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에서] '쌀 파동' 농촌에 한숨만...

쌀 파동 취재는 기자에게 적지 않은 시사 점을 던져 주었다. 당초 이번 주의 쌀 파동 기획은 넘쳐 나는 재고량의 실상을 보여주고, 정부 당국의 안일한 양정(糧政) 정책을 꼬집는 수준이면 되리라 생각 했다.

하지만 깊게 취재 할수록 이것이 단순히 정책을 탓하는 수준에서 해결될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물론 정부측의 실정도 있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농가 소득 보호와 쌀값 안정’이라는 상반된 논리를 맞추려 골몰하는 정부에게만 무작정 책임을 돌리는 것도 온당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쌀 문제는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심각하다. 쌀은 식량 자원화할 수 있는 국가 기간 작물이다. 전국 79만호 농가 역시 우리 사회의 근본을 형성하는 계층이다. 어느 나라든 농가와 농업은 국가적으로 보호한다.

하지만 안팎의 여건은 매우 열악하다. 미국을 비롯한 쌀 생산국들은 점차 개방의 압력 수위를 높이고 있다. 심지어는 우리가 우리 돈으로 농민을 돕는 것 조차 ‘농업 보조금’이라며 막고 있다.

여기에 소비자인 우리 국민들까지 이 문제를 나 몰라라 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따뜻한 한끼 밥을 해주기 보다, 간단히 빵이나 피자를 사주는 어른들이 바로 우리가 아닌가.

그로 인해 신세대들의 입맛은 이제 쌀을 외면한다. 우리의 쌀 소비량 감소는 세계 최고 수준에 달한다. 피땀 흘려 쌀 농사를 짓는 농민이 바로 우리의 형제 자매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다.

지금 국내 쌀 시장은 정부의 직ㆍ간접적인 보조를 통해 어렵게 꾸려나가고 있다. 쌀 문제를 가장 방관하는 계층은 쌀 소비자, 바로 우리 국민들이다. 쌀 정책은 단지 농가와 정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쌀 농가가 무너져 수입 쌀에 의존하게 되는 사태가 되면 가장 큰 피해를 볼 쪽은 다름아닌 고가에 쌀을 사야 하는 소비자들이다. 더 늦기 전에 함께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송영웅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1/08/29 15:42


송영웅 주간한국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