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괴담] 남편들이여 아내를 생각하라

외부감염 HPV가 자궁암 유발, 외도 잦은 남편 '요주의'

접대ㆍ유흥 문화가 발달한 우리 사회현실에서 남성들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외부 여성과 접촉할 기회가 많다.

매춘을 전문으로 하는 윤락 여성이 아니더라도 룸살롱이나 단란주점의 접대부와 성관계를 갖는다는 것은 성병이나 에이즈 같은 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을 수 밖에 없다.

이런 영향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국내 여성, 특히 결혼한 중년 부인들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자궁경부암 발생 빈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보건복지부 한국중앙암등록본부가 1999년 한해 동안 전체암 발생을 조사한 결과 여성에서 자궁암은 11.6%로 위암(16.2%)과 유방암(14.7%)에 이어 3위의 질병으로 나타났다.

◁ 국립보건원에서 자궁암 시약검사를 하고 있는 연구원들.<김명원/사진부 기자>

그러나 상피내암종을 포함할 경우 자궁경부암이 국내 여성 암 발생율 1위를 차지한다. 현재 국내에는 여성 인구 10만명당 22.2명꼴로 자궁암에 걸리며 이로 인해 매년7,000명의 환자가<발생한다.


에이즈와 함께 대표적 외부감염 질병

문제는 이중 적지 않은 원인이 남성의 탓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간 암은 바이러스 같은 외부 감염에 의해서는 옮겨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위암을 일으키는 헬리코박터균을 비롯해 최근 문제가 된 자궁암 유발 바이러스인 인유두종(HPV:human papilloma virus) 등의 임상 실험을 통해 그 같은 생각이 바뀌고 있다.

특히 외도 남편들을 잠 못 이루게 만들었던 HPV와 에이즈(HIV)는 외부에 의해서 옮겨지는 대표적인 질병들이다.

인유두종 바이러스인 HPV는 지난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자궁경부암을 유발하는 원인체로 밝혀지면서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정부 당국은 최근 여성들의 자궁암 발생율이 높아지자 올해초 부산 대구 등 4대 도시의 윤락가 접대부 500명을 대상으로 HPV 감염 여부를 조사ㆍ발표 했다. 이 결과 전체 검사 대상자의 47%가 HPV 바이러스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70종의 HPV중 감염 예후가 가장 불량해 자궁경부암으로 전이될 수 있는 소지가 높은 16번, 18번 고위험군에 감염된 접대부가 무려 40%에 달한다는 보고서는 국민들에게 충격을 던졌다.

HPV 바이러스는 에이즈의 원인체인 HIV의 크기의 절반인 50나노미터로 작아서 콘돔을 착용해도 별 효과를 보지 못해 감염자와 관계를 했을 시 전이될 확률이 매우 높다.

또한 HPV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이중 남자가 감염됐을 시 자각 증세를 느낄 수 있는 종류가 첨규 콘딜롬을 제외하곤 없다. 첨규 콘딜롬은 남성 성기끝부분에 사마귀 같은 부종이 생기는 HPV의 한 종류로 육안으로 쉽게 구별할 수 있는 반면 여성 자궁암 발병과는 큰 연관 관계가 없다.

남성이 첨규 콘딜롬이 아닌 다른 종류의 HPV에 감염 됐을 경우 자신이 감염자인지를 알 수가 없기 때문에 다른 여성에게 전이 시킬 위험이 높다.

국립보건원의 HPV 역학 조사 결과가 나왔을 때 국내 각 언론매체에서 ‘외도 잦은 남편, 아내 자궁암 걸릴 확률 높다’라는 제하의 기사가 나간 것도 바로 이런 연유다.

HPV가 문제가 되는 것은 일단 한번 감염되면 마땅한 치료법이 없다는 것이다. 감염자 자체의 인체 면역 기능에 의존하는 수 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

인체에는 자체 면역 기능이있어 외부의 바이러스나 세균이 들어오면 항체와 세포 면역을 통해 침입 균을 제거한다. HPV도 지금까지 치료제나 예방 백신이 개발되지 않아 자연치유 밖에는 방법이 없다.


