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사랑이 우릴 지켜줄거예요"

이문기-김민경 트랜스젠더 1호 커플

“용기는 아닙니다. 좋은 사람과 같이 살아가고 함께 있고 싶은 것, 그것 뿐입니다.”

국내 첫 트랜스젠더 커플이 탄생한다. 주인공은 올 7월 트랜스젠더 커밍 아웃으로 화제가 됐던 시인 겸 사회 사업가인 이문기(44)씨와 그의 후원자였던 김민경(31ㆍ여)씨(주간한국8월2일자 참조).

이씨는 당시 주간한국의 ‘트랜스젠더’ 특집 기사에 감명, 자신이 여성에서 남성으로 성 전환한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을 당당히 공개, 각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인물이다.

이씨는 “함께 사회사업을 할 평생 반려자를 얻는 기쁨과 함께 트랜스젠더들도 정상인과 결혼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결혼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 환한 웃음으로 행복을 말해주는 이문기·김민경 커플<김명원/사진부 기자>

이 커플의 결혼 소식이 알려지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한 쪽은 예비 신부인 김민경씨다. 이씨 보다 13살이나 연하인 김씨는 모방송국 작가와 프리랜서로 활동한 커리어 우먼.

본래 사회사업에 관심이 많던 김씨는 4년전 이씨가 제소자들을 돕는 것을 알고 재정 후원을 자원하면서 이씨와 인연을 맺게 됐다.

김씨는 이씨가 운영하는 ‘아브라함의 집’에서 자원 봉사로 일을 하며 이씨를 도우다 이씨가 집필을 시작하자 자신은 출판업에 뛰어 들어 출판사 ‘호루라기’를 설립, 이씨의 시집 ‘가물치의 꿈’ 등의 발간 작업을 맡아왔다.


신부가 청혼, “사회사업 해나갈 것”

김씨는 “부모님을 비롯해 주변에 ‘왜 트랜스젠더와 결혼을 하느냐’며 고개를 젖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 선생님은 내게는 존경하는 분이자 멋진 남자”라며 “보통 부부처럼 서로 아끼고 사랑하며 평생 사회사업을 함께 해 나갈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남들은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느냐’고 묻지만 나는 일반 여성들이 결혼을 결정할 때와 똑같은 그 만큼의 용기를 냈을 뿐”이라며 “나 자신을 가장 어여쁘게 봐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들의 결혼에는 다소 의외의 부분이있다. 일반적으로는 트랜스젠더인 이씨가 정상인인 김씨에게 청혼을 했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정반대다. 김씨가 여성에서 남성으로 성 전환한 이씨에게, 그것도 3년전에 청혼을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청혼을 최근 이씨가 받아들인 것이다.

이씨는 “솔직히 사회사업으로 바쁜데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 아직 심리적ㆍ경제적인 준비가 돼 있지 않아 민경씨의 마음을 알면서도 선뜻 청혼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며 “최근 트랜스젠더에 대한 사회적인 시각이 바뀌고 혼자하는 사회사업보다 둘이 함께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것 같아 결혼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제 민경씨가 더 예쁘게 보이는 것을 보니 결혼이 실감난다”며 “나로서는 행복하기 이를 때 없지만 혹시 민경씨가 주변 사람들의 편견때문에 마음을 상하지 않을까 두렵다”고 말했다.

예비 신부 김씨는 ‘부부 성생활은 어떻게 되느냐’는 짓궂은 질문에 “우리도 다른 연인들처럼 똑같이 스킨십으로 애정을 표현한다”며 “남녀간 부부간의 밤이 뜨겁고 강렬할 수도 있지만 달콤하고 평온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말로 질문에 대신했다.

송영웅 주간한국부기자

입력시간 2001/09/12 19:29


송영웅 주간한국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