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시대의 신종· 이색 직업] "같은건 싫다, 나는 스페셜리스트"

웹마스터에서 대화방 채팅자키까지

드림엑스(www.dreamx.net)의 컨텐츠 운영자인 임예원(27)씨는 약사의 길을 포기하고 웹마케터로 변신한 신세대 여성이다. 임씨의 어릴 적 꿈은 연극인이나 오페라 프리마돈나 같은 예술가가 되는 것이었다.

그러다 대학 때 우연히 오페라라 트라비아타 공연 실황을 온라인으로 감상하면서 인터넷의 마력에 흠뻑 빠졌다.

이를 계기로 사이버 세계로 뛰어들었던 임씨는 지난해부터 인터넷 벤처사인 드림엑스의 컨텐츠 유통을 담당하는 X-Tree 컨텐츠 운영자로 발탁 되면서 비상의 나래를 활짝 펴고 있다.

주변에서 ‘약사를 안하고 왜 돈 안 되는 일을 하느냐’는 지적이 많지만 그는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생각에 하루 24시간이 바쁠 정도라고 만족해 한다.

사이버 시대가 도래하면서 예전에는 듣도 보지도 못했던 신종 직업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이들 신종 직종의 특징은 철저한 전문화. 미개척의 분야에 뛰어 들어 벤처사 사장이 된10대 고교생에서, 전문 클리커가 된 40대 주부에 이르기까지 특화된 분야를 살려 사이버 시대의 스페셜리스트로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프로슈머’(Prosumer) 또는 ‘2차 생산자’라고 불리는 이들 중 상당수는 취미로 시작한 컴퓨터 마니아들이다. 이 일을 통해 고수입을 올리진 못하지만 나름대로 전문가로서 자기 만족을 얻는 이들이다.


웹 관련 업종만 70여가지

최근 가장 흔하면서도 다수가 선호하는 직종 중의 하나는 웹 마스터(Web Master)다.

웹 마스터란 웹 서버 구축 및 관리와 홈페이지 운영 전반에 걸친 실무적인 책임을 지는 개인 또는 팀을 말한다.

PC 통신사 같이 컨텐츠나 디자인 부분에 많은 비중을 두는 사이트에서는 웹 매니저 또는 웹 기획자, 기술적인 부분에 역점을 두고 있는 경우에는 웹 관리자라고 부른다.

미국 AEA(American Elecetronic Association) 조사에 따르면 웹 마스터라는 이름으로 구분되는 직업은 70여 가지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웹 마스터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중에서도 홈페이지 운영에 관한 전반적인 책임을 지는 사람을 웹 프로듀서(PD)라고 한다. 홈페이지로 서비스할 구체적인 컨텐츠를 기획하고 선택하는 일을 한다. 인터넷 방송사나 음악 영화 프로그램을 취급하는 사이트에서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핵심 멤버다.

웹 PD와 함께 일하는 사람으로 웹 디자이너를 빼놓을 수 없다. 마련된 기획안을 바탕으로 인터넷상에서 실제 시각적으로 구현 시키는 역할을 한다. 사용자의 인터페이스, 디자인 및 화면 레이아웃의 정의, 스타일 가이드 등을 하는 가장 창조적인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웹 서버 구축에서 웹 서버의 상태 점검 및 서버 성능 개선등을 통합 관리를 하는 웹 엔지니어가 있다.

또 전자메일 게시판 대화실 데이터베이스 등 맞춤 페이지 등 웹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시스템 부분을 담당하는 직종을 웹 프로그래머라고 한다.

하지만 중소 규모의 벤처 회사에서는 한 사람이 여러 분야를 총괄적으로 맡고 있는 경우가 많아 뚜렷한 구분이 쉽지 않다.

최근 인터넷 방송국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인터넷 VJ(비디오 자키)’라는 신종 직종이 생겼다. 인터넷 VJ는 6㎜디지털 카메라로 동영상을 직접 촬영한 뒤 제작ㆍ편집까지 모든 과정을 담당한다. 기획력 외에도 카메라를 다루고 편집할 수 있는 기술을 가져야 하는 전문 직종이다.


