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난 이상한 사람과 결혼했다 2

애니메이션은 이제 실사 영화못지 않은 비중을 차지해, 애니메이션만을 전문적으로 평하는 이들이 더욱 늘어나지 않으면 안될 전망이다.

특히 상상력과 창조성이 많이 요구되는 장르라 젊은 감각을 지닌 분들의 참여가 필요하고, 성인용과 아동용으로 타깃이 세분화되어가므로 아동심리학자와 교육학자들이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야 할 것이며, 만드는 방법이 워낙 다양하니 기술적 이해도도 애니메이션 평자의 필수 과정에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지난 달에 출시된 애니메이션들로는. 디즈니의 <쿠스코? 쿠스코!>, 그림과 상상력이 분방한 <야! 러그레츠>, 드림웍스와 영국의 아트만 스튜디오가 손잡고 만든 히트 애니 <치킨 런>, 고양이와 쥐 이야기인 애니의 고전 모음집 <톰과 제리2001>, 그리고 성인용인 <난 이상한 사람과 결혼했다 2>.

올 여름 극장 개봉작인 드림웍스의 걸작 <슈렉>, 디즈니의 <아틀란티스>, 실사를 방불케한다해서 화제가 된 3D 애니 <파이널 환타지>, 순수한 동화의 세계인 일본 애니의 고전 <이웃집 토토루>까지 더하면, 선택의 어려움이 이만저만 아니다.

<나는 이상한 사람과 결혼했다 2> (새롬, 18세)를 성인용이라 했지만, 사실 위에 열거한 애니들도 아동용으로 권하기 힘든 게 많다.

그러나 성적 코드, 엽기의 극대화라는점에 있어서 < ~ 결혼했다 2>는 명실상부한 완전 성인용이라 하겠다. 어릴 때 본만화로부터 움직이는 그림 개념을 키워본 분들, 즉 모범생들은 결코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은, 기이한 애니메이션이다. 감상 소감을 물으면 답하기 어려울 정도니까.

<난 이상한 사람과 결혼했다 2>는 <난 이상한 사람과 결혼했다 I Married a Strange Person>로 국내에 처음 소개된 빌 플림톤의 1997년 작이다. 우리말제목을 속편처럼 붙였지만 <-결혼했다 2>의 원 제목은 이다.

감독 자신이 등장해 개인사와 작가로서의 성장사를 들려주는 애니 다큐멘터리이다. 워낙 튀는 애니 작가다운 자기소개로 발상이 신선하다. 그러나 그가 소개하는 자신의 히트작들은 <-결혼했다>를 볼 때 이상으로 어리둥절하다.

<-결혼했다>는 플림톤의 이름을 널리 알린 장편 애니로 애니메이션작가들의 꿈의 잔치인 얀시 국제 애니메이션 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았다.

"교양이란 말을 들으면 파괴하고 싶은 본능이 인다"고 했다는 헤르만 괴링의 말을 과격하게 손질한, "교양있는 척하는 사람만 보면 다 쏴버리고 싶다"는 모토로 만들어진 1998년 작이다. 불편하고 혐오스럽기까지 한 < -결혼했다 >를 흥미롭게 본 분만 < -결혼했다 2> 를 보기를 권한다.

빌 플림톤은 1946년 4월 30일, 오리건주의 포틀랜드에서 태어났다. <-결혼했다 2>에서 플림톤은 이 날을 히틀러와 에바 브라운이 자살한지 꼭 1년이 되는 의미있는 날이라고 밝히고 있다.

어릴 때부터 어찌나 그림을 그려댔는지, 집 안의 종이가 남아나지 않았단다. 12살 때 처음으로 애니메이션을 학교 친구들에게 발표했고, 고등학생 땐 기발한 학생 선거포스터로 인기를 끌었다고 하니, 타고난 애니 작가였던 모양이다.

어릴 땐 디즈니에서 일하는 게 소원이라 작품을 보내봤는데, 너무 어리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단다. 1987년, < Your Face >로 아카데미 단편 애니 후보에 오르자 디즈니가 손짓을 했지만 이번에는 자신이 거절했다고 한다.

팀 버튼도 디즈니에서 일하다 뛰쳐나왔다니, 애니의 철옹성 디즈니의 권위는 튀는 작가들에겐 맞지 않는 토양인가보다.

옥선희 비디오칼럼니스트

입력시간 2001/08/08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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