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문화풍경] "디지털시대 사물놀이의 변화를 보라"

김덕수씨 '난장컬쳐스' 코스닥 등록

김덕수씨가 커다랗게 변신했다.

보다 정통적인 것에 더 깊이 천착한다는 점에서, 그 행로는 반시대적이다.

그러나 산업적 구조와 맞물려 급변하는 문화 여건에 발빠르게 조응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미래지향적이다. 즉, 문제는 보다 한국적인 것으로 급변하는 세계시장에 발빠르게 대응하자는 것.

8월 29일 김씨의 사단법인 사물놀이 한울림이 ㈜난장컬쳐스로 코스닥에 등록됐다. 전국의 장터를 떠돌며 아저씨(사당패의 어른 연희자)의 풍물 가락에 맞춰 어깨에 올라가 춤을 추던 새미(무동ㆍ舞童)가 벤처 기업의 대표로 거듭난 것이다. 전통 문화 분야에서의 첫 밴처사다.

16일 기자 회견 형식으로 사실을 공표하는 자리에서 김씨는 “이 디지털 시대, 사물놀이도 국제적 프랜차이즈망으로 거듭나야 할 필요를 절실히 느꼈다”며 “상설 공연장, 사물놀이 악기 공방, 사물놀이 교육 시설 건립 등 사업에 모두 5억원의 자금을 투자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사물놀이도 하드락카페나 TGIF 처럼 국제적 조직체로 재탄생하는 것이다.

김씨는 “늦어도 내년 말까지는 500석 규모의 공연장을 짓겠다”며 “부지 물색이 여의치 않을 경우, 늦어도 내년말까지 대학로에 있는 한울림의 400평땅에라도 지을 것”이라며 뜻을 확실히 했다.

김씨는 “이를 위해 20억 규모의 유상 증자를 병행할 것”이라며 “부여의 악기 공방은 2년 뒤 전문대학원으로 승격시킬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씨는 “사물놀이의 이름을 빌어 일본의 북 ‘다이코’를 버젓이 사용하는 현실에서, 이제는 교육ㆍ제작부터 실질적인 작업에 들어가냐 한다”며 체계적 접근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로써 김씨는 전통 문화도 21세기 산업 구조내에서 착근해야 한다는 시급한 과제를 가장 먼저 선점한 사람이 됐다. 사실, 이 문제는 김씨만의 것이 아니다.

1999년 문화관광부가 문화상품과를 신설했을 때만하더라도 상황은 느긋했다. 그러나 문화가 생활, 특히 경제와 연계돼야 한다는 문화이론가와 현장기획자들의 우리 시대의 요구로 마침내 지난 5월 새로운 부서가 빛을 보게 됐다.

문화산업국산하 문화 콘텐츠 진흥과. 캐릭터ㆍ출판ㆍ디지털ㆍ콘텐츠 등 최근 부쩍 대두한 문화 소프트웨어를 주관하는 부서다.

문화콘텐츠 진흥과 이정미 사무관은 “지방 도시의 경우, 공원, 도서관, 공연장이 전무하다시피 하리만큼 우리의 문화 인프라는 열악하다”며 “이럴 때일수록 고유의 문화 자산을 현대화시켜 우리의 정체성을 찾는 일에 역량을 모으겠다”고 다짐했다. 그 다짐은 결코 외롭지 않다.

첫 전통문화 벤처 기업의 기록을 세운 김덕수씨는 최근 더블 앨범 ‘자연의 정령(SpritOf Nature)’을 발표, 자신의 음악적 본류는 원시적인 무속 음악에 있음을 확실히 했다. 첨단 시스템을 호흡하는 고고한 전통주의자로서 발하는 첫 고고성인 셈이다.

입력시간 2001/09/10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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