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에서] 서민들을 떨게 하는 누진제...

아침 눈을 뜨는 순간 ‘아차’ 하는 느낌이 들었다. 시계쪽으로 눈을 돌려 보니예상 했던 대로 지각이었다. 무더위로 오전 3~4시까지 뒤척이다 새벽녘에 가까스로 잠이 들었는데 그만 늦잠을 잔 것이다.

대강 출근 준비를 마치고 버스에 몸을 실었다. 습관 대로 신문을 펼치니 두 기사가 눈에 띄었다. ‘한반도 기후가 온대에서 아열대로 바뀌었다’는 한 칼럼 리스트의 이야기와 ‘전기요금 누진료가 2~3배 인상됐다는 것은 과장’이라는 산자부 관계자의 변론을 실은 박스 기사였다.

전자의 기사에는 공감이 갔고, 어느 정도 지각에 대한 위안도 됐다. 하지만 후자의 기사에는 웬지 불쾌한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이 문제를 커버 스토리로 다뤘던 기자의 입장에서 ‘어처구니가 없다’는 생각 마저 들었다.

전기 요금 누진제를 취재하면서 기자도 산자부 관계자로부터 유사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작년에도 누진제가 있었는데 단지 누진 폭을 확대됐을 뿐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몇 배가 뛴 것은 아니다. 에어컨을 쓰는 집의 경우 기껏해야 작년보다 2만원 내외가 올랐을 뿐이다. 전기 과다 사용 가정에 부담을 더 준 것 뿐이다. 아니면 서민 부담을 늘려야 했다”라고 그는 말했다.

우리는 누구도 지난해보다 전기료가 2~3배 올랐다고 말한 적이 없다. 그렇지 않아도 높은 누진율을 너무 심할 정도로 가중시켰다고 지적했을 뿐이다.

그리고 실제로 한 여름철에 산자부가 서민들에게 원가 이하의 요금을 받는다는 기준인 200㎾h 이하를 쓰는 가정이 과연 몇 가구나 되는지 그들도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더구나 룸살롱 같은 유흥업소들이 사용하는 일반용 전기료가 심야 전기를 제외하면 주택용 보다 더 싸게 받고 있는것이 사실 아닌가. 그렇지 않아도 과도한 누진제로 서민들의 어깨를 짓누르는 판에 그것을 더 확대했다고 지적하는 것이 어째서 잘못인지 되묻고 싶다.

숨막히는 대도시에서 살아야 하는 시민들은 답답하다. 에어컨도 선풍기도 필요 없는 시원한 구들장을 그들은 그리워한다.

송영웅 주간한국부기자

입력시간 2001/08/07 18:53


송영웅 주간한국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