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카페(69)] 공룡에 대한 잘못된 상식

요즘 극장가에 ‘쥐라기 공원 3편’이 개봉되면서 다시 공룡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책과 조립식 완구, 캐릭터 할 것 없이 즐비한 것이 공룡 이야기다. 공상과학에서나 나오는 상상 속의 동물쯤으로 생각하던 시절이 언젠가 싶다. 이제 일반인들의 공룡에 대한 상식도 무척 높아졌고, 공룡이 과거에 실제로 존재했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사람은 손꼽을 정도가 아닌가 싶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공룡에 대한 잘못된 상식이 적지 않아 문제다. 공룡이 멸종된지는 무려 6,500만년전의 일이고, 확인할 수 있는 길은 화석을 통한 유추와 추정뿐인데, 한 술 더 떠서 영화나 책에서는 사실을 넘어선 공상을 사실처럼 묘사해서 더욱 상식을 오염시키고 있다.

먼저, 영화 쥐라기 공원에는 쥐라기 시대의 공룡은 없고, 주로 백악기 공룡이 나온다는 웃지 못할 사실은 상당수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이처럼, 공룡에 관한 책이나 TV, 영화에서 나오는 내용에 대하여 무조건 믿지 말아야 한다. 대중서적, 영화, TV 특집은 오류 투성이다. 잘못되거나 해묵은 정보가 많고, 더러는 작가의 개인적인 편견이 반영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오류가 바로, "공룡과 인간은 같은 시기에 살았다"는 생각이다.

사실 공룡의 마지막 멸종 시기와 사람이 처음 지구상에 나타난 시기의 시간차는 무려 6,200만년이나 된다.

인간과 공룡은 도저히 같이 할 수 없는 시간차다. 다음으로 "혜성이 공룡을 죽였다"는 상식도 잘못된 것이다. 고생물학자들 사이에서도 공룡이 멸종한 이유에 대한 결론은 내려지지 않았다.

물론 지질학적으로 소행성이 공룡 멸종시기인 백악기 말기에 지구와 충돌했다는 증거가 있고, 이 사실을 거부하는 전문가는 없다.

그러나 이것이 중생대 공룡이 멸종한 유일한 원인이라고 생각하는 고생물학자는 드물다.

왜냐하면, 화석의 기록을 보면 공룡의 다양성은 이미 백악기 말에 줄어들고 있었다. 중생대 공룡 900여개 종 중에서 단 2-3 종만이 남아있었다는 것이다. 이미 다른 원인으로 멸종되어 가고 있었고, 혜성의 충돌은 겨우 보조적인 역할만 했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

혹, 어떤 사람은 "포유류가 공룡 다음에 나타났고, 이 포유류가 공룡의알을 먹어서 공룡이 멸종하는 것을 도왔다"라고 믿기도 한다.

포유류와 공룡은 둘 다후기 트라이아스기에 나타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포유류가 공룡의 알을 먹어치워서 공룡이 멸종했다는 증거는 아직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또 다른 오류는 "공룡은 전부 같은 시기에 살다가 같은 시기에 한꺼번에 죽었다"는 것이다.

티라노사우루스와 아파토사우루스의 시간차는 무려 6,500만년이나 된다. 다시 말해서 공룡은 긴 시간에 걸쳐 끊임없이 새로운 종의 생성과 멸종을 반복해 왔다는 것이다. 이렇게 공룡의 멸종이 자주 거론되면서, "공룡이 마치 실패와 멸망의 대명사"인 것처럼 느끼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 또한 다른 측면이 있다. 공룡은 다른 어떤 육지동물보다 오랜 기간(1억5천만년)동안 지구를 통치했다는 사실만 보아도 그렇다.

특히 "고고학자들이 공룡을 발굴한다"는 잘못된 상식을 가진 사람도 무척 많다.

고고학과 고인류학(인류학의 아류)은 사람의 화석을 다루는 학문이고, 연구 대상은 과거 300-400만 년 전까지로 국한되어 있다. 공룡이 생존한 시기인 과거 35억년 전까지의 화석연구를 담당하는 사람은 고생물학자 또는 화석학자(지질학과 생물학의 연합)들이다.

이렇듯 핵심 상식이 왜곡되어 있으니 다른 상식은 말할 나위도 없다. 공상과 추측을 즐기는 것은 좋지만, 공상이 상식으로 둔갑하는 심각한 지식오염은, 소위 지식기반사회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사안이 아닌가 싶다.

입력시간 2001/08/08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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