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선 민주당 최고의원, '스타' 반열에?

이회창 총재 비난 발언으로 '일파만파'

민주당 안동선 최고위원이 졸지에 여야 영수회담의 성사를 좌지우지하는 ‘정치 스타’로 떠올랐다.

안 최고위원이 16일 충북 청주에서 열린 민주당 국정홍보대회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를 비난한 내용에 대해 한나라당이 강력 반발, 일파만파를 불러왔다.

한나라당은 급기야 안동선 최고위원 본인의 사퇴는 물론, 김대중 대통령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요구하고 나섰고 “이런 분위기에서 영수회담을 한들 무슨 소용이있겠느냐”며 영수회담 합의파기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로 돌아섰다.

결국 안 최고위원은 20일 “당인의 한 사람으로서 사랑하는 당과 국민들게 본의 아니게 심려를 끼친 점을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며 최고위원직 사퇴의사를 함으로써 자신의 발언에 책임을 질 수밖에 없었다.

그는사퇴 성명서에서 “한나라당의 요구대로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는 만큼 한나라당은 본인의 연설내용을 빌미로 삼아 영수회담을 무산시켜서는 안될 것”이라면서 “한나라당이 총재는 부친이 일제 때 일본 검찰의 서기직에 있었던 친일 인사였다는 설과 5ㆍ16 군사재판 때 유일하게 민간재판관으로서 민족일보 조용수 사장의 사형판결에 참여한 사실에 대해서 국민 앞에 밝혀야 한다”고 가시를 달았다.

한나라당을 발끈하게 함으로써 자신의 사퇴까지 부른 문제의 발언 내용은 이렇다.

안 최고위원은 “광복절 기념식장에 이 총재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며 “친일파는 3대에 걸쳐 부귀영화를 누리고 독립운동한 사람은 3대에 걸쳐 죽을 고생을 하는데 이회창씨가 부끄러워서 못 나왔다는 생각을 했다”고 이 총재를 친일파로 몰아 붙였다.

안 최고위원은 이어 결정타를 또 날렸다. 그는 “남북 이산가족 상봉 때 다 우는데 돌하르방과 이회창 한 ‘놈’만 안 울고 버티고 있었는데 이회창이 ‘저렇게 해서 김대중 인기가 올라가면 나는 (대통령) 안 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해서 안 운 것”이라고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재미있는 것은 안 최고위원이 이러한 발언을 하기 전에 “대통령이 영수회담을 제의한 만큼 오늘은 그만 하겠다”며 자제 의사를 밝혔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할 말 다 못하고 참으면서 한 것이그 정도라는 것이다.

참은 것이 그 정도였다면 평소엔 어떠했을까. 자유당 정권 시절인 지난 1956년 해공 신익희 대통령 후보의 선거운동원으로 정치판에 뛰어든 이후 45년 야당 외길을 걸어왔다고 자부하고 있는 안 최고위원은 입이 걸기로 유명하다.

안 최고위원은 지난 4월에도 이회창 총재를 ‘독사’에 비유, 파란을 일으켰다. 안 최고위원은 당시 자민련 부천 원미을 지구당 개편대회에 참석, 축사를 통해 “독을 품은 독사 같은 이 총재는 여당을 칭찬하는 일이 거의 없다”면서 “복잡한 전철 안을 휘젓고 다니면서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고 이 총재의 지하철 출근을 질타했다.

안 최고위원은 이어 “한나라당 이 총재가 조금 눈이 돌아가 김대중 대통령에게 제왕적 대통령이라고 비난했다”며 “명색이 법을 전공한 사람이 옛날의 상감마마나 임금을 지칭하는 상식 이하의 발언을 우리 대통령에게 했다”고 내질렀다.

언론사 세무조사를 둘러싼 대치 정국의 와중에서도 안 최고위원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는 언론사 세부조사를‘김정일 서울 답방 사전 정지용’이라고 주장한 한나라당 홍사덕 의원에 대해 “홍의원은 안기부 연락병이라는 얘기가 있었다”며 인신공격성 발언을 하는가 하면 “한나라당은 족벌 언론의 용병”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직설적 성격의 특무상사형 정치인

대학 재학시절 야당과 인연을 맺은 뒤 줄곧 야당 생활을 하다 정권교체와 함께 여당 중진이 된 안 최고위원을 가리켜 ‘특무상사형 정치인’이라고 평하는 사람들이 많다. 직설적이고 원색적인 그의 언변도 이러한 평가에 단단히한 몫을 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정치 초년병 시절에는 한때 김영삼 전 대통령 계보로 분류되기도 했었는데 김 전 대통령이 공천을 주지 않아서 김대중대통령 진영으로 방향을 바꿨다는 정치 역정은 그 자신이 스스럼없이 하는 얘기다.