자연치유 이외엔 마땅한 치료법 없어

국립보건원 면역결핍연구실의 이주실 실장은 “HPV의경우 대개 수개월이 지나면 자연 치유되지만 이중 일부는 지속성ㆍ재발성 감염력을 지니고 있어 문제가 된다”며 “일부 바이러스는 체내에서 5~7년간 잠재해 있기 때문에 건전한 성생활 이상의 효과적인 예방책은 없다”고 말했다.

고려대 구로 병원 산부인과 서호석교수가 지난해 병원에서 정기 검진한 일반 여성 689명중 전체의 19.4%인 134명이 고위험 HPV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4세 이하의 경우 15명중 9명인 감염돼 감염률이 60%에 달했고, 25~34세는 126명중 27명으로 21,4%로 조사됐다. 서 교수는 “젊은 여성들의 성생활이 다소 개방적이어서 감염률이 높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현미경으로 본 HPV. 자궁암을 유발하는 바이러스에 윤락가 여성 절반 가량이 감염됐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돼 남성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그렇다면 HPV 감염이 곧바로 자궁경부암으로 전이되는 것인가.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하지만 가능성은 매우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지금까지 밝혀진 70여 종류의 HPV 중 자궁경부암을 유발하는 고위험군은 16번, 18번 등 몇 종류에 불과하다.

이들 HPV 원인체는 체내에서 발암 억제 물질인 p53 유전자와 Rb, IRF-1 등의 단백질을 방해, T-임파구 면역 세포가항원을 인식하거나 항원 주위로 가지 못하게 함으로써 체내 면역 기능을 잃게 만든다. HPV 자체가 암이 되는 것이 아니라 체내의 면역 기능을 상실케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암을 유발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나온 의학 보고서에 따르면 지속ㆍ재발성을 지닌 HPV에 감염된 여성의 30%는 1년 이상, 9%는 2년 이상 감염기를 지니게 된다.

그리고 이런 지속ㆍ재발성 HPV 보유자의 경우 약 10~20% 정도가 종양 즉 자궁경부암으로 진행 된다고 추정하고 있다. 물론 HPV가 자궁암을 유발하는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명백한 증거는 아직 없다.

다만 자궁경부암에 걸린 여성의 90% 이상이 HPV에 감염돼 있다는 사실을 역으로 추정해서 알 뿐이다.

그렇다면 HPV 보균 남성과 성관계를 가진 여성이 자궁암으로 진행되는 과정은 어떨까. 국내 전문가들에 따르면 대개 성 관계를 가진 3~9개월 후에 HPV에 의한 조직학적 변화가 나타나고, 평균 1년6개월 후에 경증의 이형성증(암의 이전 단계로 비정상 세포로 구성된 조직이 나타나는 현상)이 나타난다.

그러나 이중 70~80%는 체내 면역 작용에 의해 자연 소실되고, 20~30% 만이 1년 뒤 중증의 이형성증으로 발전하게 된다.


건전한 성생활이 확산 막는 길

자궁경부암은 특히 어린 나이에 성관계를 갖거나 흡연시 감염 위험이 더욱 높아진다. 4명 이상의 성 상대자가 있을 경우 위험성은 3.6배 증가하며, 초경 후 1년내에 성 관계를 가지면 26배나 위험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윤락 여성의 나이가 점차 낮아지고 있다는 점, 그리고 대부분의 여성 접대부들이 흡연을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접대부들의 HPV 감염율이 높을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대한부인 종양학회 김재욱(세브란스산부인과) 회장은 “HPV는학계에서 자궁경부암을 유발하는 가장 확실한 원인체의 하나로 밝혀졌다”며 “이 병은 남성들이 자제하면 충분히 확산을 막을 수 있는 질병인 만큼 남성들의 절제가 최우선이며 일단 감염이 의심되는 여성은 6개월마다 전문의를 찾아가 정기 검사를 받으면 최소한 암으로의 전이는 미리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HPV는 에이즈처럼 문란한 성 생활을 하는 사람에게 주어 주는 하나의 형벌이다. 하지만 에이즈와 달리 그 피해가 여성에게만 가해진다는 특징이 있다. 최소한 자신의 아내에게 사형 선고를 안기는 그런 비정한 남편이 되지 않기 위해서, 남성들의 자각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송영웅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1/09/12 14:08


송영웅 주간한국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