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엽기적 가격인하 전쟁

펜티엄 4 100만원 이하 '선공', 타 메이커도 저가공세 합류

1.4㎓ 프로세서와 40GB 하드디스크 등을 장착한 최고급 사양의 PC 펜티엄4 가격이 ‘살 만하게’ 내렸다.

서울 용산 전자상가의 조립PC 매장 거리에는‘펜티엄4 PC, 98만원’이라는 놀라운 광고문안이 실린 플래카드가 걸려있고 메이저 PC 제조업체와 중소업체들도 가격인하 전쟁에 발을 내딛기 시작했다.


펜티엄4 가격인하의 동력은 조립 PC

펜티엄4 PC 가격(이하 본체 가격)이 100만원 이하로 떨어지고 있다.

용산 전자상가 등에서 팔리는 펜티엄4 PC는 100만원대에 팔리고 있고 일부저가형 모델은 95만~99만원 사이에서 가격대가 형성됐다.

저가형 펜티엄4는 1.4㎓ 프로세서에 128MB 램버스 D램, 40GB 하드디스크, 50배속 CD롬, VGA 사운드카드 등 만만치 않은 사양을 자랑하고 있다.

펜티엄4 PC를 100만원에 판매하는 한 매장 주인은 “다른매장에서 같은 사양에 더 싸게 판매하면 우리도 그 가격에 맞춰줘야 경쟁이 된다”며 “매장끼리 경쟁이 가격하락을 부추기고 있다”고 귀띔했다.

펜티엄4의 가격하락은 펜티엄4 프로세서와 램버스 D램의 지속적인 가격인하에다, 경기침체와 여름 PC비수기, PC도매상가들의 과열경쟁 등이 어우러져 촉발된 현상. 이에 따라 점잖을 빼던 메이커 PC 제조사들도 속속 100만원대에 펜티엄4 PC의 가격을 맞추고 있다.

용산전자랜드21은 8월말 까지 일정으로 펜티엄4 1.4㎓급 PC 본체를 100만원 이하에 판매하는 행사를 벌이고 있다.

세이퍼 컴퓨터와 주연테크 컴퓨터도 최근 17인치 평면 모니터를 포함한 펜티엄4급 PC 신제품을 각각 139만원, 135만원에 내놓았다. 평면 모니터 가격을 뺀 본체가격만 따지면 가까스로 100만원대를 유지하는 저가(低價)다.


메이저제조업체의 가격인하 경쟁

중소 PC제조업체들도 조립PC 업체들의 저가공세에 따라 속속 가격파괴를 단행하고 있다. 현주컴퓨터와 현대멀티캡은 펜티엄4급 PC를 각각 125만원, 110만원대에 내놓았지만 조만간 가격을 더 떨어뜨릴 예정.

현대멀티캡은 이달 말부터 100만원 이하의 펜티엄4급 PC 신모델을 출시할 예정이고, 현주컴퓨터도 펜티엄4급 PC의 가격인하를 검토하고 있어 9월초에는 본격적인 저가의 정품 펜티엄4 PC가 시장을 지배하게 될 전망이다.

또 오는 10월부터 펜티엄4 PC에 램버스 D램이 아닌 SD램을 탑재할 수 있게 돼 가격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메이저 PC제조업체들은 LGIBM을 시발로 저가 펜티엄4 PC 가격경쟁에 뛰어들었다.

LGIBM의 ‘멀티넷I-펜티엄4’의 경우 올초 출시 당시 375만원이던 가격이 8월들어서는 140만원대로 뚝 떨어졌다. 가격을 낮추면서 LGIBM의 PC 판매량 중 펜티엄4의 비중을 부쩍 올려놨다. 6월 전체 판매량중 15%에머물던 LGIBM의 펜티엄4 비중은 7월 들어서는 30%로 껑충 뛰었고 8월에는 40%선까지 치고 올라왔다.