정치 경력에 비해서 ‘금배지’운은 썩 좋지 못했기 때문에 12대때 처음으로 의정 단상에 오를 수 있었다.

12대 총선 때 신한민주당내 비주류의 지원으로 공천을 받아 등원한것을 잊지 못해 아직도 매년 이들에게 신년인사를 다니는 의리파이기도 하다. 1998년 지방선거 때 경기지사 출마를 준비하다 김 대통령의 만류로 포기하기도 했다. 입이 걸기로 유명한 그가 평민당 시절 대변인을 지냈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그가 의리파라는 것은 그 자신이 ‘동교동계 구파’로 분류될 정도로 가깝고 골프 친구이기도 한 민주당 권노갑 전 최고위원을 정치적으로 방어하는데 앞장섰던 사실에서도 잘 드러난다.

안 최고위원은 김 대통령에 대한 충성도 절대로 남에게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한다. 지난 5월 민주당내 소장 세력들의 당 쇄신 요구가 다시 권 전 최고위원에 대한 공격으로 비치자 안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 석상에서 “더 이상 참지 않을 것”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이어 “구당파를 만들어 쇄신 모임에 맞설 것”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안 최고위원은 권 전 최고위원이 언급한 ‘당권-대권 분리론’을 당내 초선 의원들이 비판하자 당무회의에서 “당 원로가 사석에서 언급한 말에 젊은 의원이 반박하고 나선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일침을 가하고 “이말을 당사자에게 꼭 전해달라”고 신신당부했다.

안 최고위원은 지난 6월 이종찬 전 국정원장이 기고를 통해 김 대통령의 당적 이탈을 촉구하고 나섰을 때에도 발끈했다. 안최고위원은 의총 발언을 통해 “말은 그럴싸 하지만 위험한 중상모략이 담겨 있다”면서“이 정부의 정권인수위원장과 국정원장을 지낸 사람이 그런 주장을 하는데 대해 통탄을 금할 길 없다”고 질타했다.

그는 “그사람은 민정당 총무, 사무총장을 했는데 그럼 왜 당시 노태우 대통령에게는 집권당에서 물러나라는 말을 안 했느냐”며 전력까지 들추면서 “이런말은 겉으로는 대통령을 존경하는 것 같지만 결국 정치에서 손을 떼라는 말로 용납하면 안 되고 강력한 대응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입이 걸다지만 그를 ‘막말 정치인’이라고 하면 본인은 펄쩍 뛴다. 때로 말이 지나치기도 하지만 그것은 야당에서 잔뼈가 굵은 정치인으로서 결기와 의리가 남보다 강하기 때문이라는 평가도 그의주변에서는 나오고 있다.

그의 결기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있다. 1999년 7월 특검제 수용 여부를 놓고 당시 국민회의 김영배 총재대행이 김종필 총리에게 맞섰다가 전격 경질됐을 때의 얘기다.

당시 그는 고위당직자회의를 주재하면서 개인적 소회를 말하겠다며 “김 총리의 대갈일성에 대행의 ‘모가지’가 날아가면 우리 당도 자존심이 있단 말이야, 그런 식으로 하면 얘기할 수 있겠어, 자존심은 큰 정당일수록 더 있는 거야”라며 분노를 삭이지 못했다.

안 최고위원은 이어 “김 대행은 5ㆍ16 쿠데타 이후 40년이 넘게 야당을 하면서 일선에서 갖은 고통을 겪으며 민주화 운동을 한 사람”이라며“5ㆍ16 주체인 총리의 일갈에 자리가 날아가니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니냐는 느낌이 든다”며 민감한 대목을 건드리기도 했다.

그런 그가 지난해 12월 김중권 최고위원이 대표로 임명됐을 때 당의 정체성 문제를 거론하며 “탈당도 불사하겠다”고 말하다가 그 자신이 지명직 최고위원에 임명된 뒤에는 “대표를 중심으로 단결해야 한다”고 말을 바꾼 것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대목이다.

고태성기자

입력시간 2001/08/22 14:57


고태성 tsgo@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