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 졸속 대북정책, 예견된 파행

정부가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관계를 개선할 돌파구로 기대했던 평양 민족통일대축전이 덫이 됐다.

방북단 일부의 잇따른 ‘일탈’로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의 골이 더욱 깊어진데다 이들에 대한 사법처리 문제와 통일부 등 대북정책팀에 대한 문책공방 등으로 정부의 입지가 좁아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는 ‘색깔논쟁’이 항공위험국이라는 국제망신, 정치권의 일제시대 전력공방 등과 맞물려 광풍으로 확산될 수 있다.

이번 방북 파동은 예견된 일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당수 국민들은 방북 허가 과정에서 통일부가 보여준 중심을 잃은 듯 흐느적대는 자세에서 이미 ‘화덩어리’를 예감하고 있었다. 정부의 무(無)정견과 졸속이 파행을 부른 것이다.

통일부는 지난 6월 금강산 남북 민족통일대토론회에서 논의가 시작된 이번 행사에 남측 대표단이 참가하는데 부정적이었다.

8월14일 오전까지만 해도 “(북한이) 우리를 들러리로 세우겠다는 의도”라며 남측 추진본부의 방북승인 요청을 일축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추진본부 대표 3명이 “추진 대표가 3대 헌장 기념탑부근 행사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기로 했다” 며 급선회했고 방북단은 오후9시에 부랴부랴 방북교육을 받았다.

기념탑 부근에서 행사를 하지 않겠다는 북한의 회신이나 200여 단체 대표와 회원들이 기념탑 부근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대표의 각서를 전적으로 믿은 정부 당국의 처사는 대북 조급증이 빚어낸 것이다.

한나라당이 “김일성 대남적화유훈인 3대 헌장에 충성서약한 인사들의 방북을 허용한 임동원 통일부 장관의 저의가 뭐냐”고 다그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통일에 이르는 길은 험난하다. ‘원맨쇼’나 ‘슈퍼맨’은 통일로 가는 길을 더욱 고통스럽게 만들 수 있다.

김경철 주간한국부 차장

입력시간 2001/08/21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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