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풍향계] "이용호 불똥 튈라" 긴장

국제 정치와 경제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온 미국의 테러참사가 국내 정치에도 만만치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당장 여야 정쟁자제 분위기를 만들어 냈으며 각 정당 간 득실과 희비가 교차하는 등 국내 정치의 흐름에 상당한 변화를 주고 있는 것이다.

‘미테러참사 정국’이라고 일컬을 수 있는 요즘 여야는 상호비방을 피하고 테러참사와 뒤 이을 미국의 보복공격이 몰고 올 경제난 및 국제정치 역학변화에 공동 대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여야는 14일 국정감사를 일시 중단하고 국회 본회의를 열어 테러반대 결의안을 채택하는 기민함도 보였다.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12일 테러사건 발생 몇 시간 후 김대중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정부대응에 적극적인 협력의사를 전달했다. 이 총재는 안보와 경제 관련 부처에 대한 국정감사 일정 조정 등에 앞장서는 등 테러정국에서 적극적인 면모를 보여줌으로써 상당한 점수를 땄다.

김대중 대통령도 이 같은 이 총재의 협조에 대해 유선호 신임 정무수석을 보내 “매우 감사하다”는 뜻을 전했다.


국정감사 뒷전으로 밀어낸 테러사건

그러나 야당의 의정활동 프리미엄이라고 할 수 있는 국정감사가 테러 사건으로 뒷전으로 밀린 것은 야당에는 정치적 손실이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언론사 세무조사 및 탈세비리 수사, 대북 햇볕정책 등 야당의 공세가 예상되는 쟁점이 수두룩하나 거의 언론의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다 보니 국감장의 열기가 시들하고 의원들도 열의를 보이지 않고 있다. 급기야 한나라당 지도부는 국감을 독려하는 지침을 긴급히 소속 의원들에게 내려 보냈다.

국정감사 개시 초기 한나라당과 자민련이 DJP 공조붕괴로 초래된 신 여소야대 구도를 활용해 한-자 동맹을 구축, 증인채택 등에서 민주당을 코너로 모는 등 기세를 올렸으나 이 역시 테러정국에 접어 들면서는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

이 와중에 관심을 끌고 있는것은 G&G그룹회장 이용호씨의 금융비리 및 여권비호설이다. 국회 법사위의 이주영(한나라당) 의원은 서울 고검과 지검 국정감사에서 “이용호씨가 K, H, L 의원 등 여권실세의 자금을 관리해왔다는 설이 돌고 있다”면서 여권 인사의 영문이니셜을 거론하며 이씨와 여권인사들의 유착의혹을 제기했다.

이 의원은 이씨가 기업인수합병(M&A)과 주가조작등을 통해 자금을 조성했으며 이 중의 일부가 여권과 아태재단 등에 정치자금으로 흘러들어 갔을 개연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나라당은 이 사건을 ‘이용호게이트’라고 명명하고 대여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권철현 대변인은 “이용호 게이트는 검찰 국세청 금감원 국정원 등 정권의 실세와 권력기관이 합작 연루된 총체적 부패와 부조리의 축소판”이라며 “종전처럼 도마뱀 꼬리 자르기 식 수사를 할 경우 그 즉시 국정조사와 특검제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이용호씨 관련 의혹은 이미 대검 중수부에서 혐의를 확인하고 구속해 사법처리 중인 사안”이라며 “이런 사안에 대해 의혹 부풀리기를 시도하는 것은 정치공세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전용학 대변인은 “당초 검찰의 처리 과정에서 미진한 부분이 있다면 그 당시 증거가 불충분한 차원의 문제이지 여권실세의 개입으로 무마된 예는 아니다”라며 “그런데도 야당이 영문 이니셜을 거론하며 의혹 부풀리기에 나서는 것은 부당하다”고 유감을 표시했다.


3金 1李 관계 재정립계기

미 테러참사는 DJP공조 파기이후 ‘3김1이‘의 관계재정립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테러사건은 DJ와 이회창 총재를 접근시키는 효과를 낳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은 JP의 빈자리를 이회창 총재의 협력으로 채우려고 하고 있으며 이 총재는 테러사태 대응에 초당적 협력을 구실로 수권 이지미를 강화하려고 하고 있다. 이런 기류에 따라 당초 10월로 넘어갈 것으로 보였던 여야 영수회담이 이르면 이번 주말쯤 성사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회창 총재는 JP와의 관계개선에도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지만 영수회담일정 등을 감안해 속도를 조절하는 모습이다. 이 총재는 JP와의 회동을 추진하면서 YS의 눈치도 보지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테러정국에서 JP는 정치적으로 손실이 적지않다. 나름대로 DJP공조파기의 희생자 이미지를 부각시키려던 정치 이벤트들이 테러사건에 묻혀버리고 있기 때문이다. 12일로 예정됐던 YS와의 회동을 부득불 무기연기하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 대표적인 예다.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와의 관계 개선도 여의치 않게 흘러가고 있다.

이한동 총리 유임, 한광옥민주당 대표 임명 등으로 촉발됐던 민주당내 동교동계와 김근태 최고위원 간의 갈등 등 여권의 내분이 진정 내지는 잠복함으로써 여권은 일시적으로 숨을 돌리는 형국이다.

이계성 정치부차장

입력시간 2001/09/18 19:27


주간한국