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지는 '본즈포'에 미국이 열광하다

SF 자이언츠 배리 본즈 경이적 홈런레이스, 70홈런 넘어설 듯

“이런게 바로 본즈야! (쎄시 본즈: C’est Bonds!)”

24일(이하 한국시간) 몬트리올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몬트리올 엑스포스와의 경기에서 9회 대타로 나온 샌프란시스코의 배리 본즈(37)가 시즌 55호 홈런을 뽑아내며 시즌 70홈런 고지를 향해 한 걸음 더 내디뎠다.

본즈가 대타로 출장해 홈런을 친 것은 89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시절 이후 12년만. 19일 애틀랜타전 이후 6일의 침묵을 깬 홈런이기 때문에 더 의미가 각별했다.

98년 세인트루이스 카드널스의 마크 맥과이어와 시카고 컵스의 새미 소사가 로저 매리스(뉴욕 양키스)가 세운 시즌 홈런 기록(61년, 61개)을 37년 만에 갈아치웠을 때 미국인들의 열광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게다가 맥과이어가 전대 미문의 시즌 70 홈런을 기록하자 전문가들은 앞으로 이 기록을 깰 선수는 맥과이어 자신 밖에 없으리라 예상했었다.

그런 맥과이어도 이듬해 65개, 2인자 소사도 63개의 홈런을 치는데 그쳤고 설상가상으로 맥과이어는 지난 시즌과 올 시즌 잦은 부상으로 전성기 때의 기량을 보여주지 못해 한 시즌 70 홈런은 당분간 깨지기 어려운 기록으로 여겨졌다.

올 시즌 개막과 동시에 본즈가 기록적인 페이스로 홈런을 쏟아냈지만 야구팬들과 전문가들은 본즈의 홈런 기록 경신을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

본즈가 강타자이긴 해도 시즌 홈런 기록은 2000년의 49개가 최고였고 샌프란시스코의 타선에 제프 켄트말고는 위협적인 타자가 없어 투수들이 정면승부를 피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

본즈가 7월 중순까지 39개의 홈런으로 올스타 휴식기전 사상 최다 홈런을 날렸지만 당시 USA 투데이 지의 여론조사에서 본즈의 기록 경신을 예상한 독자는 40% 정도였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러나 본즈는 그런 냉소적인 전망들을 뒤로 하고 후반기에서만 16개의 홈런을 추가하며 대기록에 한발한발 다가서고 있다. 128게임을 치룬 25일 현재 본즈는 55개의 홈런을 날려 98년 맥과이어가 같은 게임 동안 기록했던 51개보다 4개나 빠른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다. 신기록의 7부 능선까지 이른 셈이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호타 준족

올해 37세로 메이저리그 경력 17년차인 본즈는 메이저리그에도 대표적인 야구 명가 출신. 아버지 바비 본즈는 60년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맹활약하며 통산 332홈런과 ‘30_30(홈런30개와 도루 30개)’을 5차례나 기록하며 올스타에 5차례나 선정됐던 대 선수다.

본즈의 외삼촌은 월드시리즈의 사나이로 불리며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레지 잭슨이고 그의 야구 대부(代父)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의 외야수로 꼽히는 윌리 메이스. 어려서부터 자이언츠 구장에서 메이스 같은 대 스타들을 보면서 자란 본즈에게 야구는 ‘숨쉬는 일’ 과 같은 것이었다.

야구 명문인 애리조나 주립대를 졸업한 본즈는 86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 1차 지명으로 입단한 첫해부터 대스타의 자질을 선보였다. 그해 신인 최다 홈런, 최다 타점, 최다 도루로 신고식을 한 뒤 곧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호타 준족’선수로 성장했다.

90년 3할1리의 타율에 33홈런, 114타점, 도루 52개로 내셔널 리그 MVP를 거머쥔 본즈는 92년과 93년에도 연속으로 MVP를 거머쥐며 대스타의 자리를 확보했다. 본즈의 장점은 장타력과 빠른 발을 겸비했다는 것.

