할 경우 정체성을 상실할 수도 있다”는노 상임고문의 입장과는 확연하게 구별된다. 장영달 의원이 제기한 50대 트로이카(이인제 노무현 김근태) 연대론에대해서도 김 최고위원은 긍정적이나 노 상임고문은 시큰둥해 하는 등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

물론 당내 경선구도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인제 최고위원은개혁세력 연대론이나 50대 트로이카론 모두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균환 총재특보단장이당내 화합을 기치로 내걸고 의원 40여명이 참가하는 ‘중도개혁포럼’ 출범 준비에 박차를가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계성 정치부 차장

입력시간 2001/07/31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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