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카페 (71)] 야구의 과학

요즘 박찬호에 대한 열기가 한여름 무더위 만큼이나 뜨겁다.

그런데 혹 야구에는 박찬호만 있는 줄 안다면 오산이다. 과학의 원리도 있기 때문이다. 야구를 보면서 한번쯤은 과학을 생각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무게는 141.87~148.87g이고 둘레는 22.9~23.5cm, 무엇보다 야구를 재미있게 하는 것은 바로 다양하고 흉내내기 힘든 공의 재주다. 직구를 비롯해서, 회전하는 커브와 슈트, 가볍게 떨어지는 포크, 싱크 등 투구의 종류도 다양하다.

"공은 너무 꼭 쥐지 말고 실밥(솔기)에 걸어서 가볍게 쥐어야 한다(송구의 기본)"

공 놀림의 열쇠는 바로 이 문장 속에 있다. 야구공은 코르크나 고무로 만든 작은 심에 실을 감아 올리고, 흰색 말가죽이나 쇠가죽 두 장을 감싼 다음 붉은 실로 108번 꿰매서 마무리하는데, 바로 이때 실밥이 생긴다.

이 실밥을 쥐는 방법에 따라서, 그리고 던질 때 공의 어느 부분에 힘을 주는가에 따라서 공이 날아가는 모양이 달라진다.

특히 공에 회전을 줄 때 이 실밥은 손의 힘을 받는 마찰력의 역할과, 공중을 날아갈 때 공기저항을 받아 공의 움직임에 많은 영향을 준다. 투구의 기본인 직구는 공기의 저항을 되도록 많이 받도록 솔기를 엇갈려 잡아 던지고, 전문 구원투수들이 즐겨 사용하는 싱크 볼은 솔기를 피해 깊숙이 쥐고 던진다.

만약 야구공에 솔기가 없으면, 우선 공의 표면이 매끄럽기 때문에 비행거리가 훨씬 줄어든다. 반대로 솔기가 많아서 공의 표면이 꺼칠꺼칠하면 그만큼 공의 속도는 빨라진다. 이런 이유 때문에 투수들이 고의적으로 공에 상처를 내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면 공 놀림이 가능한 근본적인 과학원리는 무엇인가? 커브나 슈트는 공이 타자 앞에서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구부러지는 구질을 가리키는 말이다.

커브의 경우, 투수가 손목과 손가락을 이용해서 공에 회전을 주어서 공을 좌회전을 하면서 던지는 공이다. 슈트는 커브와 똑같은 원리이지만, 반대로 구부러지는 공을 말한다.

이런 투구가 가능한 것은, 투수가 공의 한쪽 방향에 회전력을 가하면 회전을 가한 쪽은 공기의 저항을 받아 압력이 높아지고, 반대 방향은 상대적으로 압력이 낮아진다. 이 때 압력 차에 의해 공의 진로는 낮은 방향으로 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마그누스(Heinrich Gustav Magnus, 1802~1870)의 효과라고 한다. 싱크, 속구도 마찬가지며, 야구뿐 아니라 배구, 탁구, 골프의 훅이나 슬라이드도 똑같은 원리이다.

만약, 진공상태에서 커브를 던지면 날아갈까? 진공상태에는 공기의 흐름이 없기 때문에 커브는 만들어지지 않고, 회전만 하면서 직선으로 날아가게 된다.

타격에는 무슨 원리가 있을까? 타격을 할 때는 공과 방망이의 각도와 위치가 중요하다. 가장 멀리 나가는 방망이의 타격 위치는 '진동의 중심'이 되는 위치다. 이 부분에 공이 맞으면, 순간적으로 진동이 상쇄되면서 방망이를 잡은 손은 아무런 느낌을 받지 않고 더 많은 힘이 공에 전달된다.

반면 빗맞은 방망이는 엄청난 진동이 일어난다. 이 진동의 중심은 타자가 방망이를 어떻게 쥐는가에 따라 달라지는데, 방망이를 짧게 쥐면 쥘수록 중심은 앞부분으로 이동한다. 이런 원리 때문에 타자는 타격의 순간에 홈런을 직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방망이를 길게 잡으면 관성 모멘트가 커져 빠른 스윙에는 단점이 있지만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홈런과 같이 장타를 목적으로 한다면 방망이를 길게 잡고, 안타를 원한다면 가능한 짧게 잡아 정확하고 빠른 스윙을 해야 한다.

물론, 세이프와 아웃의 순간 이루어지는 슬라이딩에도 과학원리는 있다. 슬라이딩은 몸 전체를 이용한 마찰력을 만들어 최고의 속력으로 달려온 타자가 최단시간에 속력을 줄이는(관성으로 인한 오버런의 방지) 효과를 낸다.

또한 지면과 접촉하는 면을 넓게 해서 상처의 위험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 그저 즐기면 좋은 것이 스포츠겠지만, 그 묘미는 마술이 아니라 과학의 원리에서 비롯된다는 것쯤은 알아두는 것도 좋을 일이다.

입력시간 2001/08/21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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