‘30-30’클럽에 다섯 차례나 가입해 아버지와 동률을 이뤘고 96년에는 오클랜드 어슬래틱스의 호세 칸세코(88년)이후 사상 두번째로 ‘40_40클럽’에도 가입했다. 그가 갖고 있는 사상 최초의 ‘400홈런_400도루’기록은 당분간 깨지기 어려울 대기록이다.

현재 통산 홈런은 549개로 역대 8위. 현역 선수중 맥과이어(576개)에 이어 두번 째로 그는 살아 움직이는 기록제조기인 셈이다.


홈런포의 원천은 엄청난 훈련

올 시즌 본즈의 경이적인 홈런 페이스는 엄청난 웨이트 트레이닝 덕분이다. 99년 부상으로 60게임 이상 결장한 전력이 있어 시즌 전 엄청난 웨이트 트레이닝을 했다. 5년 전보다 체중을 8㎏ 이상 불린 것은 홈런을 양산할 수 있는 힘의 원천. 스트라이크 존 덕도 봤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의 스트라이크 존은 상하폭이 넓어진 대신 좌우폭이 줄어들었다. 몸쪽 공을 당겨치는 것이 특기인 본즈에게 투수들이 바깥쪽 유인구를 쉽게 던질 수 없게 된 것. 게다가 의식적으로 장타를 노린다. 올 시즌 본즈의 삼진은 79개로 4.8타석 만에 한 번 꼴이다.

지난해까지 6.3타석마다 한 번씩 당하던 것과 비교하면 의식적으로 큰 스윙을 하고 있다는 증거다.

장타율은 무려 8할2푼3리. 98년 맥과이어의 7할5푼2리를 훨씬 뛰어넘는다. 구장 덕도 있다. 지난해 개장한 샌프란시스코의 홈 구장 퍼시픽 벨 파크는 오른쪽 펜스가 93㎙ 로 짧아 좌타자 본즈가 톡톡히 덕을 보고 있다.


평균 6.9타수마다 홈런, 페이스도 상승세

25일 현재 128게임을 치룬 현재 샌프란시스코의 잔여 경기는 35경기. 평균 6.9 타수마다 홈런을 뽑아내고 있는 본즈의 상승세로 볼 때 70홈런이 가시권에 들었다는 얘기다.

게다가 뛰어난 경쟁자까지 만났다. 시즌 전반기 본즈를 견제하던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루이스 곤잘레스의 홈런포가 주춤하고 있는 대신, 98년처럼 소사가 2인자 탈피를 외치며 분전하고 있다.

소사는 8월에만 14개의 홈런포를 날렸고 3개의 홈런을 친 경기도 2경기나 된다. 8월초에만 해도 홈런 10개 차이로 본즈에 뒤져있던 소사가 상승세를 타며 홈런 49개로 본즈와의 격차를 6개로 줄였다.

98년 맥과이어가 홈런 기록을 세웠을 때 가장 힘들었던 것은 언론의 과도한 관심. 일거수 일투족을 추적당하며 신기록에 대한 반복되는 질문이 따라다니며 그를 괴롭혔다.

하지만 맥과이어는 함께 분전하던 소사와 부담을 나눠가질 수 있어 막판 기록 도전에 편안하게 나설 수 있었다. 관심이 쏟아지는 경기에 부담을 느끼는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본즈의 경우는 좀 심했다.

통산 타율이 2할 9푼인 본즈가 포스트 시즌 타율이 1할9푼6리라는 것이 그것을 증명하는 것. 언론과의 사이도 좋지 않아 여러 번 구설수에 올라 기록 경신을 앞두면 엄청난 스트레스를 느낄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98년의 홈런 레이스처럼 소사가 막판 에 상승세를 지속해 언론의 관심이 분산된다면 본즈가 중압감으로부터 좀더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대기록을 눈 앞에 두고 있는 본즈는 “나는 홈런타자가 아니다. 한 시즌에 60홈런 넘게 칠 수 있는 선수는 맥과이어나 소사다. 나의 목표는 팀이 우승하는 것 ”라고 겸손해하고 있지만 그의 맹렬한 홈런 레이스는 막바지로 향하고 있는 올 시즌 미국 프로야구의 최고 관심사가 될 것이 틀림없다.

이왕구 체육부기자

입력시간 2001/08/30 14:51


이왕구 체육부 fab4@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