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국수 도전…창호 대망론 향해 '느림보'

이창호의 '미완성의 승리- V100'⑩

이창호는 더 큰 거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90년 15세이던 그때 소리소문없이 기사의 선망인 기전 국수에 도전하고 있었다. 작년에 멋모르고 도전했다가 1:3 으로 패퇴한 국수전. 기사라면 누구나 '국수'라는 소리를 듣고 싶어한다.

15세 이창호도 예외는 아니었다.

앞서 정동식씨는 이창호 '대망론'을 퍼뜨린 것에는 그가 국수전을 담당하는 관전기자이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국수전의 진행상황을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펴보기 때문이었다.

이창호는 국수전도전자 결정전에서 최규병을 이겼다. 충암의 맏형이라 할 수 있는 최규병. 그러나 이창호가 최규병 이상의 기사를 꺾지 못하고 도전자가 되었다면 아주 잘못 본 것이다.

국수전은 당시 패자 부활전이 있어서 한 번 이긴 상대라도 패자조에서 부활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두 번씩 이겨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예를 들어 지금의 이창호가 조훈현을 따돌리고 이겼다고 치자. 그러면 진 조훈현은 패자조에서 승승장구하여(지금은 그렇지도 못하겠지만) 또다시 이창호의 앞을 가로막고 나선다는 얘기다.

이창호는 양재호 장수영 서봉수를 차례로 이기고 승자결승에 진출했고, 최규병은 패자 1회전에서 올라온 다음 서봉수를 꺾고 패자 결승에 올랐다.

그러나 그도 이창호 앞에서는 더 이상 나아가지 못했다. 1국에서 196수까지 최대한 버텼으나 백을 든 이창호에게 돌을 거두고 만다. 그리고 2국에서도 127수만에 흑불계승을 거두었다.100수언저리면 초전박살을 의미하는데 당시 이창호의 위력은 가히 막강 그 자체였다.

서봉수가 두 번 연속으로 올라오지 않은 것은 다행이었다.

9월2일 한국기원에서는 국수전 도전기가 펼쳐졌다. '이번에는 이창호가 두 판을 배우지 않겠냐'는 설이 강력하게 떠돌았다. 작년에 한판을 이겼으니 이번에는 다소간 발전하지 않겠냐는 투였다.

그리고 그 전망은 대다수의 바둑평론가들이 예상한 스코어였다. 어떤가 3:2. 그 정도면 조훈현도 국수를 방어해 냈다는 명분도 서고 이창호도 어린 나이에 잘했다는 소리를 들을 테니 피차간 명분이 있는 스코어였다.

그러나 그 스코어는 그렇게 되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백을 든 이창호는 예의 느림보 바둑을 두어갔다. 그의 특질이 후반전이기에 전 반전에는 묵묵히 뒤따라가기만 하겠다는 작전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결과론이지 어린 나이에는 대체로 포석이 약하기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그림을 그리지 않은 초반에는 창의력이 바탕이 되어야 하는 것임에 경험이 일천한 신예들은 머리 속에 그림을 그리기가 뭣하다.

그러나 그 반대로 중반 이후 돌이 엉키면 수를 잘 본다. 이창호는 그렇게 자기가 수를 잘 볼 때까지 묵묵히 나가는 작전으로 일관되게 싸운다.

결국 조훈현은 잘 싸우다 후반에 꼭 실족을 하고 만다. 현란한 몸 동작에 바람을 가르는 스피드로 전광석화 같은 묘기를 보여주는 조훈현. 그도 묵묵히 따라오는 이창호를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드디어 후반. 올 것이 왔다. 조훈현은 팽팽하던 바둑을 그르치는 실수가 나왔고 그것을 놓칠세라 이창호는 '철커덕' 자물쇠를 잠그고 말았다. 그러고 기회가 오기를 기다렸건만 판이 그냥 끝나고 말았다. 백으로 2집반 승을 거둔 것이다.

"이제 재미있게되었군." "3:2까지 가겠는데?" 그래도 전부 이창호가 선전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지 이길 것이란 전망은 누구도 하지 않았다.

[뉴스화제]



세계청소년 바둑대회 시니어ㆍ주니어부 2연패

한국이 세계청소년 바둑선수권대회에서 2년 연속 시니어부와 주니어부를 모두 석권해 세계 최강의 실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8월5~11일 미국 하와이에서 벌어진 제18회 세계청소년 바둑선수권대회에서 한국대표로 출전한 김형환(15)군은 시니어부에서, 권형진(11)군은 주니어부에서 각각 우승컵을 안았다.

이번 대회는 한국, 일본, 대만, 싱가폴, 유럽, 미국, 캐나다 등 7개 지역에서 모두 18명의 선수가 참여해 스위스리그로 예선을 치렀으며, 시니어부의 김형환 군은 대만의 저우이난 군을 결승에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주니어부의 권형진 군 역시 예선을 5전 전승으로통과한 뒤 결승에서 대만의 시에 이민양을 상대로 아슬아슬한 역전승을 거두고 우승에 성공했다.

대만의 고(故) 잉창치(應昌期) 씨가 세운 '잉창치 바둑교육기금'이 창설한 이 대회에, 김영환 6단이 84년 제1회 대회에서 우승한 이후 한국은 공병주 3단(85년·2회), 김만수 4단(89년), 안조영 6단(93년), 박영훈 2단(96년) 등 다수의 우승자를 배출해 왔으며, 지난 대회에서는 허용호(시니어부)군과 강동윤(주니어부)군이 대회사상 처음으로 양 대 부문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하는 쾌거를 이룬 바 있다.

입력시간 2001/08/21 21:42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