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이름] 서울 용산구 삼각지(三角地)

삼각지(三角地)! 고 배호의 노래로 세인들에게 더 잘알려진 ‘돌아가는 삼각지’. 행정구역 명칭은 서울 용산구 한강로 1가동이다. 옛날에는 이 지역이 습지였다.

오늘날과 같이 한강기적의 상징처럼 각인되고 있는 이촌동 지역의 개발이 있기 훨씬 이전에는 한강이 법람하면 말그대로 삼각지일대는 물바다였다. 한강물이 상습적으로 들락거리다 보니, 늪지대로 습지(濕地)일 수 밖에 없었던 것. 그래서 억새풀이 우거진 습한 이 늪지를 두고 ‘새펄’이라 불렀다.

이 ‘새펄’이 세월이 흐르면서 ‘새펄-새뻘-세뿔’로 된소리 발음되다 모음발성음으로 인해 ‘세뿔’, ‘세뿔’했던 것. 이 ‘세뿔’이라는 땅이름을 일제가 우리국토를 유린, 토지조사사업을 하면서 ‘세뿔’은곧 ‘삼각(三角)’이라 한 것이 삼각지(三角地)라는 땅이름을 얻게된 것이다.

또, 서쪽에는 철도가 지나고 있어, 한강, 서울역, 이태원쪽으로 통하는 세갈래 길이라는 뜻으로 ‘삼각지’라고 하나 큰 설득력이 없다.

어찌되었던, 삼각지 거리를 돌아보노라면 화랑가가 밀집해 있음을 알게된다. 삼각지의 액자거리에 걸려있는 간판은 대부분 화랑, 갤러리 등의 이름을 갖고 있지만 크게 두개의 부류로 나눌 수 있는게 특색이다.

하나는 ‘다빈치 화랑’과같이 삼각지역 출입구를 사이에 두고 서울역 쪽으로 자리한 점포들로 액자제작보다는 상업화를 담은 액자를 주로 전시,판매하고 있다. 이 일대에 무명화가들의 화실이 수십군데 모여들게 된 것은 인근의 외국군기지라는 큰 소비시장이 한 몫을 톡톡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업화가들의 그림값이 예전보다 많이 오르면서 몇몇 곳에서는 중국 화가들의 그림을 수입해 판매하고 있을 정도다.

또 유명 북한 화가들의 그림도 쉽게 접할 수 있다. ‘한국액자’가게에서는 북한의 최고 예술가 칭호인 인민예술가 나병주의 ‘묘향산에서’나 최성조의 ‘금강산’ 등도 만날 수 있다.

또 다른 하나는 ‘견지나무액자’와 같이 액자제작, 판매를 전문으로 하는 곳이다. 이곳 상인들은 ‘최상의 질과 낮은 가격의 액자가 삼각지 액자거리의 특징’이라고 입을 모은다.

액자는 틀을 만드는 몰링(소조물)과 그림을 받쳐주는 메트 등으로 이뤄진다. 몰딩의 주재료는 합성수지, 원목, 금속 등으로 재료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차다.

오늘의 삼각지 액자거리는 8ㆍ15광복 뒤, 인근에 외국군기지가 들어서면서 하나둘씩 액자가게가 몰려들기 시작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사진, 그림 등의 액자로 삭막한 전쟁터의 폐허위에서 집안꾸미기를 좋아하는 외국군들의 기호ㆍ욕구를충족시켰기 때문이다. 그 뒤, 인사동의 액자제작소와 상업화랑들이 점차 이곳으로 이전하면서 오늘과 같은 모습의 삼각지 액자거리를 이루었다.

‘로코코풍의 낭만적인 액자로부터 모던한 금속액자까지 당신의 집안을 풍요롭게 만들어 줍니다’라는 문구가 길손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삼각지의 액자거리! ‘삼각지(三角地)’라는 땅이름의 ‘각(角)’자 탓일까. 삭막하고딱딱한 군주둔지 인근에 이런 화랑가 액자거리가 있는 것만으로도 신선함을 더해 준다.

삼각지(三角地)라는 땅이름의 ‘각(角)’자 처럼 삼각지는 각자(액자)거리를 이루고있다.

입력시간 2001/08/02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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