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클리닉] 술, 담배, 그리고 남성

누가 가장 먼저 술이라는 음료(?)를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술이란 존재는 곧 인간의 삶의 한 부분으로 그 맥을 이어왔다.

술은 때로는 고달픈 삶을 위로해 주는 친구 이기도 하고, 뻑뻑한 인간 관계에 기름칠을 해 주는 윤활제로 작용하기도 한다. 술이 주는 적당한 취기는 이태백의 시(詩)를 만들어 내기도 하고, 입심 좋은 사람들로부터 질펀한 육담을 토해 내게도 한다.

육담이란 고쳐 말하면 음담패설인데, 국내에서는 소설가 김주영씨가 육담의 대가로 손꼽힌다. 그의 육담은 소설 '외설 춘향전'에서 처럼 문학작품에도 절절히 녹아 있을뿐 아니라, 사람들과의 대화중에도 그는 여과되지 않은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성(性)의 해학적 표현과 함께 거침없이 쏟아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그의 육담을 들을라치면 한 가지의 전제조건이 있다고 하니, 다름아닌 반드시 술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리 따지고 보면, 술이란 분명 인간의 생활에 활력을 불어 넣어주는 약방에 감초같은 존재임을 부인하기 어려울 듯 하다.

그렇다면 담배는 어떠한가? 잘 알려진 것처럼 담배는 인체에 백해무익하다. 그럼에도불구하고 괴롭고 힘든 일이 있을때 담배 한 개비는 웬만한 친구보다 위로가 되고, 아무리 골똘히 생각해도 묘안이 떠오르지 않을 때 피우는 담배 한모금은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제공해주기도 한다.

그리하여 우리의 삶에서(특히 남자의 삶에서) 술과 담배는 뗄래야 뗄 수없는 존재인듯 싶다.

그러나 무엇이든 과하면 화를 불러 일으키는 법이다. 앞서 잠깐 술이 가져다 주는 장점을 열거하였지만, 그 반대 급부 또한 만만치 않다. 술과 잘못 사귀게 되면 때로는 평지풍파의 원흉이 되기도 하고 자신이 쌓은 업적을 일순간에 망가뜨리게도 할 뿐 아니라 치료할 수 없는 병에 걸려 생을 마감하게 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순수하게 남성의학적 측면에서 바라본 술의 작용은 무엇일까? 술의 약리 작용에 있어 적당한 체내 농도에서는 감정의 상승 무드와 함께 흥분도를 증가 시킨다.

즉, 근심과 스트레스로부터 해방시켜주고 성적인 리비도(libido)를 부추기는 효과가 있다.

이와함께 사정에 이르는 시간을 다소 지연 시켜주는 알코올의 위력 때문에 섹스를 위한 전주곡으로 술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체내에 알코올이 과하게 들어가면 약리 작용상 정반대의 효과가 나타난다.

가끔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분위기를 주도하며 꼭 2차를 가야한다고 흥분했던 사람이 막상 분위기가 마련되면 과도한 주량에 코를 골며 자고 있는 풍경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즉 과도한 알코올은 뇌를 포함한 신경계의 활동을 억제하기 때문에 성욕은 사라지고 그저 자고 싶다는 일념밖에 남지 않는다.

만약 이러한 폭음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질때는 남성의 폐해는 자못 심각하다. 고환에서 만들어지는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생성에 차질이 생기고, 그나마 만들어진 남성 호르몬마저 분해를 촉진하여 결과적으로는 호르몬 결핍상태를 발생시킬수 있다.

또한 중추 신경계에 대한 작용으로 정신적 문제점을 야기하여 이차적인 성기능 장애를 초래하기도 한다.

한편, 흡연이 남성의 성기능에 미치는 영향중 가장 중요한 것은 혈관에 대한 작용이다. 담배의 성분은 모든 종류의 혈관벽을 두껍게 하거나 변성을 시켜, 결국 혈류를 감소 시키며, 이 점에 있어서는 음경으로 가는 혈관도 예외일수 없다.

익히 알려진 것처럼 발기란 음경내로 급격하게 들어오는 혈액이 체임버를 채우면서 나타나는 현상임을 상기해 볼때 과도한 흡연이 발기부전의 한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은 새삼스러울 일도 아니다.

술과 담배는 남성의 수태 능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정자가 형성되는 과정에서는 비타민 A를 필요로 하는데, 알코올은 이 과정에서 방해 인자로 작용하며, 흡연은 정자의 운동성과 같은 기능을 떨어뜨려 불임의 원인 인자로 지적되기도 한다.

'술은 사랑을 가꾸는 우유다' 라는 낭만적인 싯구도 있지만 술독에 빠지고 담배 연기에시든 남성은 사랑을 가꾸기는 고사하고 멀리 떠나 보낼 수도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입력시간 2001/09/18 17:21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