LG IBM 유호성(柳浩星ㆍ40) 마케팅 팀장은 “펜티엄Ⅲ 기종은 펜티엄4 제품으로 업그레이드가 어렵고 곧 펜티엄4 관련 소프트웨어들이 줄지어 출시되기 시작할 것”이라며 “신규 컴퓨터 구매 고객들이 굳이 펜티엄Ⅲ PC를 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삼보컴퓨터는 189만원의 ‘드림시스 EZ-펜티엄4 1.4’를 제외하고는 아직까지 200만원대의 펜티엄4가 주류.‘드림시스 EZ-펜티엄4 1.5’와 ‘드림시스 EZ-펜티엄4 1.7’은 각각 205만원과 256만원에 팔리고 있다. 삼보의 펜티엄4 판매추이도 5월 4% 내외에서 6월 8%, 7월 12%에 불과하다.

지난해 말 모습을 드러낸 삼성전자의 펜티엄4는 올 3월 이후 본격적인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가격은 2월까지 300만원대였고 3월 이후에는 200만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올 1월100대가 팔리는 데 불과했지만 3월 1,000대, 5월 3,500대에 이어 7월에는 5,000대(점유비중 7%)가 팔리는 등 매월 100% 가까운 매출 신장률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마케팅관계자는 “아직까지는 메이저 제조업체들이 200만원대 이하의 펜티엄4 PC를 내놓는 데는 무리가 따른다”며“LG IBM은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원가 이하의 가격으로 제품을 내놓고 있는 것”이라고꼬집었다.


펜티엄4 가격인하 낳은 인텔프로세서의 가격파괴

지난해 말 펜티엄4 PC 출시 당시 ‘속도와 기능 등이 펜티엄Ⅲ에 비해 나을 바 없다’는 부정적인 테스트 결과가 잇따라 발표되고, 전반적인IT(정보기술)업계 경기침체가 이어져 ‘2001년 펜티엄4 시장은 희망 없음’이라는 판단이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였다.

그러나 주요 부품들의 ‘예정된’ 가격하락으로 펜티엄4의 가격폭락이 잇따르고 있는 것. 펜티엄4 프로세서가 첫 출하된 2000년 11월의 가격은 1.5GHz 819달러, 1.4 GHz 638 달러였던 것이 4월말에는 각각 256달러와 193달러까지 내려갔다.

올해 1월 출시된 1.3 GHz 의 경우 403달러였으나 현재는 193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제조업체인 인텔이 경쟁사인 AMD와 시장점유율 싸움도 펜티엄4의 가격폭락을 한몫 거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머큐리 리서치에 따르면 AMD의 PC칩 프로세서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16%에서 최근 22%까지 늘어난데 반해 인텔은 83%에서 77%까지 줄어든 상태.

AMD의 약진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는 인텔은 하반기 프로세서 ‘저가폭격’을 계획하고 있어 두 회사간 가격인하 전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리먼브러더스의 반도체 전문애널리스트 댄 나일즈는“인텔이 PC용 반도체 제품의 가격을 이달말게 최대 54%까지 인하해 AMD를 압박할 것”이라며“1.8 ㎓급 펜티엄4의 가격을 562달러에서 260달러까지 내려팔고 1.7㎓도 45% 정도할인된 가격에 판매할 예정”이라고 내다봤다.

국내시장의 경우 11월 출시예정인 ‘한글판 윈도XP’가 펜티엄4의 판매를 부추길 전망이다.

실제로1995년 ‘윈도95’가 등장했을 때 전세계적으로 1억대 이상의 PC 생산 효과를 낳을 만큼 OS의 PC 교체 유인성은 이미 입증됐다.

LG IBM 유 팀장은 “윈도XP와 윈도95를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윈도XP가 펜티엄4 PC의 대중화에 적지않은 수요를 창출할 것으로 보인다”며 “가을에는 펜티엄4급 PC가 PC시장의 주력모델로 부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훈경제부기자

입력시간 2001/08/16 11:46


김태훈경제부 onewa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