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세상] 인터넷 만화방

인터넷의 출현이 대중 문화와 소비자가 만나는 공간을 바꾸고 있다. 개봉 영화는 물론 이미 극장에서 간판을 내린 영화도 인터넷을 통해 언제든지 감상할 수 있다.

또 음악을 듣기 위해 CD에만 매달리던 시대도 지났다. 컴퓨터를 통해 MP3 파일을 내려 받기만 하면 원하는 음악을 얼마든지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TV도 마찬가지. 인터넷에 들어가면 원하는 TV프로그램을 언제든 볼 수 있는 데다 인터넷 방송국은 TV 방송국의 위상까지 위협하는 상황이다.

만화도 예외가 아니다. 만화책을 보기 위해 동네 만화방을 찾아가는 풍경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대신 책상 앞에 앉아 컴퓨터를 두드려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아무 때나 만화 사이트에 들어가 마음껏 만화를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인터넷은 만화의 대중화에도 크게 기여했다. 이제는 만화가 어린이나 청소년의 전유물이 아닌 모든 사람에게 즐거움과 감동을 주는 삶의 활력소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인터넷 만화방은 아직은 인기 만화책을 스캔해 인터넷에 그대로 올린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인터넷의 특성을 살려 애니메이션처럼 생동감 넘치는 만화를 만들어 올려놓은 곳도 등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네티즌의 의견을 스토리에 반영하거나 네티즌 자신이 작품 속의 캐릭터로 등장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 만화까지 선보였다.

다음, 라이코스코리아, 야후코리아 ,네이버 등 주요 포털업체는 앞다퉈 인터넷 만화 코너를 개설하고 있다. 포털 사이트의 만화 코너는 전체 콘텐츠 중에서도 1, 2위를 다툴 정도로 사랑을 받고 있다.

라이코스의 만화 채널은 하루 평균 2,800만 페이지뷰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최근에는 대원이나 서울문화사 등 기존 오프라인 대형 출판사도 인터넷 만화방 사업에 출사표를 던졌다. 전문 만화 사이트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이들 사이트는 여세를 몰아 잇따라 유료로 전환해 콘텐츠 유료화 붐을 조성하는 데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코믹스투데이(www.comicstoday.com), 엔포(www.n4.co.kr) 클럽와우(www.clubwow.com) 애니버스(www.anibus.co.kr), 인터넷만화방(www.manhwa.co.kr) 등은 수 백만명에 달하는 고정 팬을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인터넷 만화 사이트다.

최근에는 성인 만화 사이트의 접속자가 크게 늘고 있다는 후문이다.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볼 필요 없이 저렴한 비용으로 질릴 때(?) 까지 두고두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인터넷 만화방의 인기는 초고속 인터넷 환경과 맞물려 있다. 이전 모뎀 시절에는 8메가 정도의 만화책 한 권 분량을 받으려면 1시간 이상소요됐다.

하지만 초고속망을 이용하면 5~15분 밖에 걸리지 않는다. 그럼 책장은 어떻게 넘겨질까. 저장된 만화를 불러오면 화면에 두 페이지가 펼쳐진다. 마우스를 클릭해 페이지를 넘길 수도 있고, 자동 넘김 설정을 따로 할 수도 있다.

물론 넘기는 속도 역시 조절이 가능하다.

만화는 다분히 개인적 감상 공간이 어울리는 장르다. 인터넷 만화방은 대본소까지 가지 않아도 되고 보고 싶은 만화가 대여중이라 발길을 돌리는 일도 걱정할 필요 없다.

또 컴퓨터에 저장된 만화를 언제든 끄집어내 여유있게 볼 수 있어 소장의 의미도 담겨 있다. 게다가 앞으로 두께가 얇은 판막이 모니터가 등장하면 누워서 만화를 보는 것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출판물 형태를 이용할 때의 편리함과 오프라인 만화책에 익숙한 만화 마니아를 얼마나 끌어 들일 지 여부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전자신문 인터넷부 강병준 기자

입력시간 2001/09/12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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