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여는 사람들](13) 서울대 수의대 황우석 박사(上)

"생명공학은 생명지키는 윤리적 연구"

“인간배아 복제연구를 최근 중단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연구에 더욱 매진하고 싶지만 인간배아 복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 연구를 계속하는 것은 소위 책임있는 과학자의 올바른 자세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서울대 수의대 황우석(黃禹錫ㆍ48) 교수는 최근 아픈 결단을 내렸다. 지난해 세계 최초로 성공한 체세포에 의한 인간배아 복제 연구를 일시유보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황 교수는 1993년 시험관 송아지, 95년 슈퍼 젖소, 99년 복제송아지 영롱이를 잇따라 탄생시키며 갈채를 한몸에 받아왔다.

그러나 인간배아 복제연구의 개가는 난치병 극복의 희망이 열렸다는 찬사와 함께 ‘비윤리적이고 위험한 연구’라는 비난이 동시에 쏟아졌다.

서울 신림동 서울대 관악캠퍼스 대학부설 동물병원의 연구실에서 만난 황 교수는 “연구가 제일 어려운줄 알았는데 더 힘든 일이 있더라”며 “그러나 인간복제에 대한 논란과 논의 과정에서 거둔 성과도 많았다”고 말했다.

가축을 다루는 수의학자인 황 교수가 인간복제 실험을 둘러싼 논쟁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은 지난해 8월 ‘고능력 젖소의 복제생산’이란 주제의 연구발표회에서 밝힌 중간 발표 때문. 황 교수는 “36세의 한국인 남성에게서 채취한 체세포를 이용해 복제실험을 실시했고, 배아를 배반포 단계까지 배양하는 데성공했다”고 밝혔다.

배반포단계의 배아는 난자와 정자가 수정된 뒤 세포분열을 시작해 4~5일 지나 200~300세포기에 이른 상태로 임신 2개월까지의 초기 생명체를 뜻한다.

특히 배반포 단계 배아의 줄기세포는 각 신체기관으로 성장할 수 있어 난치병 치료 및 장기이식에 획기적인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됐다.

‘혹시 기술적 어려움 때문에 인간복제 연구를 중단하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생명공학 특성상 부단한 실험을 반복해야 하기는 하지만 결코 잘 안될 것 같으니까 중단한 것은 아닙니다. 타율에 의해 중단되는 것보다 자율적으로 결정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저의 취지는 인간배아 복제연구에대한 사회적 합의를 빨리 내려달라는 것 입니다.”


"생명윤리·국민건강권 균형있게 고려해야"

과학기술부 생명윤리자문위원회가지난 7월 인간배아복제 연구를 엄격히 금지키로 한 생명윤리기본법의 기본골격을 크게 바꾸지 않고 최종안으로 확정한데 대한 황 교수의 생각은 다르다.

“입장마다 다르겠지만 적어도 과학계와 의학계의 생각은 다릅니다. 생명윤리위원회의 최종안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사회적 합의라고 할 수 없습니다. 참고할 만한 하나의 안일뿐입니다.

국민의 건강권이 도외시되어 있습니다. 저는 앞으로 정부 내에서 조율과정이나 국회논의 과정에서 국민의 목소리가 반영돼 합리적인 안으로 보완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신성한 생명윤리와 아울러 국민의 건강권이란 양면이 균형있게 고려되지 않겠습니까.

또한 우리나라의 생명공학 수준은 세계 선두그룹 수준입니다. 국가경쟁력 차원에서도 생명공학을 사장시킨다면 큰 자원낭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생명윤리위원회의 안대로라면 우리 연구실에서 하고 있는 연구의 절반은 위법이 된다”고 말했다. 생명윤리위원회의 안은 체세포 복제는 물론 불임치료 목적 이외의 배아연구를 일절 못하게 되어 있다.

