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 애니메이션] 만화 그리스 신화

(사토나카 마치코 지음/최은석옮김ㆍ이윤기 감수)

그리스 신화는 기독교와 함께 고대 서양사의 근간을 형성하는 양대 축의 하나다. 그리스 민족 고유의 신화 위에 주변의 전승 민담, 그리고 후세들의 상상력이 채록돼 발전ㆍ변형 되어온 하나의 역사ㆍ문학적 산물이다.

우주 최초의 혼돈 상태인 카오스에서 시작해 하늘과 바다, 땅의 생성과 신들의 등장, 인류의 탄생사가 들어 있다. 그래서 철학자를 비롯해 작가 화가 음악가 등 각 장르의 예술가들은 그리스 신화를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하고 표현해 왔다.

이런 그리스 신화가 만화로 나왔다. 일본 유명 여류 만화가인 사토나카 마치코가 그린 ‘만화 그리스 신화’(황금가지 펴냄)는 그야말로 학습적 효과와 흥미가 합쳐진 양질의 만화다.

저자 사토나카는 34년 동안 400여편의 만화를 그려 고단샤 상을 4차례나 수상한 중견 만화가. 그는 기존에 알려진 그리스 신화를 고증과 연구를 바탕으로 철저하게 만화적 사고로 재창작 했다.

기존 만화들이 신화를 그대로 서술하는 데 반해 그는 일반에게 알려지지 않은 에피소드에도 만화적 상상력을 결부시키고, 새로운 학설을 첨삭했다. 기존의 그리스 신화를 보며 이해하기 힘들었던 부분에는 주석과 해설을 달았고, 여담이라는 독특한 구성법을 적용해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이 책이 관심을 끄는 것은 무엇보다 동양적 사고로는 복잡한 그리스 신화를 간편하고 부담 없는 만화 형식으로 풀었다는 점이다. 그리스 신화에 대한 단발적인 지식은 있지만 이처럼 전체를 체계적으로 아우르고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이런 점에서 이 만화는 교양과 학습적인 면에서 매우 유용하다.

또 다른 장점은 그리스 신화 주인공들에 대한 막연한 상상의 이미지를 실체적으로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미(美)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얼마나 아름다웠을까’, ‘반인반수인 케이론의 모습은 어떨까’ 등 막연히 상상만 하던 그리스 신들의 모습을 작가의 상상력을 빌려 엿볼 수 있다.

송영웅 주간한국부기자

입력시간 2001/08/02 17:24


송영웅 주간한국부 herosong@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