맞선 주선‘미팅 호스트’, 경품 사냥꾼 ‘클리커’

최근에 유행하는 별난 직종으로는‘미팅 호스트’라는 것이 있다.

오프라인의 결혼정보업체에서 중매자로 활동하는 매니저처럼 온라인에서 미팅을 주선하고 조율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을 말한다.

최근 하늘사랑이 운영하는 스카이러브유(www.skyloveU.com)는 최근 400명의 신청자 가운데 신원 확인 절차를거쳐 100명의 정예 회원을 선발, 자율적으로 미팅이나 파티 등을 주선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했다.

이들에게는 스카이러브유의 다른 서비스를 이용할수 있거나 제휴업체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특전이 주어졌다. 자원봉사의 개념이 강해 별다른 급여는 아직 주어지지 않는다.

인터넷이 정보 전달의 수단으로 자리잡으면서 뉴스전문 사이트에 기사를 제공하고 원고료를 받는 ‘e 리포터’라는 직종이 등장 했다. 주로 주식같은 금융 관련 사이트나 인터넷 고발 사이트 같은 곳에 자신의 필명으로 기사를 보낸 뒤 추천이나 조회 수에 따라 원고료를 받는다.

기사에 대한 책임은 본인이 져야 하는 만큼 신중함이 요구 된다. 특정 분야에서 상당히 깊이 있는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인정될수록 원고 단가도 높이 받는다.

일부 e리포터 중에는 주식 투자나 정세 분석에서 실제로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기도 한다.

요즘 오프라인나 온라인상에서는 광고나 이벤트에 참여하면 돈이나 경품을 주는 행사가 유행이다. 이런 점에 착안해 전자상거래 사이트나 푸짐한 사은품이 걸린 사이트를 집중적으로 찾아 다니는 경품 사냥꾼이 등장했는데 이들을 ‘클리커(Clicker)’라고 부른다. 이들은 돈이 되는 사이트는 빠짐없이 휩쓸고 다니는데 오프라인 처럼 경쟁이 치열하지 않아 적지 않은 수입이 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클리커 중에는 주부나 실업자들이 많다.

채팅 사이트의 대화방에서 바람몰이역만을 전문으로 하는 채팅 자키(CJ)도 새 직종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채팅 자키는 대화방에서 대화가 지지부진할 경우 참가자들이 지루하지 않게 흥미 있는 화제를 올려 대화를 주도해 가는 일을 한다. 네티즌에게는 회원인 척하지만 실제로는 회사에서 수고비와 특전을 받는다.

또 사이버 자키라는 다른 뜻의 CJ가 있는데 인터넷 음악 방송에서 네티즌들이 원하는 음악을 틀어주는 일종의 DJ와 같은 역할을 하는 직업이다.

이밖에도 오프라인이 아닌 사이버상에서 일정한 적을 두지 않고 케이스별로 프로젝트를 수주해 처리하는 일을 하는 일련의 사람들을 총칭해 ‘e랜서’라고 부른다.

이들은 인터넷에서 일감을 찾고 또 인터넷상에 그것을 실현시킨다. 미국에서는 1990년대 중반부터 보편화돼 수십만명이 활동 중이다. e랜서는 특히 나라나 국경의 벽이 없다는 점이 장점이다.


창조적 직업 불구 짧은 사이클이 한계

사이버 세계는 이처럼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도전 의식과 창조ㆍ개척의 동기를 지속적으로 부여해 주는 반면 그 전문 지식의 수명은 오히려 짧아지는 위험성도 함께 따른다.

정보 검색사는 불과 3~4년전만 해도 인터넷 업계에서는 드물게 인증 자격증 제도까지 있었던 인기 직종이었다. 각 언론사에서 이들을 고용하려고 경쟁을 할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직업자체가 거의 사라졌다. 또 문서 작성을 전문적으로 하는 워드 프로세서도 자격증까지 있었지만 지금은 거의 인정 받지 못하고 있다.

송영웅 주간한국부기자

입력시간 2001/08/08 15:47


송영웅 주간한국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