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 지친 경제, 장기불황 '그림자'

‘혹시나’ 가 ‘역시나’ 였다.

지난 봄, 국민들은 ‘1분기(1~3월)에 저점을 통과한 것 같다’, ‘경기가 2분기에는 상승세를 탈것’ 이라는 정부 당국자와 경제전문가들의 전망을 접하고 가슴이 설렜다.

지난해 날벼락 같은 경기침체를 맞고 신음하던 국민들에게는 ‘경제가 좋아진다’는 소식은 어둠 속의 한 줄기 희망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역시나’가 될 모양이다. 재정경제부 고위 관계자는 8월13일 “2분기(4~6월) 경제 성장률이 2.9%로 급락할 것 같다”고 밝혔다.

한국은행 고위관계자는역시 “8월 22~23일 중 발표할 예정인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3% 아래로 추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은 관계자는 더나아가 “현재 추세가 지속된다면 3분기(7~9월)에는 마이너스로 돌아설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정부는 올 초만 해도 연 5~6%의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미국 경제의 회복이 불투명해지고 수출의 견인차인 반도체 가격이 급락하면서 성장률 전망치를 4~5%, 4%대 초반으로 계속 낮췄다.

현재의 국ㆍ내외 경제여건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크게 기대할 것이 없다. 오히려 선거국면과 맞물려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생산 수출 투자는 물론 내수와 소비까지 위축되면서 자칫장기불황으로 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이 같은 2분기 경제성적표는 정부의 제한적 경기조절대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는 비상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성장률이 2%로 떨어지고 실업자가 늘어날 경우를 대비해 재정적자 규모를 늘리고 재정지출을 확대하는 3단계 비상계획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재정당국의 난색에도 불구, 5조원 상당의2차 추가경경예산까지 설득력있게 거론되고 있다.

늦게라도 대책을 세우는것이 무(無)대책 보다는 낫다. 그러나 국민들은 장밋빛 전망에 안주하다가 뒷북대책을 허겁지겁 마련하고 있는 정부를 지켜보면서 1997년의 외환위기악몽을 떨쳐버릴 수 없다.

<사진설명> 텅 빈 인천항 컨테이너 부두. 최근의 수출부진을 말해주는 듯 하다. 이종철/사진부 기자

김경철 주간한국부 차장

입력시간 2001/08/14 17:10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