“개발과 활용은 구별되어야 합니다. 개발 단계에는 탄력적인 자율성을 주어서 연구개발을 촉진하는 반면 기술을 활용해 상품화하는 단계에는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7월11~19일) 영국과 독일의 생명공학계를 둘러보았는데 이들 국가의 전체적인 추세는 개발단계에는 문호를 개방하되 사용단계에는 윤리성을 강하게 요구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다면 황 교수는 인간복제 연구는 위험하지 않다고는 주장하는 것일까.

“종교단체는 생명은 신에 의해 창조되어야 한다는 관점에서, 시민단체는 생명 경시풍조를 조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저의 연구를 우려했습니다. 저도 100% 동의합니다. 그럴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무조건 연구를 막는 것이 능사는 아닙니다. 합리적인 대안까지 모색이 되어야 합니다.”

그는 자신의 대안을 이렇게 정리했다. “법으로 생명윤리를 완벽하게 규제할 수 있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입니다. 법은 최소한의 규정일 뿐, 법보다 더 강하고 큰 울타리 역할을 할 윤리의식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우선 초등학교 때부터 생명윤리교육을 실시해야 합니다. 21세기는 싫으나 좋으나 생명공학과함께 하는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둘째, 개념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배아복제의 경우도 인간의 개체복제와 치료용 복제를 나누어 규정해야 합니다. 미국 일본 심지어 중국에서도 개체복제를 목적으로 자궁에 착상하는 것을 형법으로 금지시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의료용 복제는 독일을 제외하고는 못하게하는 나라가 없습니다. 셋째는 시민과 함께 하는 생명공학 기술이 되어야 겠습니다.”

인간복제는 세계적으로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핫이슈다. 8월7일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미국 국립과학원(NSA) 주최로 열린 인간복제 세미나에서도 찬반 양측의 현격한 입장차만 재확인한 채 성과없이 끝났다.

특히 불임시술 전문가인 세베리노 안티노리(이탈리아) 박사 등은 이 세미나에서 “200명의 자원자를 대상으로 수 주일내 인간복제 실험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혀 파란을 일으켰다.


"배아세포복제 금지는 잘못 알려진 것"

이에 앞서 미국 하원은 7월31일 인간복제금지법을 통과시켰다. 국내에는 이 법이 인간배아 복제를 통해 또 다른 인간을 만들거나 난치병 치료 등 과학적 목적을 위해 배아를 복제하는 것을 일절 금지하고 인간배아 복제 연구를 통해 개발된 치료방법의 상품화도 금지하는 내용이라고 알려졌다.

황 교수는 “내용이 잘못 알려진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간복제에는 인간개체복제와 의료목적용 배아세포복제가 있다”며 “인간개체복제를 금지한 것을 배아세포복제를 포함한 인간복제를 금지한 것으로 와전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 인간복제금지법이 하원을 통과했다는 소식을 듣고 각계 전문가 몇 분과 함께 만나 논의도 하고 CNN 뉴스를 살펴보았다”며 “적어도 CNN 뉴스에는 배아세포복제까지 금지한다는 내용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인간개체복제는 저도 극력 반대하고 있습니다. 미국 등 각국에서 논의되고 있는 인간복제 논쟁은 인간개체복제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의료용 배아세포복제가 대상이 아닙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서로 다른 두 개념이 혼재되어 사용되고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황 교수의 주장이 맞는지, 언론보도가 정확한지 판별하기 힘들지만 분명한 것은 그의 연구열정 이용광로 같다는 점이다. 생명의 신비에 도전하고 있는 황 교수.

그는 “생명윤리는 생명의 고귀함을 지키는 것”이라며 “지금 질병으로 죽어가는 환자들의 생명도 고귀하며 이 분들의 고통을 달래고 생명을 지켜주는 일은 저를 포함한 생명공학 연구자의 의무”라고 힘주어 말했다. <계속>

김경철 주간한국부 차장

입력시간 2001/08/16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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